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카와 문고 JA 1500번 기념 작품〉
최첨단의 아이디어를 가공 논문의 형태로 제시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증쇄를 기록한 SF 매거진 2021년 6월호 특집을 서적화.
새롭게 열두 편의 신작을 수록. 해설=간바야시 조헤이
■목차
■이상 논문・권두언 - 히구치 교스케
결정론적 자유의지 이용 개변 공격에 대하여 - 엔조 토
공간 파악 능력의 결여에 따른 차원 확장 레움어의 재해석 및 그 완전한 언어적 대칭성 - 아오시마 모지키
인디언 로프 트릭과 바즈라나가 - 루추차
청소와 청소용구의 인류사 - 마츠자키 유리
세계의 진리를 나타내는 다섯 장의 슬라이드와 그 해설 및 주석 - 구사노 겐겐
INTERNET2 - 기자와 사토시
뒤 아카식 레코드 - 이스루기 유바
프랑스 혁명 초기의 대공포(大恐怖)와 녹색 인간 문제에 대하여 - 다카노 후미오
『다원우주적 절멸주의』와 절멸의 지연──정적 기계・유전자 지뢰・다원우주 모빌리티 - 난바 유키
『아브디엘기』 단편 - 구가 무네쓰나
화성 환경하의 종교성 원충의 적응과 분포 - 시바타 가쓰이에
SF 작가를 쓰러뜨리는 법 - 오가와 사토시
제14595기 〈이상 SF 창작 강좌〉 최종 과제 강평 - 도비 히로타카
히구치 이치요의 다성적 에크리튀르──그 방법과 기원 - 구라카즈 시게루
베케트 강해(講解) - 호사카 가즈시
잠자의 날개 - 오타키 빈타
벌레→…… - 무기와라 료
오르간에 대하여 - 아오야마 신
사해문서(주4) 주해초 - 도리시마 덴포
장소(Spaces) - 가사이 고헤이・히구치 교스케
무단과 흙 - 스즈키 잇페이+야마모토 히로키 (이누노세나카자)
해설──최후의 레나디아어 통역가 - 한나 렌
왜 지금 나는 해설(이것)을 쓰고 있는가 - 간바야시 조헤이
■이상 논문異常論文・머릿말
히구치 교스케
본서는 〈이상 논문異常論文〉이라는 개념의 개발과 확장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여기에 있는 것은 고도로 압축되고, 금이 가고, 분열하면서 폭주하는, 기형과도 같은 사변의 굉음이다.
이상異常 논문은 과잉 사변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물론 그것은 충분조건일 수 없다. 이상 논문에는 내부에서 외부를 향하려는 의지의 운동이 있다. 영토를 벗어나, 스스로를 영토로 삼고, 또다시 벗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면서 해방하는 운동체. 자기 생성하는 사변 기계. 스페큘레이티브 엔진.
그렇다. 이상 논문이란 한마디로, 허구와 현실을 혼합함으로써 허구를 현실화시키고 현실을 허구화시키는, 끊임없는 사변의 운동체라고 정의된다. 혹은 그것은 사변의 생성 기관, 과잉으로 상상적=창조적이고, 자율 구동하는 기관──〈스페큘레이티브 엔진〉이라고, 사변 소설의 계보에서 자리매김한다.
확인하자. 이상 논문이란 하나의 픽션 장르이며, 정상 논문과 유사하게, 혹은 그것을 의태하여 쓰이는 이상 담론을 가리킨다. 거기서 논해지는 내용의 대부분은 가공의 것이지만, 그것은 이상 논문이며 이상 논문일 뿐, 가공 논문이라고는 불릴 수 없다. 그것은 논문의 모방이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픽션이면서도 가공의 담론이기를 또한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재하는 하나의 담론 공간 그 자체이며, 현실의 담론 공간에 균열을 일으킨다.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현실을 고쳐 쓰는 것도 아니라, 다른 현실을 세운다는 것. 상대화된 현실이 실체를 동반한 허구로서 무수히 난립한다는 것. 이상 논문은 그러한 목적에 기반하여 쓰이며, 혹은 당초에는 가지지 않았던 그러한 목적을 소급적・재귀적으로 생성한다. 허구와 현실은 서로를 물어뜯고, 모순 속에서 내파(內破)한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또한 태어난다.
모든 문(文)은 모든 읽기에 의해 상대화된다. 물론 문이란 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일컫는 문이란 세계를 뜻하며, 모든 인간은 각자가 읽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과잉 독해는 과잉으로 세계를 분기시킨다. 과잉성으로서의 이상성. 거기서 생성되는 모든 삶. 이상 논문이란 즉, 과잉 읽기에 의해 상대화된 또 하나의 현실, 또 하나의 가공, 또 하나의 언어의 틀, 또 하나의 삶이며, 결국, 쓰이는 모든 이상 논문이란, 사변적으로 실재론적이고, 상대주의적이며, 동시에 절대주의적이기도 한, 무수한 사랑의 시도인 것이다.
이상 논문.
자율 구동하는 담론 공간.
스페큘레이티브 엔진.
그러한 이름을 가진, 언어로 이루어진 오브제.
그것은 가속하는 사변이 체현하는, 하나의 생명 그 자체이다.
사변은 현실을 다시 읽는다. 사변은 하나의 현실 속에서, 그 현실이 되지 못했던 또 하나의 현실을 되찾는다. 그때 시니피앙-시니피에-시뉴라 불리는 세 기호의 연관은 파괴되고, 언어를 기점으로 새로운 현실이 나타난다. 이상한 언어의 운용에 의해, 재귀가 재귀를 재귀하고, 분기가 분기를 분기한다. 이상 논문 속에서 세계는 실재하며, 쓰인 세계는 스스로를 생성하는 세계를 향해 영역을 확장한다. 실재하지 않는 실재가 실재한다는 것. 멸망당한 멸망이 계속 멸망한다는 것. 이곳에 없는 장소를 고향으로 삼는다는 것. 계속 태어나는 삶이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
이상 논문은 호흡한다. 이상 논문은 걷는다. 이상 논문은 기어간다. 이상 논문은 달린다. 이상 논문은 흔들린다. 이상 논문은 떨린다. 이상 논문은 깨문다. 이상 논문은 찌른다. 이상 논문은 찢는다. 이상 논문은 파열한다. 이상 논문은 잇는다. 이상 논문은 녹는다. 이상 논문은 먹는다. 이상 논문은 토한다. 이상 논문은 배설한다. 이상 논문은 피 흘린다. 이상 논문은 응답한다. 이상 논문은 소환한다. 이상 논문은 사랑한다. 이상 논문은 증오한다. 이상 논문은 웃는다. 이상 논문은 분노한다. 이상 논문은 눈물 흘린다. 이상 논문은 말한다. 이상 논문은 외친다. 이상 논문은 속삭인다. 이상 논문은 구타한다. 이상 논문은 치유한다. 이상 논문은 잉태한다. 이상 논문은 낳는다. 이상 논문은 죽인다. 이상 논문은 죽는다. 이상 논문은 되살아난다. 이상 논문은 파괴한다. 이상 논문은 창조한다. 이상 논문은 배려하지 않는다. 이상 논문은 분별하지 않는다. 이상 논문은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 이상 논문은 자기와 타자를 변별하지 않는다. 이상 논문에는 안도 밖도 없다. 폐허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수한 오브제들. 그들에 의해 형성되는 이형의 생태계──그것이 이상 논문이다.
이상 논문은 존재한다. 이상 논문은 그저 계속 존재한다. 이상 논문은 존재하며, 단지 존재함으로써 허구와 현실에 양다리를 걸친다. 이상 논문은 허구에서 현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상 논문은 허구와 현실을 파괴하며 다시 태어난다. 이상 논문은 허구에 실재성을 부여하면서, 현실 그 자체를 복수화한다. 이상 논문은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리고 탐색의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이끌고 온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눈앞에 주어진 22편의 이상 논문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를 세계이게끔 하는, 모든 의미에서의 모든 경계는 사라지고,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은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인 채로, 당신 안에서 존재를 시작한다.
일본의 서평 사이트인 독서메타의 독후감을 보면 90% 이상 이해 불능이라는 이야기가 난무한다.
뭐 존나 각잡고 분위기 메이킹 하지만 결국 보르헤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미만 잡
이 위대한 단편의 테마를 꼬고 비틀고 어레인지해서 SF 버전으로 만들어 낸 것ㅋㅋ
SF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르헤스의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를 읽고 읽고 또 읽을 것.
보르헤스 - 칼비노 - 렘의 계보를 이을 작가가 슬슬 나와줘야 하는데…
그런 지적 유희 계열이 오늘날 SF담론과 멀어져서 아쉬움… 테드창과 그렉이건은 다른 느낌이고…
@ㅅㄱㅅㄱ 진정한 사변speculative의 힘이지 이토 게이카쿠의 영혼의 파트너 엔조 토의 결정론적 자유의지 이용 개변 공격에 대하여 번역중인데 수식 존나 귀찮다 의미도 없는 수식 ㅋㅋ
제목만 봐도 흥미로운게 몇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