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쓰던 버릇이 있어서

자꾸 글이 길어져서 미안하네


암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시음기를 시작하지

오늘의 덴슈 토쿠베츠쥰마이는

덴슈의 상징이자 심장 같은 술이야

양조장 대표도 다른 술보다도

토쿠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할 정도니까


시작은 유키비에(雪冷え, 5도)

시원한 물향과 알콜향이 청명하게 올라서

서늘한 상쾌함으로 전해지는 게 매력적이야

아오모리나 홋카이도 같은

북쪽 지방에서만 전해지는 느낌으로

얼음에서 녹아나서 서리가 피는 물 같달까

무츠핫센(陸奥八仙), 카미카와타이세츠(上川大雪)

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잘 전해지지

특이하게 홋카이도 주조미

키타시즈쿠(きたしずく)로 빚은 술 중에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어서 사과 껍질의 향기가 오르는데

청명함 덕분에 싱그럽게 전해지네

카프론산 계열 긴죠향에

알데히드가 섞여서 나는 것이라

화려하지 않음에도 선명한 것이 특징이야


잘은 미탄산과 옅은 떫음이 나는 것이

1회 열처리도 빙칸히이레(瓶燗火入れ)인가봐

덕분에 갓 딴 사과에서 흘러내린 과즙 같은

신선한 쥬이시함과 단맛이 머금어지고

산뜻한 신맛이 나타나 신선함을 북돋아줘

쥬이시함, 단맛에 신맛이 섞이면서

청포도 과즙 같은 느낌도 주지

깔리는 드라이함과 상층의 신맛을 따라

상쾌한 물맛과 함께 말끔하게 이어지는데

기존 사케들과 달리 윤곽이 불투명한 느낌이라

감칠맛이 말갛게 풀어진 것처럼 전해져

바닥과 지붕이 있는데 벽이 없는 집이랄까

여기에서 요즘 덴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텐데

쥬이시한데 응집된 느낌이 아니라

쥬이시함이 그대로 넘어오는 느낌이니

이상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

무츠핫센은 벽, 지붕 모두 없는 느낌이라

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

그렇게 사과 쥬스 같은 맛이 나다가

특이하게 중반에 쌉쌀함이 등장해서

한번 맛을 조여주고 자극감을 주기에

그래도 사케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

그것에 밀리지 않고 말랑한 감칠맛과

도톰하고 보슬한 쌀맛에 이어지면서

원래의 덴슈다운 모습도 보여주다가

물 같이 넘어가고 드라이함으로 끝나


재미있는 것은 상온으로 가까워질수록

쌀맛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더라고

차가울 때가 과실감과 쌀맛이

7:3 이나 6:4 정도의 비율이라면

상온에서는 반대로 역전하더라고

근데 그게 클래식의 것과는 다르게

깨끗히 씻은 하얀 쌀알을 물고 있는 느낌

그래서 쥬이시함이 크게 물리지 않지


아오모리가 해산물로 유명한 동네라서

일단 사사미 종류와는 다 잘 어울려

과실감이 있는 모던 타입들은

요리와 안 맞는 것이 일반적이지

왜냐면 과일이랑 회를 같이 먹지 않잖아

근데 덴슈 토쿠쥰은 긴죠향이 아니라

나마자케나 나마즈메에서 나는 알데히드

에서 비롯된 사과, 청포도 계열이라서

요리랑 먹었을 때 금방 날아가니까 그런 듯 해

쌀맛이 중심을 이루는 것도 이유이고

오도리랑 먹으니까 생새우의 신선함을

살려주면서 가진 단맛이 서로 잘 맞더라고

맛이 무거운 조림이나 장어덮밥이랑도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술 자체가 잘 만든 것임은 틀림 없다


-결-

논 한켠에 과일 나무를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