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내 정식 수입된 사케들도
가급적 마셔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가격이 높고 소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현지에 구매하러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구도 배대지나 관세 편차가 워낙 크다 보니
마음 편하게 정식 수입품 마시는 것도 괜찮다고 봐
물론 콜드 체인을 유지하는 수입사 한정으로 말이지

근데 우리나라 사케 시장의 문제가
사케바(니혼슈바)가 거의 드물다는 것이지
서울에 사케바가 많은데 무슨 소리냐 할 수 있는데
내가 말하는 사케바는 잔술을 제대로 취급하는 곳이야
바틀로만 파는 곳은 나는 그냥 이자까야라고 본다
세금 때문에 사케가 비싸다 보니
잔술로 돌리기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그런 고민이나 노력을 않는 곳이 대부분이지
술에 대한 설명 자체를 듣기 어렵거나
수입사 브로셔 그대로 읽어주는 곳 뿐이고
본인이 마셔보고 파는 곳은 아마 거의 없을꺼야
그러니 술 컨디션에 문제가 있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더라

암튼 각설하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마포역 인근의 사케바 늘잇에 가봤다

작은 골목길에 있어서 운치가 있더라
딱 아는 사람만 찾아갈 것 같은 위치야

내부 인테리어와 냉장고 사진이야

사장님이 지난주 결혼하느라 바빠서
술을 많이 채워두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더라
다른 수입사들로부터 열화 크리 몇번 맞고
지금은 쿠마가이 위주로 쓰시는데
취급 수입사 늘릴 예정이라고 하네

첫번째 잔술

카모니시키(加茂錦) 니후다자케(荷札酒) 비젠오마치(備前雄町)

나마즈메(生詰) 버전이기도 하고 
쿠마가이가 술 관리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
술의 컨디션은 충분히 좋았다 

소다, 배의 풍미와 더불어
적당한 쥬시함, 말랑한 쌀맛, 깨끗한 물맛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더라
니가타현 뉴에이지의 대표 주자인데
요즘은 오히려 쌀맛, 물맛에 충실하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로는 전보디 한단계 더 발전한 느낌이야

첫번째 안주

들어보니 모노로그에서 일하셨다더라
그래서인지 요리가 이자까야는 이미 넘었고
요릿집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더라
사시미의 경우 선도도 손질도 숙성도 좋았다
적어보이는데 피스마다 볼륨이 있어서
혼자 안주로 하기에는 충분했다

두번째 잔술

나베시마(鍋島) 뉴문(New Moon) 쥰마이긴죠 시보리타테(しぼりたて) 나마(生)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나베시마
그 중에서도 겨울 한정으로 나오는 뉴문이야
이거 사러 일부러 후쿠오카에 가는 사람들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닥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오야마니시키(雄山錦)라는 쌀이 조생종이라서
일찍 양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구조감, 밀도감이 떨어지기에 나는 좋아하지 않아
신슈(新酒)의 신선함과 와일드함을 즐기기에
좋은 정도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

오픈한지 4일 + 마지막 잔이라
(그렇다면서 술값을 덜 받더라고)
열화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술 자체의 특징을 보기에는 충분한 상태
배의 풍미와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같은
농후한 감칠맛이 부드럽게 크리미하게 나더라
단맛이 녹진하고 화함이 도드라지는데
이는 열화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네

안주 2개, 잔술 2개 
더 시켜서 마시고 왔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술 컨디션에 신경을 많이 쓰시더라
본인이 먼저 마셔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만 파시더라고
1.8L의 잔술은 1.3 720ml의 잔술은 1.6으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취급하는 술의 대부분을 잔술로 낸다니까
충분히 수긍 가능하다고 생각해

마포라는 사케 불모지에서
직장인들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사케바 찾는 갤러는 언제 한번 들러봐
사장님이 사케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많아서
술에 대한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