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님은 왜 별을 좋아하세요? " 제가 간혹 받는 질문입니다. 요즘은 꽤 자주 받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점은,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하기 망설여진다는 것입니다. 질문의 저의는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문과(비록 사회과학 계열이긴 하나)이며, 이 때까지의 활동도 별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별을 주제로 한 글의 작성도 24년 9월이 처음이었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갑자기 별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여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죠.
집착에는 이유가 있음이 당연합니다. 이유 없는 집착은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죠. 사랑에는 이유가 없는, 이유를 서술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천문을 사랑합니다. 천문을 성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고, 천문에 대한 제 감정은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게 느껴지더랍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봅시다. " 이해님은 왜 별을 사랑하세요? " 답을 해봅시다. " 빛나잖아요. "
명쾌한 대답은 아닙니다. 별이 빛나는 걸 누가 모르나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전세계의 80억 사람들 모두는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압니다. 빛난다고 좋아하면, 전구도 좋아하게요? 여러분은 전구를 좋아하십니까? 아니죠. 저도 전구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 빛나잖아요. " 이건 망설임의 결과입니다. 사랑의 이유를 굳이 서술하기 위한 회피고요. 참 웃긴데요. 피상적이지만, 망설임과 회피의 결과지만, 마냥 틀린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 참 웃깁니다. 이번 글은 천문을 사랑함에 있어서 그 경로를 찾아가는 제 이야기입니다.
제가 사회과학 계열의 문과라는 점을 이미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근데,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10여년 전 기억이 틀리지는 않았겠죠?) 저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사회에 본격적인 관심이 생긴 건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와서도 과학을 꽤 잘 했고요. 요즘 말로 문·이과 융합 인재라고 하는데, 제가 우리 학교에서 그 인재에 가장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간이 현미경도 사고, 방과후에 남아 컴퓨터실에서 굳이 수업까지 들어가며 온갖 것들을 시도하고, 과천과학관에만 가면 이거저거 보겠다고 싸돌면서 별의 별 걸 다 신기해하고······ 이 정도면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겠죠? 다들 그러셨나요? 아니라고 믿겠습니다.
우리가 과학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통은 특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미시세계를 보기 위해 현미경을 이용하고, 화학실험을 위해 이름도 생소한 물질들을 가득 가져다놓고, 물리도 그렇고요. 생명도 그렇죠? 이론이야 요즘 세상에 인터넷만 검색하면 수천 개의 질 높은 강의가 나오니 걱정이 없습니다. 언제나 실전이 걱정이죠. 실전의 진입 장벽은 접근을 어렵게 합니다.
제가 별을 제외하면 가장 관심이 많았던 과학 분야가 컴퓨터과학이었어요. 컴퓨터는 집에도 있고, 학교에도 있으니까.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이론은 몰라도 실전의 진입 장벽은 낮으니까. 모든 과학 분야 중 실전의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분야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별입니다. 천문이고, 천문학이고, 요즘은 천문물리학으로도 많이 부르죠? 우리는 24시간 별을 보고 삽니다. 낮에는 별이 안 뜨지 않냐고요? 태양도 별입니다. 달빛 때문에 별이 안 보인다고요? 달이 빛나는 이유는 태양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달의 빛도 결국에는 별에서 왔습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면, 우리는 언제가 되었건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대저택에 사는 엘리스나, 한국 달동네에 사는 민철이나, 고개를 들면 별은 누구에게나 그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그 어떠한 도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두 눈만 있으면 됩니다. 이것이 제가 별을 사랑하는 이유이자, 제가 대답을 망설였던 이유입니다. 이 긴 이유를 어찌 설명하겠어요? 이제 걱정이 없습니다.
" 이해님은 왜 별을 사랑하세요? " 다시 묻습니다. 저는 이 글의 링크와 함께 답합니다. " 빛나잖아요. 상상 뿐 아니라, 향유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빛나잖아요. "
진짜 잘 읽었음…
로망넘치는 글이구만
"빛나잖아요. 상상 뿐 아니라, 향유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빛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