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노요(樂の世) 야마하이(山廃) 쥰마이 오리가라미(おりがらみ) 무로카나마겐슈(無濾過生原酒)

올여름 삿포로 놀러갔다가
니혼슈의 성지 모로하쿠(もろはく)에서
주인장 추천받아서 마시고 맘에 든 술이야

아재술로 유명한 겐비시(剣菱)에 오케우리(桶売り)
-작은 양조장이 술을 빚어서 술통 째 큰 양조장에 파는 것-
하던 마루이(丸井)합명회사라는 곳에서 빚은 술이래

겐비시도 점점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최근 오케가이(桶買い)를 중단하고
전량 자가양조로 변환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마루이는 본격적으로
자기네 술을 빚게 된 것이지
이름만 합명회사이지 실은 작은 양조장이야

잠깐 겐비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본 마트에도 팔고 싸니까 허접하게 보일 수 있는데
공장제 레귤러들과는 격이 다른
제대로 술을 빚고 관리하는 곳이지
규모가 큰 양조장임에도 불구하고
겐비시의 맛을 그대로 지켜나가기 위해
옛날 방식 그대로 나무시루에서 쌀을 찌고
작은 나무상자에 손으로 누룩을 만들며
야마하이(山廃)로 밑술을 만든다고 해
이후 얼마간 숙성을 거친 다음
여러 탱크의 술을 블랜딩해서
매년 비슷한 맛을 유지한다고 하더라고

참고로 고급쌀로 여겨지는 아이야마(愛山)도
원래 겐비시에서 수십년간 독점해서 썼는데
고베대지진으로 양조장이 큰 타격을 입고
몇년간 양조가 어려워지자
쥬욘다이(十四代)의 타카키슈조(高木酒造)가
매입해서 환상의 쌀로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더라고

텡구마이(天狗舞) 야마하이 쥰마이와 더불어
야마하이 + 숙성주 + 칸자케 입문용으로 좋으니
아재술 또는 클래식 익숙해지면 데워서 마셔봐

본론으로 돌아와서
라쿠노요(樂の世)는 겐비시에 술을 대면서
양조 전반을 그들에 맞게 지도받은 곳이라
겐비시와 닮은 점에 상당히 많아
클래식 야마하이를 메인으로 하기에
우리술 같은 감기는 신맛이 나면서
농후한 감칠맛과 풍만한 곡물감이 좋지
다른 점이라면 블랜딩이 아니고
무로카나마겐슈(無濾過生原酒)로 내니까
겐비시에서 아쉬웠던 임팩트나 진함이
그대로 가감없이 전해지는 느낌이더라고
사진의 물건은 욘단지코미(四段仕込み)라고
네번 담금한 술이라 녹진한 단맛이 나는데
야마하이 신맛 덕분에 가볍게 전해져서 좋아
데워서는 못 마셔봤는데 아마 훨씬 좋을거야

사린이들은 이걸로 시작하면
전통주랑 비슷하다고 바로 나가떨어지겠지만
쥬이시함 + 과일의 단맛이 슬슬 지겨워져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이나
노구치(野口), 기쿠히메(菊姫) 야마하이
좋아하는 고인물들은 아마 좋아할거야

-결-
겐비시의 매니악 버전 무로카나마겐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