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 이술 탄산 개쎄고 생각보다 훨씬 맵고 빡세다


0.

라벨은 해당 술의 이미지 부여에 어떤 기능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음. 단순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의 연장선인가, 아니면 술의 향과 맛을 직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지시자의 역활을 할까. 내가 접한 대부분의 술은 둘을 섞을지언정 전자에 훨씬 가까웠는데, 후자에 해당하는 술들도 있었음. 그럴 경우 라벨과 술의 향, 맛이 어우러져 좋은 경험을 선사해줬던 기억이 있음.


1.

그렇다면 라벨과 술의 캐릭터가 반대되면 어떨까? 코타츠 안에 앉은, 홍조를 띈 누군가가 느긋하게 나를 바라보고, 고양이가 주위에 내려앉아 있는 이 술의 라벨은 얼핏 이 술이 나긋하고 야사시한 느낌을 줄 것 같은데, 이 술의 향은 그렇다 치고, 맛은 꽤 만만치 않은 드라이함과 매콤함을 보여줌. 이런 반전은 매력으로 느껴질지도, 아니면 에이 이 술 보이는것과 좀 다르네 하고 부정적으로 느껴질지도?


2.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탄산. 따르자마자 이거 사이단가 싶을 정도로 자글자글하게 탄산이 끓는데 탄산 주입한건가 싶기도. 마셨을때의 탄산의 거칠고 입자가 굵어 정말 사이다나 탄산수 느낌. 향은 연한 배향으로 스탠다드한데, 맛에서는 과실향은 거의 없는 수준. 단맛도 미미하고, 오히려 막걸리의 느낌. 단맛이 있긴 한데 쌀맛에서 부차적으로 오는 단맛 정도. 뻥튀기를 녹인듯한 쌀맛 존재감이 크고 드라이한 느낌에, 마셨을 떄는 크리미한 느낌에 막걸리 느낌의 신맛도 좀 남고, 알콜이 꽤 치며 마무리. 이거 14도밖에 안 되는데, 16도의 사라보다 훨씬 독하게 다가옴.


3.

오리를 섞었을 때는 막걸리 특유의 쌀맛과 크리미함이 더 노골적이어서 진짜 이거 막걸린가 싶기도. 물론 탄산이 워낙 세서 그 자체로도 특이한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기에 구분은 좀 됨. 막걸리라기보단 밀도가 낮아 오히려 소다나 밀키스, 내지는 아침햇살 같은 쌀음료에 탄산수 섞은것 같기도.


4.

라벨에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묘령의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되더라고. 너 보기보다 좀 요오오망하구나? 그러면 나에게, 이제야 여기를 봐 주는구나라고 하려나? 여러 의미로 재밌는 술이지만, 달달한거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추천은 못하겠음. 막걸리 안주라면 뭐든 페어링 가능할 것 같고, 느끼한 고기요리와도 발군. 솔직히 해물파전 생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