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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격변의 시대를 견뎌나가고 있다. 누구에게든 말 못할 사정과 억울함이 있는 세상이다. 그런 시대를 달려나가는 누군가는 여럿이 모여 기울이는 술잔에, 때로는 그마저도 지겨워 적막 속에 홀로 기울이는 술 한잔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가고, 견뎌내는 시대다.
시작하기 전에 말하자면 나는 아마파다. 삶도 고된데 술까지 쓰면 마시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라떼는 말이야’의 젊은(?) 꼰대 중 하나라고 스스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내가 좀 더 어릴 적 겪은 악습을 없애고 싶다고 하지만, 망할 놈의 곤조 때문에 나에겐 막대하고, 타인에겐 관대하려 애써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오늘 소개할 술은, 지난 나의 28살, 가장 죽고 싶었던 시절, 나를 다시 일어나게 했던 양조장 브랜드의 술 중 하나다. 저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은,
아무리 낙천적인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겪기 마련이다.
이 술은,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고 또 내일과 그 다음을 버텨나갈 누군가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이자, 나 자신에게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음에 대한 찬사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사랑을 보내며
무츠핫센陸奥八仙
하치노헤 주조 八戸酒造 / 일본 〒031-0812 Aomori, Hachinohe, Minatomachi, Honcho−9
아오모리현 서부(츠가루 津軽) 지역을 대표하는 술이 덴슈(田酒)라면, 남부(南部) 지역을 대표하는 술은 무츠핫센(陸奥八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츠핫센을 빚는 하치노헤주조(八戸酒造) 주식회사는 1775년에 문을 연 지역의 노포 주조장이다. 다이쇼 시대에 세워진 벽돌 창고, 흙벽 창고(土蔵, 흙벽이나 회반죽으로 외벽을 지은 일본 전통 건축 양식), 목조 점포 겸 중심 건물은 국가 등록 유형 문화재와 하치노헤시 경관 중요 건조물로 지정되었다.
하치노헤 주조(八戸酒造)의 역사를 살펴보면, 약 18세기 중반(에도 시대)부터 시작되어 근대(메이지 유신)와 현대(태평양 전쟁 전후)를 거치는 동안 여러 차례의 제도 변화와 업계 재편을 겪었으므로 ‘격변의 시대’를 맞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보신 전쟁(1868~1869, 무진전쟁) 등 일본 근대사의 중요한 전투와, 메이지 유신 및 산업화 과정에서의 변화는 하치노헤 주조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세기 중반 기업 개편과 산업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술을 빚어온 주조장으로, 급변하는 시기에 적응하며 살아남은 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즉, 하치노헤 주조는 역사적 격변을 겪으면서도 전통을 이어온 중요한 문화유산인 셈이다.
1740년, 초대 코마이 쇼자부로가 시가현을 떠나 무츠 지역(도호쿠)으로 이주해 양조장을 설립한 이후, 코마이 가문은 대대로 사케 양조를 이어왔다. 2003년 3월, 코마이 주조 주식회사와 하치노헤 주조 주식회사가 합병해 현재의 하치노헤 주조 주식회사가 되었으며, 현재는 8대째 코마이 쇼자부로가 아오모리 현산 쌀과 최상의 효모, 하치노헤 카니사와 지역의 맑은 샘물을 사용해 환경 친화적이고 맛있는 지역 사케를 빚고 있다.
아오모리에서 유기 재배한 쌀과 효모를 고집해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주조를 실천하고 있는데, 2021년 세계 주조장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중 9대째에 해당하는 코마이 히데유키와 노부유키 형제가 론칭한 무츠핫센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치노헤 주조의 대표 브랜드 ‘무쓰오토코야마’가 남자의 술이라면, 무츠핫센은 남성의 강함과 여성의 섬세함을 겸비한 양면을 보여주는 술을 빚는다.
무츠핫센(陸奥八仙)의 어원을 살펴보면, ‘무츠(陸奥)’는 일본 북동부 지역(현재의 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일대)의 옛 이름이고, ‘핫센(八仙)’은 원래 중국 도교에서 유래한 팔선(八仙)을 가리킨다. 불로장생의 힘을 지닌 여덟 신선이 바다를 건너 다니며 사람들을 돕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일본에서도 팔선은 길상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치노헤 주조는 이 ‘팔선’이라는 상징과 ‘무츠’라는 지역 명칭을 결합해 “무츠 지역에서 빚은 사케가 팔선처럼 즐거움과 길상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무츠핫센(陸奥八仙) 실버라벨 긴죠 아라바시리(あらばしり)
일본주도 +4 / 산도 : 1.5 / 아미노산도 : 비공개 / 도수 16도
(매 해 정보가 조금씩 바뀐다)
주조미 / 하나후부키 華吹雪, 맛시구라まっしぐら
국내 수입 O / SAKAYA KOREA
‘아라바시리(あらばしり)’는 술을 짤 때(압착)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부분으로, 신선하고 강렬하며 깨끗한 맛을 내는 원주다.
여기에 무로카나마겐슈(無濾過生原酒) 형태라면 원재료의 풍미가 극대화된 진하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특히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실버라벨은 무츠핫센의 스테디셀러인 핑크라벨의 나마자케 버전이라고 한다.
맑고 투명한 무츠핫센 아라바시리는 주질 자체가 가벼워 화사한 향과 산뜻한 맛이 특징인데, 특유의 과실향과 알코올 맛이 입을 바싹바싹 마르게 하는 타격감으로 짜릿함을 준다.
냉장고에서 갓 꺼냈을 때 느껴지는 무로카나마 특유의 신선함과 아라바시리의 거친 듯 깨끗한 첫인상이 인상적이다.
온도가 조금 오르면 긴죠와 무츠핫센 특유의 잘 익은 배를 연상시키는 향이 퍼지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탄산 기포가 입안에서 톡톡 튀는 듯한 산미와 타격감을 선사한다.
일본주도 +4임에도 불구하고 입안을 바싹 말리는 느낌이 “이게 술이지”라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한다.
나에게는 뒷골이 당길 정도로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한 타격감이다. (최근 마신 것 중 비슷한 느낌을 준 것은 세이텐 아라바시리였는데, 둘 다 아라바시리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슬픔을 잊게 하는 한 잔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당장에 마음을 후벼파고,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 것 같은데 나만 반대로 걷는 느낌,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매일매일 다르지만 하루를 견디는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술로 슬픔을 달래는 사람들을 나약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또한 무언가를 어떻게든, 기필코 견뎌내는 과정이라 본다.
때로는 누군가 웃고 울어주는 풍경 속에서, 울컥 차오르는 눈물 대신 웃음으로 기울이는 한 잔은, 지친 마음을 털어버리는 무언가가 술에는 있다.
거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매 계절을 거칠게 관통해나가는 슬픔을 이겨낼 한 잔을 찾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무츠핫센 맛있지 긴죠의 경우 알콜이 자극적이라기 보다 과실의 풍미를 살려주고 단맛을 잘라주는 역할에 충실해서 좋더라
단술 좋아하지만 무츠핫센은 끊임없이 찾게되는 무언가가 있음 ㅜ - dc App
무츠핫센 맛도리. 업장에서 주문해서 먹는 몇 개 중에 하나...
그린라벨 출시 시즌이 얼른 오면 좋겠어요,, - dc App
요새 글 잘쓰는 사람들이 늘었네 수필보는거같다 ㅋㅋ - dc App
과찬이심미다,, - dc App
월계관으로 생겼던 니혼슈 선입견을 깨게해준 브랜드…
월계관을 안먹어봐서 모르지만 아마 저도 ㅇ월계관을 입문주로 마셨다면 사케 안먹었을거 같음ㅋㅋ.. 무츠핫센은 제 최애삭게임 - dc App
이거 추천도 받았는데 담 기회에 마셔야겠군 ㅎ
츄라이 츄라이 마쉿서용 무츠핫센 - dc App
좋은 글을 읽었는데 술리뷰가 덤으로 딸려왔어요
술취해서 쓴 글에 누가 칭찬을 해주고있어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