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쇼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 아지트 한두군데 있을꺼야
요리를 잘 하는 이들은 자기 집이면 충분하겠지만
(누군지 말은 하지 않겠지만 너무 부럽다)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은 결국 밖에서 찾아야지
스시야도 좋지만 아무래도 스시를 메인으로 두게 되니
술의 선택도 스시에 어울리는 깔끔한 스타일로 한정되더라
다양한 스타일의 사케, 그리고 쇼츄까지 커버하려면
결국은 요릿집이 제일이라고 나는 생각해

요릿집이라고 하면
이자까야가 가장 접근성이 좋겠지
사실 그들 안에서도 수준이 천차만별이야
모모마트의 반조리된 상품들 받아서 내는 곳이 하수
고정 메뉴더라도 재료를 손질해서 조리하는 곳이 중수
제철 재료들 직접 구하고 소스도 만들어 쓰는 곳이 고수
갓포나 가이세끼 같은 곳들도 있지만
단품 위주인가 코스 위주인가
메뉴가 고정인가 자주 바뀌는가가 다를 뿐
큰 틀에서는 다들 비슷하다고 봐

일본 요리는 슌(旬), 즉 지금의 계절감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들 하지
일본은 시장이 오랫동안 잘 유지되어왔기에
업자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도 
신선한 제철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
동네 마트의 생선, 육류, 야채 코너만 가봐도
얼마나 잘 분류가 되고 선도가 좋은지 알 수 있지
그래서 일본에서는 요리사도 기술만 잘 닦으면 
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시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좋은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 
대파만 하더라도 모두 그냥 대파이지
품종이나 생산지를 구분해서 팔지 않잖아
생선도 스시야 붐 때문에 그나마 나아졌다고 해도
산지에서 제대로 선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더라
돈을 더 주겠다고 해도 귀찮아서 싫다고 하는 경우가 많대
일본에서 배우고 온 요리사가 차린 업장에 갔는데
맛이 애매한 이유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오는 것이야
일본에서는 재료 손질과 만드는 것만 익히면 충분했는데 
한국에서는 직접 좋은 재료를 찾아다녀야 하거든
암튼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요릿집의 기준은
주인장이 얼마나 부지런한지에 따라 갈린다고 보면 돼

내가 아지트로 삼은 곳은 
고속터미널 인근에 있는 가이센이라는 식당이야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라
우리나라 스타일로 현지화된 일식 따위가 아니라 
일본의 어느 소도시에 있을 법한 작은 요릿집의 맛이야
여기 다니기 시작한지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언제 가더라도 그 시기에 나는 재료로 
그 시기의 맛을 담아주는 곳이야
일주일에 두번을 가도 메뉴가 완전히 같지 않지

파와 양파 같은 사소한 야채도
매번 경동 시장에서 직접 구입해오고
생선은 새벽에 노량진 시장에서 골라온다고 해
비싼 집이 아니라서 재료비에 한계가 있기에
사시미는 등푸른 생선 위주로 취급하는데
오히려 요즘은 이쪽이 인기가 많으니까 좋지
구성은 요릿집답게 전채, 사시미, 구이, 튀김 등이
순서대로 나오는데 틈틈히 작은 안주들이 별미야

메뉴는 6만원 짜리 안주 위주 코스
8만원 짜리 식사(온소바나 덮밥) 코스 
딱 두가지이고 대충 8~12개의 작은 접시가 나온다
단품도 있지만 날마다 재료와 요리가 달라서
오히려 가능비가 떨어지니 무조건 코스 추천
주류는 사케가 메인이고 쇼츄, 기린 병맥주, 화요까지
사케는 사칸도 나마자케들로 구성되어 있어
식대가 저렴한 만큼 사케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빙온 냉장고가 있어서 술 컨디션은 완벽하지
콜키지 가능한데 사케 기준 3만원이고 
8만원 코스를 주문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100% 예약제라서 적어도 하루이틀 전까지는
예약을 하는게 좋고 식대 선입급하면 예약 완료

몇가지 예를 들자면

이 집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안주인데
고춧잎을 간장 베이스 다시에 수일에 걸쳐
약불에 천천히 졸여낸 안주야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고춧잎이 나올 때
잠깐 만들어주시곤 하지
짭쪼름하게 응축된 것이 몽글하게 풀어지면서
고춧잎의 풍미와 맵쌀함이 은근히 올라오지
저거 한접시면 사케 도쿠리 하나는 뚝딱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이것이야

아마 시메사바랑 보우즈시는
이 집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스시야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내던 메뉴니까
비릿함은 없고 은은한 풍미와 말랑한 살맛이
나다가 지방의 농후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우지
클래식 사케와 함께 하면 그곳이 극락
겨울이 되면서 지방도 슬슬 오를테고
가장 맛있을 때가 가까워지고 있네

저렴한 제철 재료에 수고를 들여서
유니크한 맛을 내는 집이라 
본인 경험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주인장이 코다와리가 분명해서
희석식 소주 찾거나 하면 예약 안 받거든
블로거지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지
그렇다고 물거나 하지 않으니까
부담갖지 말고 예약 문의해봐라
1명도 예약 가능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위치랑 연락처는 네이버 검색하면 나온다

사케 글라스는 향 맡기 좋은 것 있고
내가 칸자케 가능하도록 기물 기증해뒀으니
주인장한테 이야기하고 편하게 써
나도 한달에 한번은 꼭 가는 집이니
오면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다음주에도 예약 넣어두었네
혹시 덕내 풍미는 사람 보이면
편하게 아는 체하도록 해
서로 여유되면 사케 나눠마시고 
술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러자

다른 이들 아지트도 궁금하네
괜찮으면 간단하게 라도 소개해주라
덕후들 아지트는 주인장도 비슷한 성향인
경우가 많아서 장사가 잘 되지는 않을테니
서로 한번씩 가주고 안 망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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