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별에서 보낸 어린시절의 추억

 : 어린 왕자에 투영된 생텍쥐베리의 편협한 유소년기



생텍쥐베리는 하늘을 날며 세상을 내려다보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자신의 발끝 즉 거대하고도 좁디 좁은 '내면의 행성'에 어른이 되어서도 머물러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순수하다고 생각했던 '동화 어린 왕자'는 사실 작가가 일생을 거쳐 탈출하고 싶어했던 어린 시절의 편협하고 독창적이면서도 그 괴상한 세계관과 그 속에 고립된 한 남자의 외로운 고백에 가깝습니다


1. 행성이라는 이름의 폐쇄된 내면


어린 왕자가 사는 소행성 'B612'는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좁고 폐쇄적입니다 이는 생텍쥐베리가 귀족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 누렸던 세상의 거친 풍파와 단절된  온실 속의 어린 시절을 의미하는데 어린 시절에 자폐끼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어른들의 세계를 숫자만 아는 속물로 규정하며 철저히 배척하는데 이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이 정해놓은 '순수'라는 틀에 맞지 않는 모든 것을 배척했던 그의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역설적이게도 순수한 존재가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2분법적 사고로 작가 자신이 의도했든 하지않았든 니 편과 내 편을 가르는 '이미 타락한 존재'라는 성악설을 증명합니다

 어린왕자가 행성을 두쪽낸다며 적대시하는 식물은 척박한 환경에 단지 살려고 발버둥치는 또 하나의 생명에 불과했으니까요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식물은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아이가 악할 뿐입니다


2. 장미와 여우: 

관계를 소유하려 했던 미숙한 자아


까다로운 장미와 길들여짐을 말하는 여우와의 관계에서도 생텍쥐베리 본인의 불우하고도 미숙했던 사랑의 방식을 투영합니다 그는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길들여져야 할 대상' 혹은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존재'로만 규정했습니다 이는 타인과의 대등한 소통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인을 소유물로만 인식했던 작가의 자기중심적인 인생의 반영입니다.



3. 추락한 조종사, 그리고 영원히 자라지 못한 소년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만난 어린 왕자는 사실 생텍쥐베리가 현실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따라다녔던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난 자신의 어린 시절'입니다. 

 한밤중에 뜬금없이 나타나 양을 그려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모습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데 저자 자신을 투영한 조종사는 당황하지 않고 양을 그려줍니다 계속 편집적으로 양그림에 집착하는 이 아이는 자폐이거나 편집증이거나 여하튼 최소 한 두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도 그려주어도 만족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결국 박스를 그려주고 니조때로 상상하라는데 아이는 크게 만족합니다 어릴때는 만족이라는 것이 현실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성장하면서 인생에서 만족이란 상상의 열매이고 인간은 결국 죽을 때까지 상상력 없이는 만족에 도다를 수 없다는 영원한 탐욕과 숙명적이고 벗어날 수 없는 결핍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니조때로박스인데 아이는 니조때로박스안에 지조때로 상상한 양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며 흐뭇해

합니다 불만족스런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상상력을 무한히 개발하는 것 뿐이라는 강한 암시입니다




작가 자신은 전쟁과 파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끝내 '찾을 수 없는 본질'만을 고집했습니다 이는 숭고한 통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직면한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지조때로박스로 숨어버리는 정신적 퇴행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동화 어린 왕자는 보편적인 인류애를 노래하는 듯하나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함에서 인간 특유의 악의와 소유욕 적대감 이분법적 흑백론 등 거의 모든 인류 역사의 인종학살과 '비인간적인' 악행을 불러왔던 가장 '인간적인' 편견과  몰지각을 보여줍니다


어린왕자의 이야기 이면에는 끝내 타인과 섞이지 못한 채 자신의 작은 별에서 해가 지는 것만을 바라보던 외로운 한 인간의 슬픔과 남과는 섞이지 못하는 비범한 고독이 서려 있습니다 생텍쥐베리는 어린 왕자를 책에서 죽임으로써 비로소 어른이 되려 시도했으나 그가 남긴 글은 성인이 된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 역시 자신만의 편협한 별에 갇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다른 생명을 해충이니 잡초니 나쁜 풀이니라고 미워해야 할 것인가 내 주변의 타인을 '길들이려'만 하고 내 소유로 하려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어린왕자는 결국 몸이 투명해져서 사라졌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닮은 유년의 유령과 더이상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성인이 되려 자신의 유년시절의 유령까지 목격자가 없는 사막으로 불러내어 죽여버린 작가는

 결국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몸의 색이 바닷물색처럼 투명하게

 변해갔습니다 마치 자신이 죽여버린 왕자의 유령처럼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