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갤러가 흥미로운 주제를 가져와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고 한다

‘소믈리에들이 곧잘 하는 이야기로
스시에는 니혼슈보다 
화이트 와인이 궁합 맞추기가 쉽고,
치즈는 화이트 와인보다 
니혼슈가 궁합 맞추기가 쉽다고 하더라’

후자는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다만 늘 맞는 것은 아니고 
니혼슈의 종류와 치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안주로 흔히 먹는 숙성 치즈에는 
숙성주 또는 코슈(古酒)가 궁합이 좋다
둘 모두 발효, 숙성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그렇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는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소믈리에는 와인 전문가이지
사케 또는 일본 요리 전문가는 아니다
그들은 본인들의 전문 분야인 와인을 기본으로
다른 영역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테이스팅 능력이나 페어링 경험은
전문가답게 충분히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주류, 요리까지 전문인 것은 아니다

둘째 비슷한 맥락이지만 소믈리에는
와인을 다루는 또는 판매하는 직업이라서
와인의 대중화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중식에는 바이주, 스시에는 사케가 어울리니
와인은 양식하고만 드세요 라고 하지는 않지
중식에 어울리는 와인, 스시에 어울리는 와인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쿠라모토(蔵元)와 토지(杜氏)는 물론이고
사카쇼(酒匠) 역시 니혼슈가 만능이라고 한다
일식과 잘 맞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양식과도 어울린다고 홍보하고 추천한다
카모시비토 쿠헤지(醸し人九平次)의 경우
실제로 유럽 미슐랭 식당의 주류 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니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니혼슈 업계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는
와인은 날생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인에 포함된 아황산과 철분이
생선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과 만나면
비린내의 원인이 되는 알데히드를 생성한다
라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불포화 지방산은 우리들이 좋아하는
등푸른 생선에 특히 많다
연어알, 청어알 같은 알 종류나
말린 오징어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더라

발효 중에 자연히 생기는 것은 물론
산화 방지제로 흔히 사용되기에
아황산과 와인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철분은 레드 와인에는 다량 포함되고
화이트 와인에도 상당량이 존재한다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과 어울리지 않냐고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을텐데 
유럽은 기본적으로 해산물을 익혀먹는다
데치고 끓이고 튀기는 것이 기본이고
적어도 레몬이나 식초를 더해서 익힌다
익힌 해산물과 함께 하니까 어울리는 것이지 

스시의 네타는 대부분 날것의 생선이다
감칠맛을 끌어내기 위해서 짧든 길든
숙성을 하는 것이 기본이기에
비린내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여기에 와인의 아황산, 철분을 더하는 것은
마른 들판에서 불장난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니혼슈가 스시와 잘 어울리는 이유로는
일단 니혼슈는 철분과 아황산을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사케에 포함된 아미노산이
네타의 감칠맛을 증폭시켜준다는 점 
스시에 쓰이는 곡물 식초 역시
발효와 숙성, 초의 종류와 아미노산이
사케와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
클래식 사케의 경우 향미가 은은해서
네타의 것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든다


요즘은 일본의 요리도 사케도 
소비자의 달라진 식문화와 
그에 따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로 나오고 있다
향과 맛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다양한 페어링이 가능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모든 사케가 
스시나 가이세키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양식, 중식, 한식에
어울리는 사케가 존재하기도 한다

페어링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니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가능성을 찾아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