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푹 자고 자정이 넘어서야 술 깨고 글을 좀 적을 정신이 돌아오네요

토요일은 혼자, 일요일은 친구 두 명이 오전, 오후 차례로 와서 같이 돌았습니다.

시음을 한 기억이 있는 부스를 전부 체크해봤습니다.

첫날 페이스조절 실패해서 반쯤 인사불성인채로 마신 부스도 있긴 할 텐데 기억을 못 하는 술이 무슨 술일까요

근데 이렇게 체크하다 보니까 참 이악물고 많이도 돌았다 싶네요

첫날에 체력이 감당하는만큼 돌 수 있는만큼 많이 돌고 둘째날은 맛있었던 거 위주로 친구들이랑 같이 도는 식으로 했는데

친구 한 명은 오전에, 한명은 세 시쯤 오는 바람에 같은 부스를 세 번 시음 간 경우도 종종 생겼네요

근데 이렇게 되니까 필연적으로 첫 날 인사했던 분들한테 다음날 또 가서 "또 왔습니다 친구한테 맛있는 일본주 소개해주고 싶어서요" 이런 흐름이 되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첫 날 왔던 걸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했습니다)

여튼 기억에 남는 부스들 위주로 몇 개 후기를 적자면


1. 야마모토
워낙에 좋아하는 메이가라라서 처음부터 저 야마모토 팬이에요 박으면서 시음 받았습니다. 술도 술인데 일본 여성직원분 대응이 너무 친절해서 기억에 남네요
두번째날 오후에 부스 엄청 많이 돌았다고 하니까 물 마시면서 돌라고 물도 따라주시는거 감동함 ㅋㅋㅋ



2. 야마니쿠모가 & 토요노우메
최근에 야마니쿠모가 고오우고오우를 맛있게 먹어서 첫 날 가장 먼저 시음하러 간 부스들 중 하나였습니다. 대부분 프루티 쥬시하고 가벼운 스타일.
야마니쿠모가는 작년부터 주조를 시작한 고치현의 신규 메이가라인데 사장님이 원래 카메이즈미에서 술 만들면서 배웠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근데 옆에 토요노우메도 같은 고치현인데, 여기 사장님하고도 조금 얘기하다보니까 야마니쿠모가 사장님이 카메이즈미랑 싸우고서 독립해서 나온 거라네요 ㅋㅋㅋ



3. 사라

베스퍼, 폴라 시음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기도 혼자 한 번, 친구들이랑 한 번 갔었는데 두 번째 방문때 약간 줄도 없고 여유가 있어서
젊은 일본인 직원? 분에게 혹시 사장님은 아니시죠? 물어보니까 자기 사장 맞다고 ㅋㅋㅋ 39세라고 하시네요. 옆에 한국인 직원분이 아니 거기서 사장님 아니시죠? 라고 질문하는건 실례 아니냐고 농담조로 말씀하셔서 아니 너무 젊어 보이셔서 그랬다고...

사라 좋아한다고 하니까 한국인 직원분이 그럼 바로 저기 가서 사시라고 ㅋㅋㅋ 하필이면 사라부스가 지자케 CY판매부스 바로 옆이라 사겠다고 하고 사장님이랑 사진 한 번 찍었습니다.

묘한 압박감이 있는 부스였습니다. 결국 베스퍼 한 병 사왔네요



4. 겐비시
여기는 총 세 번 방문했습니다. 첫날 쿠로마츠 겐비시 칸자케에 반해서 한 병 구매했고, 다음날 친구 두 명 각각 끌고가서 시음시켜줬습니다.

친구 하나가 자기는 프루티한게 좋지 칸자케 싫어한다고 해서 안 먹어봐서 그런 말 하는거야 츄라이츄라이 했는데 다행히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다크초콜릿, 카라멜, 버섯 등의 향기

그리고 잠깐 얘기하다가 사장님이 호라이센 혹시 안 가봤냐고 자기 친구니까 가보라고 하셔서 호라이센으로 향했습니다.



5. 호라이센
겐비시 사장님한테 소개받아서 왔다고 하니까 아 그 키작은 아저씨? 하면서 웃으시더라고요

근데 지역도 전혀 다르고 (겐비시 효고현, 호라이센 아이치현) 사케 스타일도 전혀 달라서 어떻게 친해졌냐고 하니까 이런저런 국내외 이벤트에서 같이 다니는 일이 많아져서 친해졌다고 하시네요. 3일 후에 호주에서 열리는 일본주 이벤트도 있는데 거기도 같이 가신다고 합니다.

호라이센은 마셔 본 적이 없었는데 쥬시 프루티 모던한 스타일로 제 입맛에 맞았고 준다긴 한 병 구매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으니까(가격이 10만원정도로 제법 나갔습니다)

사장님이 혹시 살거면 자기가 선물 하나 주겠다고 해서 냉큼 샀습니다

호라이센 앞치마 받았습니다 ㅋㅋ 원래 주는건지 어떤진 모르겠는데 여튼



6. 미무로스기
유튜브 사케라보 채널에서 미무로스기 사장님이랑 함께하는 나라 여행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사장님 얼굴 보니까 일방적인 친밀감이 ㅋㅋㅋㅋ

워낙 사케를 맛있게 잘 만들고, 같이 간 친구 중 한명도 오늘 자기 베스트가 디오 아비타였다고 할 정도로 사케 초심자한테 소개하기도 참 좋은 메이가라인 것 같습니다.

견학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니까 견학은 안되지만 오미와 신사 앞에 새로 생긴 이마니시주조 양조장은 안에 들어가면 양조 과정같은거 밖에서 다 볼 수 있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좀 이해가 안 갔던게 아베, 본, 카제노모리 이런데는 시음줄 엄청 서던데 미무로스기 부스는 갈 때마다 너무 한산하더라고요. 시음 사케도 전혀 동이 안 나고... 우타시로랑 부스를 같이 써서 그런가?

하여간 이틀에 걸쳐 거의 4번쯤 들르면서 내적친밀감 MAX를 찍고 사진촬영 요청하니 흔쾌히 들어주셨습니다.




7. 라군
홉 사케 등 크래프트 사케를 만드는 라군

인터넷에선 종종 봤는데 실물을 보는건 처음이라 마셔봤는데, 내가 맥주를 마시고 있나 싶을 정도로 홉 향이 확 올라오는데 피니시가 일본주라서 너무 재미있는 술이었습니다. 결국 한 병 구매했네요

근데 크래프트 사케 말고 일반 니혼슈도 있어서 라군에서 일본주도 만드냐고 물어보니까
일본 국내에서는 일본주 면허가 없으면 일본주를 못 팔지만 수출용으로 만들어서 해외에 판매하는건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라군의 크래프트 사케가 아닌 니혼슈는 해외에서만 마실 수 있다고...



8. 리브롬
연이어 크래프트 사케
달달한 허브향으로 마시기 편한 느낌. 근데 쌀 정미율이 92%라 해서 놀랐음
유키님이 여기 계신지 모르고 그냥 줄 서있다가 어? 싶었네요
친분도 뭣도 없지만 그냥 내적 친밀감 하나로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하니까 같이 셀카찍자고 하셔서 감사했습니다 ㅋㅋㅋ




9. 하루시카
갤에 홍보글 올라온 것도 있고 해서 가려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계속 많아서 안 가고 있다가 이틀째 오후 좀 한산해진 타이밍에 가 봤습니다
하루시카 하면 카라쿠치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달고 감칠맛이 있는 라인업들도 있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잠깐 사카마이 얘기를 했는데 일본 쌀값 폭등 때문에 원래 주조호적미를 만들던 농가가 일반 식용쌀로 바꾸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주조호적미가 키우기 어려워도 비싸게 받는다는 이점이 있었는데 이제 식용쌀이랑 가격차이가 안 나 버려서...
그래서 앞으로는 양조장에서 어떻게 좋은 쌀을 선점할것이냐가 문제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보니까 역시 맛있는 술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사람인 것 같습니다. 부스에서 마신 술 맛보다도 부스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네요. 좋은 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준다고 했나요?

밤이 늦었습니다. 푹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