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식량, 자원 대외의존도가 높다, 자급자족이 안된다며 따라서 취약하고 강대국, 패권국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다.

마치 자급자족이 강대국, 혹은 패권국의 조건인 것처럼 얘기하는 자들이 흔하다.


미국은 식량 자급자족이 되는데 중국은 식량 자급자족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자들도 있다.

그 주장에 반박한다.


1. 수입을 많이 하면 의존이고 그것이 마냥 나쁘다는 전제

개방 이전 폐쇄 경제 시절 (죽의 장막, 대나무 커튼), 경제규모가 작았던 과거의 중국은 식량과 자원의 대외의존도가 낮았고 자급률이 높았다. 그게 지금보다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자력갱생하면 자급자족은 가능가지만 그렇게 자급자족하는 나라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 작다. 웬만한 전근대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이었다.

반대로, 식량과 자원의 자급자족이 되는 나라들은 땅은 크지만 인구가 적고 내수 시장 규모가 작고 자원을 소모할 산업 (특히 공업, 제조업)이 별로 없어서 식량과 자원을 적게 소비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강대국, 패권국의 모습은 아니다.



2. 미국이 식량 자급이 가능하다는 생각에도 오류가 있다. 실제로 미국은 신선 과일의 59%, 신선 채소의 35%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냉동, 건조, 통조림, 가공식품 등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미국인이 특히 좋아하고 많이 소비하는 바나나, 아보카도, 커피 등은 미국에서 잘 생산되지 않아 거의 전량 수입한다. 그게 필수 식품은 아니지만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이 무리해서 식량 자급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능사가 아니고 현실적이지 않다. 미국 내에서 필요량만큼 생산하더라도 저렴한 외국산 수입산 식품을 막고 공급이 제한되면 식품 물가가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가격 때문에 식료품을 부담 못 하게 된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재해 때문에 필요량 생산도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가뭄, 홍수, 화재, 전염병 등으로 농사가 망하거나 미생물이나 중금속 오염, 식중독으로 인한 식품 대규모 리콜 때문에 수입해야 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플로리다 허리케인 피해로 브라질산 오렌지 주스를 수입하거나 조류 독감 때문에 닭을 집단 폐사 시켜서 계란 품귀 사태가 일어나고 주변국에서 수입해야 하거나 하는 일 등. 미국이 무리해서 식량 자급을 시도한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날 때 못 먹는 것이다.


그런 식의 식량 자급자족이라면 어느 나라나 가능하고 과거의 중국도 그랬고 전근대/미개방 국가들 다 그랬다.




3. 중국이 식량을 많이 수입하지만, 수입처가 많고 다변화돼있다. 아프리카, 러시아,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는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까지 전세계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특정 국가와 관계가 틀어진다고 해서 타격 받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갈등에서 미국산 대두 (콩) 대신 브라질산과 아르헨티나산으로 바꾼 것, 캐나다산 카놀라유 수입 중단한 것 등은 실제 예시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식량과 석유를 대량 저장해두고 있다. 그래서 무역 중단/방해 상황에서도 한동안 비축 물량을 풀며 버틸 수 있다.



4. 중국과 우호적인 나라들은 자원, 식량 수출 위주의 경제인 경우가 많다. 중국이 그 나라들의 식량과 자원을 수입하는 것은 우호국들을 돕는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한다. 미국이 브라질에 관세를 매기자 중국이 브라질 커피 농가들에 중국 커피 시장을 개방하고 브라질산 커피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운 것이 그 예이다.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과일을 수입하고 동남아시아가 중국에 과일 수출하는 것 역시 중국-동남아시아(아세안) 관계 발전, 교류, 우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량 자급자족 한다면 이런 관계도 없다. 중국이 공산품을 수출하는데, 상대국들은 중국에 팔 게 없다면 무역이 지속되기 어렵다.


중국이 수입하는 식품 중에는 해외의 중국인이나 중국계 이민자가 운영하는 농장과 식품기업도 있다.


중국이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에서 기술 자립을 하려는 것은 그 분야는 미국 진영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으며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우호국들에서 수입하는 식량, 자원에 대해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5. 중국이 다른 나라에 식량, 자원을 의존한다 하지만, 그 말은 반대로 다른 나라들 역시 중국에 식량, 자원 팔아서 돈 벌어 먹고 살고 식량, 자원 수출에 의존한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수입 중단하자 미국 대두 농가가 큰 피해를 입은 것이 그 예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중에도 여전히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길 원한다.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 금지가 아닌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가 실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호주산 철광석을 많이 수출하니 중국이 호주에 의존하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호주가 중국에 광물 수출을 의존하며 따라서 호주가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중국이 호주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면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 석유, 가스, 곡물을 많이 수입하지만, 중국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의존해있는 상황이 아니라 러시아 역시 중국 수출에 의존한다. 중국이 식량과 자원을 많이 수입한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중국은 크고 중요한 식품 수출 시장, 자원 수출 시장이다. 교역은 수입하는 쪽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6.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다. 세계의 공장을 운영하는데 세계의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자원이 다시 다른 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건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원을 수입해서 내수 소비도 있지만 상당량은 그걸 가공해서 다시 수출하는 것이다. 과거의 개방 이전 중국은 수출도, 수입도 적었다. 중국이 수출을 안 한다면 수입 필요량도 적을 것이다. 수입과 수출이 서로 연결돼있는데 수입 부분만 보고 판단해선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