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의 우주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야말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상식이었다.


웜홀을 통해 몇 백 광년의 거리를 돌파하고 어디를 가든 인공지능을 볼 수 있고 나노기술을 통해 원자로 된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에 그것은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어린 아이들도 진공에서는 매질이 없어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한 우주선의 창문 앞에 서있는 한 남자에게는 상황이 사뭇 달라 보였다.


남자는 푸른 머리와 노란 눈을 지녔으며 상당히 젊은 편이었다. 고대의 지구 기준으로는 20대로 보였고 수명의 한계가 사라진 이 시대 기준으로는 고작 300살밖에 되지 않았다.


남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주를 여행하고 싶어했다.


때문에 남자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받는 기본소득을 아끼고 모아서 자신의 우주선을 주문 제작할 돈을 모았다.


이 시대에는 누구나 자신의 집에서 웬만한 것을 나노 조립기로 만들 수 있었지만 우주선은 가정용 나노 조립기로는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신의 우주선을 마련한 남자는 벅찬 마음으로 우주여행을 떠났다.


남자는 우주여행을 떠나면서 많은 곳을 방문했고 지금 남자가 있는 곳도 남자가 여행지로 택한 곳이었다.


때문에 풍경을 감상하러 우주선 창문 앞에 선 남자에게 있어서 어디선가 들리는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에 남자는 우주선 내부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자동 점검 시스템으로 우주선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내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은 소리는 우주선 밖에서 온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공기가 없는 진공의 우주공간에서 말이다.


“계속 소리가 나는데 원인을 알 수 있을까?”


남자가 말하자 공중에서 은발과 보라색 눈을 가진 여성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알겠습니다. 즉각 원인 분석에 들어가겠습니다.”


여성은 남자의 우주선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이었다.


이 시대에는 어디를 가도 인공지능이 보였으나 지성체로서 인정받는 AFI(Artificial Full Intelligence)는 인권을 지닌 존재였기 흔히 보이지 않았고 대신 자아가 없는 ALI(Artificial Limited Intelligence)를 많이 사용하였다.


여성의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관리 인공지능 역시 ALI 중 하나였다.


잠시 후, 관리 인공지능의 홀로그램이 남자 앞에 나타나 밝혀낸 소리의 원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 근방을 스캔한 결과 이 구역에는 벌크(Bulk, 4차원 시공간 바깥의 고차원 시공간)와 4차원 시공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생성된 이종입자들이 높은 밀도로 존재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밝혀낸 바에 따르면 해당 이종입자는 이 구역에 있는 물체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소행성 간의 충돌 같은 천체의 활동에 의해 해당 이종입자들로 이루어진 파동이 생성될 수 있고 이종입자로 이루어진 파동은 이 우주선에 전달되어 소리로 전환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이곳은 이상한 입자들로 차 있어서 공기가 없어도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예, 맞습니다.”


관리 인공지능의 설명에 남자는 표정을 찌푸렸다.


“우주선 전체에 방음 처리를 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우주선 전체의 방음 처리에 걸리는 예상 소요 시간은 대략 32시간으로 추측됩니다.”


관리 인공지능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아무래도 풍경 감상하기는 그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그동안 방음이 가능한 방에서 수집한 영상이나 보자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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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만든 기념으로 올리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