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성실하게 살진 않았고, 대학교의 로망도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대학 붙었을때도 솔직히 순간적으로 기쁜 거 빼면 그렇게 기뻐하지도 않았고, 대학생활이 별로 설레지도 않았고... 그렇게 대학교를 어영부영 고등학교의 연장선처럼 살아왔으니 대학생활이 나에게 있어서 어떠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소중한 경험이 없었다는 것에 후회를 해 본 적은 없다. 언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으니 가치판단도 불가능하다.

기억에 남는 소중한 이벤트가 없었다면 그만큼 나의 내적 성장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학점 말아먹은 건 둘째 치더라도, 여전히 내 생각은 고등학교때 했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을 와서 무엇을 새로 배웠을까? 그 내용들이 과연 몇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배워야만 했던 것일까?

그래도 학교를 졸업하면 뭐든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어거지로 다녔기에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결과를 부모 탓, 학교 탓, 사회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시간을 밀도있게 보내지 못하고, 영원해보이는 20대 초반의 순간을 한없이 늘리면서, 그 사이의 각각의 순간들은 더없이 약하게 만들어버린 나의 업보인 것을 인정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나마 학점 잘 주는 과목 체리피킹해서 학점관리한 결과가 지금 내 성적이라면, 그냥 학점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차라리 학점은 짜더라도 배워가는 게 많은 과목이라도 골라서 들어야겠다. 지금부터라도 머릿속에 뭔가를 집어넣기 시작하지 않으면, 아마 지금 느끼는 무의미함을 졸업장을 들면서도 똑같이 느낄 것 같기 때문이다.

대학교 4년을 지내고 나서도 생각의 폭이 전혀 넓어지지 않았다면, 그건 4년의 징역을 선고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기간을 징역으로 채우게 된다면 그것만큼 후회되는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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