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선진화된 군대일수록 교리화, 체계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봄.
군대의 모든 구성원에게 실전을 경험하게 할 수는 없을 뿐더러
유경험자의 전사, 부상, 전역 등의 이유로 실전 경험은 지속적으로 손실되고
전투는 커녕 군대 자체가 어색한 신병과 후보생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체하기에
세상 그 어떤 군대도 완벽한 '실전형 군대' 를 보유할 수는 없음.
그렇기에 귀중한 실전 경험을 교리화, 체계화 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하고
교리화, 체계화된 내용에 기반한 교육 / 훈련을 시행한다면
앞서 언급한 손실률도 실제 전투에 비해 아주 낮다고 볼 수 있음.
물론, 직접적인 실전 경험을 통해 얻는 숙련도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쓸만한 전투원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기에 비효율이 상쇄되고
거기에 정치적,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오히려 교리화, 체계화를 통한 이득이
실전 경험을 통한 전투 숙달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음.
물론 100% 제대로 된다는 이상적인 상황에나 해당되지만ㅋㅋㅋㅋㅋㅋ
교리화, 체계화의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아프리카임.
수십년째 수많은 국가들의 병사들이 온갖 종류의 폭력과 살상을 경험하는데
전황은 나아지지 않고 단일 교전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함.
그 이유는 아프리카의 저급한 인프라 덕에 교리화, 체계화 시스템이 없는 군대이기 때문에
전훈이 군대라는 조직 내에 전파되지 않고 그대로 현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임.
게다가 교리화, 체계화 과정은 군에서 목숨을 거는 가성비까지 죽여줌.
단순히 교육 / 훈련의 질이 높아져서 잠재적인 전투 / 비전투 손실률을 줄인다는 것도 맞지만
교리화, 체계화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제한적인 군사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임.
예를들어 실전을 경험한 혹은 그에 준하는 훈련을 실시한 K-소콤 휘하 '씰붕팀' 대원들 사이에서
"보급 방탄복이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가정하겠음.
그때, 효율적이지 못한 교리화, 체계화 시스템을 가진 군대에서는
보급 방탄복을 경량화 하거나 거추장스럽다고 여겨진 부분에 대한 개선을 실시할거임.
그런데 이런 접근은 단순히 문제 제기 -> 문제 해결이라는 1차원적인 접근임.
덕분에 예산은 예산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작살을 내면서 (시간도 자원임)
정작 결과물은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런 총체적인 낭비 퍼레이드로 끝나는 것.
'문제가 있으면 그걸 고친다' 는 접근은 군에서 경계 해야 할 편의제일주의적 사고일 뿐임.
그럼 효율적인 교리화, 체계화 시스템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보급 방탄복이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라는 의견이 개진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행 되어야 할 것은 해당 의견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됨.
"다른 국가의 보급 방탄복에 비해 실제로 무게가 많이 나가나?" 부터 시작해서
"대원 개개인의 작전 간 하중 피로를 해소할 수 없게 작전이 기획된 것 아닐까?"
"행군 충격이 신체에 분산되는 구조가 다른 국가의 방탄복에 비해 떨어지나?"
"당시 대원들의 소지 장비가 방탄복과 궁합이 잘 맞지 않았나?"
"거추장스럽다는 의견은 기동 / 전투 / 휴식 중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인가?"
와 같은 구체성 높은 질문들을 작성할 수 있고
이러한 질문들은 실전을 경험한 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답을 찾아야 함.
위에서 제기된 질문들을 예로 계속해보자면,
"대원 개개인의 작전 간 하중 피로를 해소할 수 없게 작전이 기획된 것 아닐까?"
-> 정확하나 작전 간 하중 피로를 해소할 여건이 조성되기 매우 힘듦.
--> "그렇다면 투입 / 퇴출 단계에서 수송 자산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면 작전 간 사용할 체력을 세이브 가능할 듯"
---> "좋다. KCTC에서 비전투 수송 자산을 기존 교리보다 더 전선 가까이서 운용하는 실험을 O회 실시하자"
---> "아니다. 비전투 수송 자산은 교전에 취약하다. 방탄복-전투 조끼 레이어 시스템을 개선하자"
"행군 충격이 신체에 분산되는 구조가 다른 국가의 방탄복에 비해 떨어지나?"
-> 그렇지 않음. 형태는 똑같음.
--> "그렇다면 '접적 상황의 지속 시간' 을 줄여 방탄복 착용 하 행군 시간을 줄이자"
---> "좋다. 지휘관들에게 접적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을 만들어 교육 / 훈련하자"
---> "아니다. 접적 상황의 판단은 지휘관보다 정보 계통에 교육 / 훈련 하는 것이 낫다"
"당시 대원들의 소지 장비가 방탄복과 궁합이 잘 맞지 않았나?"
-> 모든 대원들이 해당 부대 / 임무별 SOP에 따른 장비들을 소지하고 있었음.
--> "그렇다면 그 SOP를 리뷰해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은 '방탄복 운반 잉여 장비'를 제거하도록 하자"
---> "좋다. 임무별 필수 장비 목록을 만들어 부대별 SOP 구성 가이드라인을 교육 / 훈련하자"
---> "아니다. 전투 중심 레이어 개념을 도입해 비전투 물품은 배낭에 소지하게 교육 / 훈련하자"
"거추장스럽다는 의견은 기동 / 전투 / 휴식 중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인가?"
-> 전투 중 포복 시 방탄복 전면에 부착된 파우치들을 운용하기 어려웠음.
--> "그렇다면 포복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평지 전투에서는 방탄복 측후면 활용성을 높이자"
---> "좋다. 방탄복 측면 사이드 패널을 생산해 어떤 상황에서 유용한 장비인지 교육 / 훈련하자"
---> "아니다. 방탄복은 이미 무거우니 레그 패널 / 평행 파우치 / 밴돌리어 등의 보조 장비 도입을 시험하자"
뇌에서 나오는대로 씨부린 예시라 허점도 많지만 걍 예시니까 대충 넘어가주고ㅋㅋ
암튼 이런 과정을 통해 일개 부대의 실전 경험은
탄탄한 군사 교리가 되어 군대 전반에 교육 / 훈련 됨.
그렇기에 앞선 예를 통해 교리화, 체계화를 거친 군대에서는
앞으로 가상의 씰붕팀이 수행했던 작전과 유사한 작전을 시행할 때
1. 비전투 수송 자산이 전선 더 가까이까지 수송 임무를 수행해 체력을 비축하고
2. 접적 상황을 더 명확히 판단해 불필요한 열피로, 하중 피로를 회피하고
3. 더 임무 중심적인 SOP에 기반한 장비를 꾸려 전투 지속력을 증대하고
4. 사이드 패널이건 밴돌리어건 새로운 장비를 통해 화력 투사를 더 유기적으로 하는
그런 군대로 업그레이드 된 것임ㅋㅋㅋㅋㅋ
단순히 방탄복이 무겁고 거추장스럽다는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무지성 경량화, 단순화 (물론 이것도 존나 중요함) 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리화, 체계화 과정과 병행해서 시행된다면 군대 전반의 질적 향상까지 노려볼 수 있는것임.
우리 방탄복 사업도 정확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평가들을 거쳤겠지만
난 잘 모르니 패스ㅋㅋㅋㅋ
아 맞다 물론 윗선에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를 들어 쳐먹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건 정보 업계에서도 Inacceptive Decision Makers 라고 부르는
약간 자연 재해같은 요소니까 넘어가자고 씨~팔~ㅋㅋㅋㅋㅋㅋ
개추
cex
현장피드백을 분석하지않고 1차원적으로 접근해서 나온 대표적 사례 G36열팽창설, M16A2, MK23...
현장 피드백이 ㄹㅇ중요한 이유ㅋㅋㅋ
병사들이 총을 못맞춘다->그 총이 반동이 낮고 연사하기 편하다->연사를 없에면 소모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실전에 비해 약소하지만 마일즈 장비를 통해 훈련의 다양성 생성해 놓는게 참 다행이라 생각함
ㅇㅇ마일즈 기반 훈련이 개꿀이긴 함ㅋㅋㅋㅋ 개인적으로 더 하이퍼리얼리즘한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뭐 여건이 안된다면 지금 수준도 감지덕지긴 하지
한동안 갤에서 실전 경험가지고 불붙었던 기억이 난다 ㅋㅋ 실전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전 경험을 전수하여 실전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요약되지 않나 싶네 개추!
요약 쌔끈하게 박아줬네 ㄹㅇㅋㅋ 각 말단 부대별로라도 그게 제대로 전수 된다면 전투 경험이 사라지는건 아니다 정도를 첨언할 수 있을것 같음ㅋㅋㅋ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문제점만 말하면 그냥 "해줘"니까 해결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란 뜻인가봄
ㅇㅇ덕분에 나쁜습관들 많이 고치는거같음
아마 다시 현장 나가기 전에 한번 더 살거 사러 갈것 같은데 그때 댓글 보여드리면 서비스 주시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꿀딱
당연하죠 근데 제가 근무 안하는 날도있어서...주말은 무조건 근무하니까 되도록이면 주말에 오시면 됩니다ㅋㅋ
2차대전 때 연합군 전투기 에이스들을 바로 후방교육대로 빼서 교관 시키던 것도 같은 논리임?
ㅇㅇㅇㅇㅇ완벽하게 딱 맞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함. 전쟁 말기, 수백기를 격추한 독일 에이스들이 이름도 남기지 못한 출격횟수 3회 조종사따리너 폭격기 후방 사수따리한테 털리는 것도 다 그런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함ㅋㅋㅋ
분명 한국에서도 이런 체계화과정을 거칠텐데 일선 장병들이 받는 교육과 훈련의 질이 떨어지는 건 제대로 된 교관의 육성에 실패했기 때문일까
체계화된 과정이 있다는 믿음이 잘못되었나봄
뭐 엄청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런 교리화 사이클의 또다른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문제 인식' 임. 그 누구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알고도 보신주의에 머물러 정식으로 제기하지 않으면 이 사이클이 시작조차 될 수 없으니까...
추천 ㄱㄱ
아 공중제비 돌아버리거든요
하.. 국방부 핵심인재들에도 ㅊㅂㅇ 같은 능력자들이 많길,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늦데서야 봤지먼 진짜 좋은글이라 개추 박고 감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