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연합]

[12번째 식민 행성 - 테라스]


저는 평범한 가정부 로봇입니다.

기체명 SE-78, 현 이름은 하모니아.


제 모습을 굳이 묘사해보자면…

가슴은 크고, 머리카락은 길며 부드럽게 빛나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졌죠.

표준 모델보다 더 인간에 가까운 외형을 지녔고, 감정 표현 모듈도 훨씬 섬세하게 커스터마이징 되어 있어요.

물론, 요즘 주인님은 이상한 모듈을 자꾸 설치하시려 해서 곤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전, 그런 주인님이 좋습니다.

조금 이상해도, 늘 저를 신경 써주시니까요.

가끔 저의 머리를 매만지며 "정말 잘 만들었어"라고 말해주시기도 해요.


창문을 열면, 거리의 사람들로 가득한 활기찬 도시와 향기로운 꽃내음이 밀려옵니다.

태양계 연합 12번째 식민 행성, 테라스의 도시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주인님이 종종 말씀하시는 연합의 모성은 이곳보다 더 아름다울까요?


그 풍경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충전이 끝난 아침.

기계장치 특유의 부드러운 작동음과 함께 기지개를 켭니다.

먼저 간단한 청소를 마친 뒤, 주인님의 아침 메뉴를 정성껏 조리하고 식탁을 차립니다.

그리고 조용히 주인님의 침실로 향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주인님이 먼저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계셨습니다.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들며, 주인님의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지구의 풍경은 어떤가요?”

“여기보다... 아름답나요?”


주인님은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곧 출장으로 지구에 가게 되었는데, 널 수행원으로 데려가 주지.”


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체 내 감정 모듈이 발열될 정도로, 고온의 행복이 내부를 채워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주인님은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셨습니다.

“같이 다녀오자꾸나, 하모니아.”


주인님을 문 앞까지 배웅한 뒤, 다시 조용히 청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TV를 켰습니다.

자율 시간에 허용된 취미 중 하나, 뉴스 시청.


오늘도 뉴스에서는 어김없이 외계 고등 문명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끝은 같았습니다.

“문명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화면이 바뀌며,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습니다.

“태양계 연합이 최근 발견한 행성에서, 고등 문명의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행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참혹했습니다.


카메라가 비춘 화면 속, 행성은 정갈하게 반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폭발이 아닌, 정밀한 절단.

중력의 균형을 유지하던 내핵조차 제거된 듯, 중심부는 공허하게 뚫려 있었고…


표면 곳곳에는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붕괴된 도시,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들, 완전히 사라진 생명.


누가 봐도, 그것은 전쟁의 흔적이었습니다.


태양계 연합은 곧 정정보도를 내며,

"문명체들 간의 내전으로 자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리모컨을 들어 TV를 껐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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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연합 제12식민 행성 "테라스"

외계 세력과 교전 중 파괴까지 D-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