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좀 마셔봤다고 하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하는 술 덴슈(田酒)

나름 프리미엄 사케 중의 하나라서

정가로 구하기는 쉽지가 않고

인질이 달려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나마 극악 수준은 아니니까

근데 프리미엄부터 조지면서 시작하는

사린이들이 실망하는 술이기도 해

기껏 웃돈주고 구했는데

쥬욘다이의 농후한 과실감이나

아라마사 같은 쥬이시한 신맛 같은

확실한 임팩트가 없는 탓일 듯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

덴슈만의 사정이 있단 말이지


과거 삼증주, 합성청주가 넘쳐나고

반대로 주정 알콜을 넣지 않은

쥰마이슈(純米酒)가 드물던 시절

이름처럼 논에서 난 것으로만 빚었소

(주정, 조미료 같은 첨가물을 넣지 않았소)

하고 내놓은 것이 덴슈의 시작이라고 해


주정을 넣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발향을 좋게 하거나

맛을 깔끔하게 하는 등

양조 과정 중의 하나인 경우

다른 하나는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한

순수하게 경제적인 목적인 경우

원래는 첫번째 이유로 시작했던 것이

패전 후 물자가 부족하자

두번째 목적이 주를 이루게 되었어

싸게 취하기 위한 술

그 시절의 사케는 쌀로 빚었다

말하기가 부끄러울 수준이었고

우리네 희석식 소주 같은 포지션이었지


암튼 주정을 더하지 않고

쌀로만 빚어낸 쥰마이를 냈으니

다른 술들에 비해 가격이 높아서

출시하고 한동안은 인기가 없었다고 해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서 알음알음 구해마시는 술

그러다가 모 잡지에서 뽑은

쥰마이슈 부분 1위에 오르면서

소위 대박을 치게 되었어


그게 40년전의 일인데

아직까지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것은

그만큼 완성도가 잘 지켜지고 있고

팬층이 탄탄하다는 뜻이겠지


덴슈는 태생이 쥰마이슈라서

심심한 라벨이 보여주는 것처럼

쌀맛을 담아내는 것에 충실한 술이야

담담한 쌀맛과 그것의 감칠맛을

전하는 것이 충실한 술이기에

다른 프리미엄 사케들과 결이 달라

그래서 마셔보면 으읭? 하는거지


게다가 5년전 토지가 바뀌었어

같은 동네에서 록콘(六根)을 빚던

아다치 카오루(安達香)씨로 바뀌었는데

록콘이라는 이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6호 효모의 상징인 아라마사(新政)와

사토 유스케(佐藤祐輔)씨의 팬이야

덴슈가 아다치씨가 토지가 된 이후에

아키타현 쌀을 쓰거나 백누룩으로 빚거나

하는 것도 아라마사의 영향이 크지

더불어 덴슈의 주질도 크게 바뀌었어

아라마사만큼은 아니지만

기존에는 없던 산미가 생기고

과실감과 쥬이시함이 더해졌지

신선함을 살리는 쪽으로 향하면서

스테디 셀러인 토쿠베츠쥰마이의 경우

열처리를 2회에서 1회로 줄였어


이후로 기존의 매니아들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나갔다고 해

몇십년간 자기 모습을 지켜나가던 쌀술에서

과일맛이 나니까 많이 당황했을 듯

사실 모던 타입은 대체재가 많은데

내가 아끼는 덴슈까지 굳이? 싶었겠지

나도 새로운 덴슈를 마셔보고

이전과 라벨만 같지 전혀 다른 술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차이가 컸으니까


얼마전 주딱이 남긴 이야기처럼

클래식 사케팬들은 기준이 확고해서

요즘 유행하는 주질을 그리 반기지 않아

대개 구조감이 약해서 맛이 쉽게 풀리는데

그래서 마시기 쉽고 술술 넘어가지만

클래식 기준에는 제대로 빚지 않은 거거든

나도 나름 고인물이라서

덴슈는 한동안 쳐다도 보지 않았고

요즘 유행하는 술들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유행이 굳어지면 그것이 또다른

새로운 스타일이 되는 것이겠구나 싶어서

적응하면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야

대신 아예 다른 장르로 받아들이고 있지

운동에 비유했을 때 클래식이 럭비라면

모던이나 뉴에이지는 미식 축구랄까

그렇게 마음을 바뀌서 먹고나니까

그때부터 덴슈가 맛있어지더라고


대신 최근 사케에 유입된 젊은이들이

새로운 덴슈의 매력에 끌려하는 덕분에

원래의 명성을 거의 회복한 상태야

덕분에 프리미엄도 유지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