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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애비가 입에 달고 살던 ‘멀쩡하게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라’라는 말이 참 같잖게 느껴짐.


무슨 말이냐면, 사실 우리가 길거리 돌아다녀 봐도 장애우보다 멀쩡한 사람들이 훨씬 많잖아? 외모를 떠나서, 팔다리 눈코입 멀쩡하게 달린 사람들 말이야.

자식을 멀쩡하게 낳는다는 건 사실 부모로서 디폴트값임. 물론 장애우를 낳은 부모가 문제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님. 

다만, 압도적인 다수가 정상인인 상태에서 정상인 아이를 낳는 건 그냥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는 거지.


이직 시장도 구조가 똑같음.

예를 들어 내가 목수로 일하다가 이직을 한다고 치면, 기본적으로 목수가 하는 일들을 할 줄 아는 건 그냥 디폴트 값이잖아.  

난 목수 일은 잘 모르지만, 톱질하고 못 박고 기둥 세우는 것 같은 게 기본이라 치면 이건 다른 목수들도 다 똑같이 잘하는 거임.


자, 그럼 이런 ‘남들도 다 잘하는 것’만 가지고 이직을 하면 갈 수 있는 곳은 딱 두 군데임.  

지금이랑 비슷한 회사(옆그레이드)거나 아니면 좆소(하향 지원).

중견, 대기업 같은 상향 지원을 하려면 남들 잘하는 걸 똑같이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기서 +α가 있어야 됨.  

추가로 어떤 스킬이 있다든지,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든지, 뭐 그런 거.


그러니까 흙애비가 ‘멀쩡하게 낳아준 걸 감사해라’라고 말하는 건, 

좆도 난 그냥 남들하는것만큼 똑같이 하지만 연봉, 복지는 더 챙기고 대기업갈래요 이러는거랑 똑같은거지.


근데 또 대부분의 흙애비가 그렇듯, 집안 씹창 내놓고 애새끼 주눅 들게 만들고  

가재도구 다 박살 내서 옷도 제대로 못 빨고 곰팡이 냄새 풍기게 한 채로 학교 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잖아.

그러면 디폴트값조차 제대로 못 챙긴 거잖아. 이직으로 치면 옆그레이드도 못 하는 수준인 거지.  

나무는 자를 줄 아는데 길이는 제대로 못 재는 목수 같은 거.


결국 흙애비라는 인간은 지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일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조차 제대로 못 해놓고,  

거기서 딱 한 가지 한 걸 가지고 내가 너한테 다 해줬으니, 감사하고 부양도 똑바로해라 이지랄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대체로 개소리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