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게임은 공포감을 높이기 위해 플레이어를 무력하게 만들어
그래서 대체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해야 하지
액션 게임조차 조작감이 안 좋다던가 시야가 어둡다던가 자원이 부족하던가 해야 하고
정통 게임들은 아예 그냥 괴물을 피해 도망치기만 해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가 진짜 아무것도 못 하면 안 돼
무슨 선택을 하건 어떤 플레이를 하건 똑같이 괴물에게 잡혀버린다면
플레이어는 오히려 무서움을 전혀 안 느낄 거야
왜냐면 공포라는 것은
플레이어 자신이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했고, 그래서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이 안 좋은 상황에 쳐하게 됐다는 불안감에서 나오는 것이거든
그런데 자신이 뭘하든 똑같은 결말로 이어지면
그 결말이 좋든 나쁘든, 그 게임은 자신과 상관 없는 세상으로 여겨지지
이건 공포 게임 뿐 아니라 모든 게임이 그래
그리고 사람의 인생도 그렇고
내 인생은 이제 내가 무엇을 하던 변하지 않아
물론 뭔가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그 변화에 어떤 의미나 가치가 있지는 않을 거야
똥에 파묻혀 죽느냐 석유에 파묻혀 죽느냐 정도의 차이
이건 내 힘이 다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고
세상이 너무 멀어져서 더 이상 상호작용 할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더 이상 이 세상의 변화에 내가 그 어떤 의미나 가치를 느끼지 못 해서 그럴 수도 있어
어느 쪽이든, 내가 무엇을 하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나는 이 게임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그래서 더 이상 이 게임은 나에게 현실감을 갖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이 게임에서 일어날 일이 무섭지가 않아
분명 그 일은 끔찍하겠지만
어차피 내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뭘 하든 어차피 닥칠 일이잖아
그러니 무섭지가 않아
그래서 앞으로에 대해 조금도 대비하지 않고,
어떤 문제를 고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초조해 하지도 않아
단지 무섭지 않다는 사실이 어딘가 슬프게 느껴질 뿐이야
무슨느낌인지 알거같다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