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들 중의 댓글에서
카제노모리 노맛이라는 이야기가 있길래
생각나는 대로 한번 풀어볼라고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시작하자면
카제모노리 맛있다 라는 거

지금이야 나마자케가 흔해졌지만
실은 상품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1988년에 쿨편(냉장 배송 시스템)이
일본 전국에 시작되면서 유통은 물론
생산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지
나마자케는 상온에서는 몇일만에 맛이 변하기에
신슈가 나오는 시기에 양조장 인근 지역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이었는데
냉장 배송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국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
지금도 그렇지만 사케는 열처리 2번과
숙성을 해서 내는 것이 기본이었기에
실제로 나마자케가 대중화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야

카제노모리의 시작은 1998년으로 
나마자케의 선구자적인 존재라고 해
무첨가, 무여과 무가수, 무가열
4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메이가라로
신선함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기에
모로미의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독자적인 술짜기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어
그래서 요즘의 스파클링 사케들만큼은 아니지만
미탄산이 강한 편에 속하는 술이지

국내 처음 수입된 것은
카제노모리 쥰마이 아키츠호
아키츠호는 나라현의 식용쌀인데
덕분에 나마자케를 저렴하게 낼 수 있었지
싸지만 맛있는 나마자케라는 이미지로
카제노모리는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해
일로에서 카제노모리 수입을 했을 때는
국내에 나마자케 자체가 아예 없었어
국내 최초 나마자케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서울, 부산 위주로 판매가 시작되었고
임팩트 덕분에 비싼 가격에 팔렸지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후에 여러가지 시리즈가 수입되었는데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현지가는 오마치가 더 비싼데
국내에서는 아키츠호가 더 비싸
당연히 고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입사에서는 바꿀 생각이 없어보이더라고

카제노모리는 나마자케의 선구자답게
신선함을 살리는 것에 집중한 술이야
그래서 잘 보관된 물건은 오픈 할 때
뽕 하는 소리와 함께 
안개 같이 탄산이 날아가면서
모로미의 향기가 올라오지
발효 중인 막걸리의 향기랑 비슷해
현지에서는 질소 충진을 하는게 아니냐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을 정도니까
맛을 보면 강렬한 탄산감과 더불어
모로미, 라무네, 쌀가루의 풍미가 올라와
물이 초경수라서 드라이함과 쌉쌀함이
베이스를 이루고 농후한 감칠맛과 
과실의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지
탄산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술이 가진
향과 맛에 잘 드러나지 않기에
탄산을 날려보낸 다음 마시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이야
807 시리즈 경우 정미보합 80%라서
저정미주 특유의 잡미가 나는데
이게 탄산과 어우러지면서
와일드한 자극감을 주니 좋더라

문제는 컨디션이 나쁜 것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지
소매점에서 구매했을 때도 그렇고
업장에서 시켰을 때도 가끔 그렇더라
열화된 카제노모리는 앞에서 말한
모로미 같은 향기가 없고
동물털의 꼬순내(나마히네카)가 난다
탄산은 약하거나 금방 날아가고
농후한 단맛 위주이며
쓴맛, 떫은맛이 도드라지지
아마 카제노모리 노맛이라고 한 사람도
컨디션 엉망인 것을 마셔서 그럴꺼야
혹시 이런 상태의 것을 만나면
조용히 뚜껑을 닫은 다음에
업장이나 수입사에 환불해달라고 하면 돼
다행인 것은 일로가 콜드 체인으로
수입망을 개선해서 요즘은 괜찮은 것 같더라

술과 양조장에게는 죄가 없다고 봐
술 관리를 엉망으로 하는 쪽이 문제겠지
정말 카제노모리가 별로라면
전국 유명 주판점에서 팔 리가 없겠지
나중에 현지에 가면 신선한 것으로 꼭 마셔봐
이렇게 맛있는 술이었나 싶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