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살고 이런 식으로 죽으라고 우주와 닮았다는 뇌를 지닌 생명체로 태어난 것은 아닐텐데, 끔찍한 악인들이기에 앞서 끔찍한 바보들이다. 사형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진정으로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까? 국가와 사회가 도와준다면 그 가능성이 제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형제 반대자가 아니다. 사형은 죽어 마땅한 짓을 저지른 인간을 죽어 마땅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죽이는 것이다. 죽여야만 하는 공리주의적인 사회적 이유 따위는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말이다. 즉, 왜 사형이라는 극형을 구형했느냐에 해당하는 판결문 대목은 아무래도 좋다. 그 대목은 실증될 수 없다. 그래서 사형제는 대단히 인본주의적이고 대단히 완전주의적이다. 인간이 인간을 중히 여기고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그 '정도'로 크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에게 '단죄'가 100%인 벌을 내린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사형제를 유지하는 모든 나라가 인본주의적이고 완전주의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가장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그렇게 살게 된 것은 본인들이 게으르고 무능하고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며, 더 정확히는,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며 돌보지 않는 미국 등의 나라들은 인본주의적이지도 완전주의적이지도 않다. 미국의 10만명당 수감자 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은 그 점을 아주 잘 보여준다. 왕실이나 이슬람 신앙을 비판하거나 반정부 트윗을 올리면 사형이 구형되고 집행되는 경우조차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도 인본주의적이지도 완전주의적이지도 않다. '고사포' 처형 운운하는 괴담이 도는 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나는 중국은 죽어 마땅한 짓을 한 인간들에게만 사형이 구형되는 나라라고 믿는다. 죽어 마땅한 짓의 범위가 소위 '자유주의' 나라들보다 넓을 뿐이다. 예를 들어, 마약을 제조유통하거나 대형 경제범죄를 저질러도 사형이 구형될 수 있다. 대형 경제범죄를 저지른 이의 부는 아무런 고려 대상도 못 된다. 중국은 8년 동안 무려 14명의 억만장자들을 사형시킨 적도 있다. 다만, 사형유예 제도를 운영하고 2007년 이후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사형 선고에 대한 검토 권한을 재확인하면서 사형 집행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 등 사형제를 '휘두르려'고까지 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식 통계는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인구대비 사형 건수가 미국 등보다 아주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관련해서 말하자면, 중국의 10만명당 수감자수는 한국보다 그리 많지 않다. 툭하면 중국을 엄벌주의 나라로 지목하는데, 별로 그렇지 않다는 말, 엄벌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엄벌은 논쟁적인 것이고 논쟁적이어야 한다. 사형은 특히 그렇다. 이것만은 중국이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받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인간들이 징그러운 이유다. 논쟁적인 것이 논쟁적이지 않은 나라는 아직 자유주의 미만인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