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를 열심히 마시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잔으로 넘어가게 된다
장비발 세우게 되는 것은 만국의 진리니까
잔은 소재부터 모양, 사이즈까지 워낙 다양하니까
오늘은 글라스에 한정해서 이야기해보자

비추천

1. 글랜커런 글라스
위스키 시음할 때 많이 쓰는 잔이고
주딱 사진에도 자주 보이니까
익숙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이걸 메인잔으로 쓰는 국내 이자까야나
사케바들도 있으니까 더욱 그럴테고
를랜커런 글라스는 위스키 같은 고도수
주류에 특화된 잔이라고 생각하면 돼
도수가 높으면 알콜이 빨리 날아가고
더불어 향기 성분 또한 증발이 빨리 되니
그것을 가둬주면서 천천히 풀어지도록 하는
사이즈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지
맛을 볼 때도 알콜이 자극적이지 않고
천천히 머금지면서 오래 느낄 수 있도록 
혀 가운데 부분에 집중적으로 떨어지도록 
림을 좁게 만들어 놓은 잔이야
여기에 사케를 따라서 마시면
향이 다양하게 느껴지지 못하고
특정향만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어
맛 역시 다양하게 느끼기가 어렵지
이런 잔에서 디테일한 시음기를 뽑아내는
주딱이 정말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2. 레드 와인 글라스
부르고뉴, 보르도는 물론이고
레드 와인 전용잔은 사케에는 좋지 않아
잘토 유니버셜 글라스 라고 하는
레드, 화이트 겸용으로 좋은 잔을 쓰는
고급 스시야들이 종종 눈에 띄던데
그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해
와인잔 특히 레드 와인잔은 
기본적으로 산화를 충분히 시킴으로서
포도와 숙성에서 기인하는 다양한
향기 성분을 펼쳐내는 것이 목적이야
탄닌을 완화시키기 위해 림의 입구 또한
넓게 만들어놓은 것이 특징이지
사실 사케는 와인처럼 향이 다양하거나
향의 세기가 강하지는 못해
때문에 레드 와인잔에 마시면
처음 따르면 향이 다양하고 풍성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향이 날아가버린다
볼이 넓어서 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기에
맛 또한 금새 풀어지는 것도 문제야

3. 리델 사케 글라스
리델 비늄 준마이, 리델 비늄 다이긴조
이렇게 두가지가 국내 수입이 되고 있어
비늄 쥰마이는 칵테일잔 비슷하게 생겼는데 
일반 쥰마이가 아니라 코슈 전용이 아닐까 싶어
향을 잡아두는 볼이 없으니 향은 잘 느껴지지 않고
맛도 너무 넓게 퍼트리다 보니 애매하게 느껴지더라
리델이 다른 라인업은 일본보다 싼데
희안하게 사케 글라스들만 비싼 것도 문제야
비싼데다 크고 무겁고 두꺼우니 효용성도 떨어지지
비늄 다이긴조는 잔의 형태와 용랑은 딱이야
이름처럼 다이긴조를 위해 태어난 잔이지
문제는 비눔 시리즈는 머신 메이드라서
두껍고 무거운데다 우리나라는 비싸다는 것
잔 자체는 좋지만 가성비가 떨어져
일본에만 파는 수피리제로 다이긴조 글라스는
핸드 메이드라서 너무 가격이 올라가더라


추천

1. 잘토 화이트 글라스
잘토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 전용잔이야
와인잔 치고는 조금 작은 편으로
오크 숙성하지 않은 화이트에만 쓸 수 있으니
인기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사케 마시기에는 더 적합하더라
림이 적당히 좁아지는 형태라서
향과 맛이 잘 집중되는 것도 장점이지
핸드 메이드 크리스탈로
가볍고 얇지만 그만큼 잘 깨진다

2. 리델 화이트 글라스
앞의 리델 다이긴조 글라스와 
비슷한 형태, 용량을 갖으면서
더 얇고 가벼우며 싸다면 좋겠지
리델 베리타스 시리즈 중에서
소비뇽 블랑, 샴페인 글라스가 그렇더라
살짝 용량이 크기는 하지만
써봤을 때 느낌이 상당히 좋더라
너무 향이나 맛을 펼쳐주지 않고
적당히 모아주는 클래식한 형태라서 그래
베리타스는 핸드 메이드이지만
비눔에 비해 고가 라인업이라서
두께도 얇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야
2개씩 묶어서 판다는 것이 단점인데
1개만 필요한 경우라면
최근에 머신 메이드로 출시된
리델 수퍼리제로 리슬링을 추천한다
신상이라 엄청 가볍고 얇아서
사케의 향과 맛이 선명하게 전해져
스템이 긴 키다리라는 것이 특징인데
미적으로는 좋고 휴대성은 떨어지지


기타

위 물건들은 
국내 정식 수입품들이라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을꺼야
세일할 때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검색해보고 찜해뒀다가 사거나
와인바 세일할 때 사면 될꺼야

정식 수입이 안되는 것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쇼토쿠 우스하리 다이긴죠가 있겠네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될텐데
딱히 비추천도 추천도 아니라서 따로 뺐어
이름처럼 다이긴조 전용잔으로 나온 것으로
향의 발산과 저장에 용이한 형태와 사이즈라서
긴죠슈 마시기에는 괜찮은 잔이라고 생각해
유리라서 입술에 닿는 촉감이 둔하다는 것과 
림이 튤립 형태라서 쥰마이슈들은
맛이 얇게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아쉽지
대신 스템이 없으니 쓰기에는 편하다
살려면 가급적 나무케이스 딸린 것으로 사라
사과나 배를 싸는 스티로폼 주머니에 
잔을 담은 다음 나무 박스에 넣으면
왠만한 충격에도 깨지거나 하지 않더라

개인적으로 키무라 글라스 좋아해
스템이 짧은 것이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안정감과 휴대성에서 좋더라고
근데 얘네들 코로나 이후로
전 라인업 가격을 두배 가까이 올려놔서
가성비 생각하면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
일단 모양과 용량은 피콜로가 딱인데
머신 메이드라서 그닥 추천하지 않아
키무라는 핸드 메이드와 머신 메이드의
완성도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거든
와인과 사케 겸용으로 쓰기에는
까바(CAVA) 15oz가 좋더라
사케 마시기에는 조금 용량이 크지만
발향 자체는 압도적으로 좋다
사케 전용으로 추천하는 것은
마이 글라스(mai glass)와
코지타니 글라스(kojitani glass)
취향에 따라 선택이 나뉠텐데
코지타니는 휴대용 박스 동봉인 대신
가격이 거의 70%는 더 비싸더라

마크 토마스 와인잔도 괜찮아
더블 벤드 화이트, 스위트 
두가지가 사케용으로는 괜찮겠더라
독특한 디자인이 호불호가 갈릴텐데
화이트는 리델하고 사이즈 비슷하니 좋고
스위트는 키무라 글라스처럼 스템이 짧고
용량이 적은 편이라 사케에도 적합하겠다


위에 언급한 잔들의 대부분은
내가 직접 써봤거나 갖고 있 것이라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는 다를 수 있어도
성능에 대해서는 아마 비슷하게 느낄 꺼야
깨질까봐 걱정되서 못 쓰는 경우도 많을텐데
유리, 크리스탈 글라스는 언젠가는 깨진다
쓸 때마다 대여료를 문다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대부분 잔을 씻을 때 깰텐데
술을 마시고 잔을 씻는 것은
음주운전과 같다고 생각하면 돼
술을 마신 다음 잔에 물만 채워뒀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닦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히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와인바 사장들이 많이들 이야기하더라

다들 사케는 10만원 넘는 것도 잘 마시면서
그걸 담는 잔에 돈을 아끼는 건 이상하잖아 
나쁜 술을 좋은 잔이 맛있게 해주지 못하지만
좋은 술을 더 맛있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은 맞다
그러니 잔에도 적당히 투자를 하고
갖고 있는 잔도 앞으로 열심히 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