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도망치고 숨고 내 책임과 의무를 게을리 했다


 대충 살았다


 단 한 번도 열심히 뭔가를 해 본 적이 없다


 글도 열심히 쓴 적 없고


 여자를 열심히 꼬셔본 적도 없고


 운동을 체계적으로 해 본 적도 없었다


 그게 두 달 전까지의 나고


 금딸도 성공해 본 적도 없고


 운동해서 이 정도로 근력이 향상된 적이 없었다


 그냥 나는 좋은 아버지는 못 되더라도


 자식에게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


 열심히 담배끊는 모습


 열심히 직장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거


 뿐이다


 내 인생은 어짜피 몇 십년 뒤에 끝난다


 내가 죽고 나면 어떤 아버지로 기억이 될까?


 이상한 장난을 많이 쳤던 아빠


 게으른 아빠?


 이상한 말을 많이 했던 아빠


 엄마를 매일 골탕먹이고 장난치던 아빠?


 맨날 누워서 폰만 들여다보던 아빠?


 자식한테는 책 읽으라고 공부하라고 하고 플스겜하던 아빠?



 아냐 운동 열심히 해서 힘이 존나 세고


 담배까지 끊은 독종아빠로 기억될거야


 금연 6일 성공해 본게 처음이니 앞으로도


 실패는 있을거다


 직장에서도 짤릴 수도 있고 대접 못 받을수도 있고


 사람들과 트러블도 있겠지


 짤리면 다른 회사 바로 가면 된다


 후진 회사라도 눈높이를 낮추면 다 갈 수 있다


 안 되면 페이까지 낮추면 된다 이 체력에 이 근력이면


 어딜가서도 이젠 무시 안 당할 자신 있다


 그래도 포기 안 하고 이젠 도망 안 친다


 도망치고 숨는 것도 지긋지긋해


 야동도 끊고 커피도 끊고 콜라도 끊고 아이스크림도


 끊고 초콜릿도 게임도 다 끊었다


 이젠 정말 내가 상대해야할 적은 담배 그리고


 나약한 내 정신 뿐임


 난 이제 아무 것도 두려운게 없어


 스스로 포기하는거 외에는 겁나는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