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랑 친척들만 만나면 꼭 듣는 말이 있음.


“부모님 힘드신 거 몰라?”


“네가 부모가 되어봐.”


이지랄임.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임.


그냥 나 안 낳았으면 되는 문제 아니었을까.


집안 배경부터 말하자면,


애비는 586세대고 국립대 나와서 공무원까지 했음.


근데 사람 자체가 존나 수동적이고 눈치도 없어서


평생 애미한테 욕먹고 휘둘리며 살았음.


더 좆같은 건,


그 모습이 그대로 나한테 복사됐다는 거임.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 못 하고


가만히 있는 병신 같은 성격.


거기에 심심하면 폭발하는 애미 덕분에 자존감은 어릴 때부터 박살나서


친구들 사이에선 항상 서열 꼴찌, 만만한 놈으로 굳어짐.


애미는 더 가관임.


싸이코패스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정 기복 심하고


지잡대 출신 열등감도 존나 심함.


전화만 하면 남 뒷담, 비교질이 기본이고


기분 나쁘면 그걸 그대로 애한테 풀어버림.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라니까


남 눈치 존나 보고


상대 기분 맞추는 데만 특화된 인간이 되더라.


자기 생각, 자기 주장, 자기 기준 같은 건


애초에 생길 기회가 없었음.


어른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그거 사회 나가면 제일 먼저 갈려 나가는 유형이다.


기본적인 사회성, 자기확신, 자율성은


부모가 옆에서 만들어가게 도와줘야 하는데


나는 그 튜토리얼 자체를 못 받았음.


공부도 못해,


잘 노는 법도 몰라,


꾸밀 줄도 몰라.


이 상태로 크면 인생이 잘 풀릴 리가 있겠냐.


성격은 점점 소심해지고


어두워지고


무기력해졌는데


그에 대한 조치는 단 하나도 없었음.


정신과나 상담센터라도 데려갔으면


전문가가 뭐라도 말해줬을 텐데


그럴 생각조차 안 함.


애미는 애비 탓,


애비는 틱틱거리기만 하고


정작 애미 앞에선 입 꾹 닫.


도와줄 사람 하나 없으니까


나는 애미 소리지르고 욕하는 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뭐냐면,


“왜 남들처럼 공부 못 하냐”


“왜 남들처럼 못 어울리냐”


이지랄임.


지들이 만들어놓은 결과를 두고


왜 결과가 이 모양이냐고 패는 거임.


나는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음.


부모는 다 이런 줄 알았고


자식은 다 이렇게 버티는 줄 알았음.


근데 알고 보니까


나만 이렇게 살고 있었더라.


왜 항상 무시당하는지


왜 늘 서열 맨 아래인지


전혀 몰랐음.


무시 안 당하려고 꾸며도 보고


유튜브에서 본 인간관계 팁도 따라 해보고


별 지랄을 다 해봤는데


결과는 똑같았음.


그러다 어제 문득 깨달았음.


나는 부모한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제대로 사랑받아본 적이 없다는 걸.


평범한 모습의 나는 늘 무시당했고


그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만만한 포지션이 된 거였음.


돌이켜보면


내가 광대짓 할 때만큼은


부모가 웃으면서 대해줬던 것 같음.


그래서 나는


사람이랑 관계 맺으려면


나를 깎아내리고 웃겨야 하는 줄 알았음.


자학 개그, 과장된 행동


마다하지 않고 눈에 띄려고 발악한 이유가 그거임.


근데 현실은 단순함.


처음 본 사람이 친해지겠다고


자기 몸 팔아가며 웃기고


쿠사리 줘도 가만히 있으면


그건 친구가 아니라


인간 샌드백임.


무리에서 서열 꼴찌, 심심하면 쥐어터지는 인간샌드백.


그래서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하나임.


내가 못나서 벌레취급 당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길러졌다는 거.


근데 더 웃긴 건,


이걸 깨달았다고


세상이 갑자기 친절해지진 않는다는 거다.


광대짓 하면 여전히 샌드백이고


말 세게 하면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고


가만히 있으면 병신 취급임.


결국 선택지는 둘 중 하나임.


계속 웃음 팔면서


평생 샌드백으로 살든가.


아니면


욕먹고 미움받더라도


이제는 선 긋고 혼자 버티든가.


아직도 정답을 모르겠음


근데 적어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는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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