오늘도 열심히 근무지를 개척 중인 공붕이.

공붕이의 특기는 업무 거부하기.

취미는 반말하는 민원인에게 반말로 응수하기.

윗선에 항의해서 짤라버리겠다는 민원인에게 제발 좀 짤라달라고 조롱하던 그가,

눈을 떠보니 사도세자가 되었다.

‘어차피 뒤질거면 평소처럼 꼴리는대로 하자.’

공붕이는 그렇게 마음먹는데…






"밥은 먹었냐?"

"예."

- 철퍽!

'또 지랄이군.'

영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으면 꼭 물로 귀를 씻었다.
자식을 액받이 취급하는 영조를 보면서도 아무 생각 없는 공붕이.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

영조를 아버지가 아니라 미친정신병자게장씹새끼라고 생각하는 공붕이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






"너는 무제가 좋으냐, 문제가 좋으냐?"

"문제가 좋습니다."

"이는 나를 속이는 것이다. 너의 마음은 반드시 무제를 통쾌하게 여길 것인데, 어찌하여 문제를 훌륭하다고 하는가?"

이건 뭐 답정너 병신새끼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며 공붕이는 박수를 친다.

"경하드립니다!"

"무엇을 경하한다는 말이냐?"

어리둥절해서 묻는 영조.

"저도 모르는 제 마음을 꿰뚫어보시다니! 우리 전하께서 천하의 갖은 학문에 통달하시더니 비로소 관심법까지 대성하셨습니다. 이것을 경하드리는 것입니다."

영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네가 감히 나를 놀리느냐!"

"어찌 소자가 전하를 놀리겠습니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 청국이 눈치보고 왜국은 전전긍긍할 것입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온갖 욕설을 하지만 공붕이는 정신을 빼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

민원인 앞에서 자주 쓰던 스킬이다.









"저하, 주상 전하께서 많이 노하셨습니다. 어서 가서 용서를 비십시오."

"제가요?"

"예."

"용서를요?"

"예."

"왜요?"

"..."

'어쩌라고 씨발 폐세자 시킬거야?'

다른 자식도 없는데 이런거 가지고 폐세자 운운하면 지만 병신되는거지.

공익 때처럼 배째라 시도하는 공붕이다.









가뭄이 들자 세자를 탓하는 영조.

"세자가 덕이 없어서 가뭄이 드는 것이다."

여기에 공붕이는 지지 않고 답한다.

"주상 전하, 부디 신을 청나라로 보내주십시오."

"?"

"그럼 청나라에 가뭄이 들테니 그 틈을 타 북벌의 대업을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영조는 나랑 장난하느냐며 노발대발하지만 정색 빨고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대답하는 공붕이.

허리 아프다고 구라치고 병가 3일씩 끊던 연기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본인이 꺼낸 이야기지만 이런 병신 같은 주제로 입씨름하려니 골치가 아픈 영조. 결국 소리만 지르다가 끝난다.











드디어 대리청정이 시작된다.

영조는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속으로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함경북도 성진 방영(城津防營)은 도로 길주(吉州)에 소속시키는 것이 편리합니다."

"육진(六鎭)으로 통하는 길은 모두 9갈래가 있는데, 길주는 요충에 해당하지만 성진은 단지 3갈래 길만 막을 수 있습니다."

병영을 옮기라고 하면 왜 멋대로 정하냐며 호통을 칠 것이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물어보면 대리청정의 의미가 없다며 갈굴 작정이다.

그러나 공붕이는 눈을 끔뻑이면서 묻는다.

"길주가 어디요?"

"..."

공무원이 엑셀로 생계급여 대상자표를 만들라고 하자 엑셀이 뭐냐고 묻던 공붕이의 실력은 여전하다.

참고로 공붕이는 컴활 1급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양위'를 꺼내든 영조.
이것은 그야말로 조선왕들의 대세자병기나 다름없다.

양위를 받으면 천하의 불효자에 반역자가 되니, 안받겠다고 버티는 세자를 죽기 직전까지 괴롭힐 수 있는 최강의 비책인 것이다.

"나는 우둔하고 두려워 감히 대위를 맡을 수 없소."

과연 이렇게 울음을 터뜨리는 공붕이.

역시 필살기 양위쇼에는 공붕이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드디어 허리를 굽히고 영조의 갈굼에 시달려야 하는가?

공붕이는 말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손이 총명하니 본인은 세손에게 선위하겠소. 나는 태백(太伯)이 왕위를 버리고 형산(衡山)에 숨은 예를 본받아 지방으로 내려갈 터이니 전하께도 그리 전해주시오."

기억해라.
공익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뿐.

공붕이는 그 길로 산천유람을 떠나고 소식을 들은 영조는 고혈압으로 쓰러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