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해서 곤히 잠들어 있던 사슴 두마리를 강제로 해체

니혼슈 아키시카의 쿠라 자체 숙성주는 ’오쿠시카‘라 불림


- 스펙

좌 : 오쿠시카 2020 히이레 야마다니시키 정미보합 60% 18도 / 2023년 4월 병입으로 자체 3년 숙성주 / 협회 7호 효모 / 니혼슈도 +8 산도 2.5 아미노산도 1.6

우 : 오쿠시카 2020 나마 어마다니시키 정미보합 60% 18도 / 2023년 5월 병입으로 자체 3년 숙성주 / 협회 7호 효모 / 니혼슈도 +8 산도 2.5 아미노산도 1.6

먼저 레이슈부터 상온까지 서서히 올려가며 시음

- 나마 : 상큼한 모던계를 연상시키는 설익은 감귤류의 향이 잠시 보이다 옅은 유산취와 함께 숙성주의 향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결코 과하지 않으며 모던과 클래식의 패권을 놓고 양쪽을 격렬하게 저울질 지속
온도가 점차 올라감에 따라 클래식에 가까워지나 카보스 과즙과 같은 시트러스함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줘 감미가 배재된 산미 위주의 팔레트로 인해 니혼슈로 만든 카보스 리큐르를 연상케함

- 히이레 : 나마와 결은 같으나 산미가 줄고 둥글어진 향과 맛에 클래식으로 조금 더 치우친듯함 
유산취에 비해 옅은 바닐라, 흑설탕 따위의 뉘앙스가 짙어지며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그 강도가 강해져 밸런스가 무너지며 굵직한 클래식의 베이스에 모던의 향취가 곁들어진 정도로 변모

반쯤 마셨으니 슬슬 깡을 조질 타이밍

이상하게도 깡을 하니 히이레 버전은 살짝 탁해지며 색도 진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쳐두고 누루깡에서 죠깡을 거쳐 토비키리깡까지 올려봄

- 나마 : 누루깡까지는 상온에서까지의 맛과 향을 유지하다가 오쵸코가 살짝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전체적인 술의 퍼포먼스가 확 무너지는걸 체험
술을 데우는 것으로 자칫 느끼해질수도 있을 유질감이 갑작스레 존재감을 드러내자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산미와 과실계의 향이 무너지고 그 틈을 타고 어줍잖은 누룩향과 시로미소의 향이 바닐라와 뒤섞여 찝찝하게 온 혀를 유린하여 깡을 중단

- 히이레 : 나마와는 완전히 반대로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기깔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줌
바닐라와 흑설탕의 달콤한 향과 맛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상온까지에서 여리여리하던 주질이 두껍고 꽉 차게 변해 혀 전체에 은은한 압박감을 전달해주며 어중간하던 산미는 존재감은 유지하되 모서리가 마모되어 부드럽게 다가와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짐



나마나 히이레나 각자의 장단점이 있어 택일하여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

숙성주에서 모던과 클래식의 팽팽한 줄다리기하는 모습과 경쟁 후의 열기에서 오는 각자의 빛나는 색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데 다음은 뭘 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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