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나라(奈良)현에 위치한
치요슈조(千代酒造)의 메이커스 디너에 다녀왔다

나라현은 보다이모토(菩提酛)의 발상지로
카제노모리(風の森), 미무로스기(みむろ杉)는
다들 익숙할텐데 스이류(垂龍)도 그렇지만
시노미네(篠峰)가 지역에서의 인지도는 더 높다

치요슈조는 치요(千代)가 기본이고
쿠지라(櫛羅)와 시노미네(篠峰)까지 
3가지의 메이가라(銘柄)로 구성되어 있다
치요는 원래부터 빚어오던 술이고
쿠지라는 양조장 주변의 논에서 직접 재배한
야마다니시키(山田錦)로 빚는 시리즈
시노미네는 다른 양조장들처럼 농가로부터
구입한 다양한 쌀들로 빚어내는 시리즈

사카이 테츠야(堺哲也)씨

치요슈조의 쿠라모토(蔵元)이자
양조 전체를 통괄하고 있는
시노미네 그 자체인 분이시다
토지(杜氏)는 젊은 친구에게 물려줬지만
여전히 양조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더라

메이커스 디너가 국내에 열리면
나는 가급적 가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술을 빚는 사람을 만나보면
그 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카이(堺)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조심스러운 성격이시면서
여전히 양조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더라

시노미네와 요즘 사케 시장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소개하시면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지나치게 맛있는 술을 빚지 않으려고 한다
(美味しすぎるお酒を作らないようにしている)
잉?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향이 분명하고 새콤달콤한 술은 
한입 마셨을 때는 좋지만
마실수록 질리기에 매일 마실 수는 없다
자신들의 술은 요리와 함께 했을 때
술과 요리가 다양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빚는다

다양한 라인업의 시노미네(篠峰)

어찌 보면 식중주로 좋은 술이라는
흔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데
시노미네, 쿠지라를 마셔보면 느낄 수 있듯이
일반적인 사케들과는 꽤나 다르다

동향의 카제노모리처럼
탄산감과 신선함이 돋보이지만
그것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담아내고
산뜻한 때론 새콤한 신맛이 분명히 나지만
자기 주장을 드러내기 보다 맛의 윤곽을 다듬고
골격을 분명히 하는 역할에 충실한다

쌀의 정미와 씻기, 침지에 공을 들이기에
정미보합에 비해 깨끗한 쌀맛이 나고
그것이 약연수인 물맛에 의해 상냥하게 전해지며
베이스의 드라이함과 상층의 신맛이
전체적인 맛의 골격을 탄탄하게 잡아준다

쿠지라의 시작이 1997년
시노미네의 시작이 2000년이니
쥬시하고 새콤달콤하기에
직관적으로 맛있게 전해지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맛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임 클래식이라던가
호쥰우마구치(芳醇旨口)로 분류하기도 애매해
이날 다양한 라인업을 마셔보니
전체적인 통일성이 뚜렷하게 느껴지더라
시노미네는 그냥 시노미네라는 느낌

사카이씨는 사케 양조장 이전에
야마나시(山梨)현에 자리한
그레이스 와이너리(グレイスワイナリー)에서
근무하신 독특한 경력이 있다
아라마사(新政) 이후로 신맛이 사케에서
맛의 일부로 인정받게 되었지만
훨씬 이전부터 시노미네는 신맛이 특징이었다
와이너리에서의 경력 때문이구나 
지금껏 짐작하고 있었는데 아니더라

시노미네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쌀을 충분히 녹여서 드라이하게 빚되
아미노산을 줄여서 깔끔한 술로 완성하는 것
쌀을 충분히 녹이기 위해 강한 누룩을 만들고
충분한 기간을 들여 발효를 하기에
카스부아이(粕歩合)가 20% 내외라더라
카스(粕), 즉 술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충분히 발효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신맛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네

카스부아이(粕歩合)는
백미(白米) 대비 카스(粕)의 비율
이게 높으면 카스가 많이 나오는 것이고
낮으면 적게 나온다는 이야기지
보통은 25~30%로 하는데
시노미네는 20%까지 낮춘 것이다
장반대의 예로 들려주신 것이 아라마사(新政)
무려 50%까지 높인다고 하더라
물을 첨가(追水)하지 않고 
저도수원주를 완성하기 위해
쌀을 충분히 녹지 않은 단맛이 있는 상태에서
술을 짜서 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술이 비쌀 수 밖에 없다더라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이 단순히 
좋다고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케가 가진 카테고리를 넓혀주기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주시더라

효고(兵庫)현이 가까워서 그런지
반대로 겐비시(剣菱)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겐비시야 말로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지
생산량이 많은 양조장임에도 불구하고
야마하이(山廃), 수작업을 고집하고
블렌딩과 숙성을 통해 맛을 완성한다
100년전의 겐비시의 맛과 지금의 맛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단언할 정도니까
온도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는
데우면 더욱 좋은 사케다움이 돋보이지

그런 겐비시가 점차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시더라
소비자들이 점점 차가울 때 맛있는 술
새콤달콤한 술만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좋은 술은 차가울 때도 상온에서도
데웠을 때도 맛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고
시노미네와 쿠지라가 나마(生) 위주지만
다양한 온도에서 맛있도록 빚고 있단다
최근에는 나마의 숙성에 대해서도 공부하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노미네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은
기본급이 충분히 맛있다는 것이다

시노미네 쥰마이 우스니고리(うすにごり)는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고
콜드 체인으로 와서 컨디션이 훌륭하니
사카비토에서 소매로 구입해도 되고
업장에 보이면 한번 마셔봐라
탄산감과 신선함이 돋보이면서
부드러운 쌀맛이 신맛과 함께 가볍게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술은
시노미네 링링(凛々) 쥰마이긴죠
시노미네 반슈(晩秋) 로쿠마루(ろくまる) 쥰마이긴죠
둘 다 오마치(雄町)인데 오마치스럽지 않다고 할까
시노미네다움이 기본을 이루는 가운데
링링은 PVC 파이프처럼 반듯하고 단단한 맛이
반슈는 숙성에 의한 도톰한 감칠맛이 더해져서 좋다

산미 좋아하는 갤러들은
시노미네 쥰마이긴죠 이세니시키(伊勢錦)
시노미네 블랑(blanc) 쥰마이다이긴죠 추천한다
본래의 신맛에 6호 효모의 신맛이 더해져서
시트러스 같은 풍미와 새콤함이 가볍게 나니
옛날 아라마사 생각이 많이 나더라
야키토리와 함께 하면 딱 좋겠다 싶었고

여름에 직구한다고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돈 조금 더 주더라도 컨디션 괜찮은 술 마셔라
이번 기회에 시노미네처럼 덜 알려진 좋은 술들도
경험해보면 경험치 증진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럼 늘 즐거운 사케 생활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