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무겁고 뜨겁다.
그래서 감독 홍원기은 선수들에게 늘 똑같은 말을 했다.

"야구는 감정 빼고 한다. 감정이 들어가면 공도, 게임도, 사람도 망친다."

하지만 요즘 그가 가장 감정을 쏟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19세, 불같은 신예 투수 정현우..
천부적인 구위, 그리고 너무 잘생긴 얼굴,  감독으로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해도 자꾸 눈이 갔다.


7월의 열기, 땀이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오후 훈련.
현우는 피칭 훈련에서 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숨은 헐떡였고, 유니폼은 젖어 있었다.

“감독님, 이건 좀 무리 아닙니까?”
코치가 조심스레 말했지만, 홍원기은 차갑게 잘라 말했다.

“저 아이, 지금 기어이 내 눈치 보고 던지고 있어. 그 버릇 안 고치면 큰 경기에서 터진다.”

사실, 그건 반쯤은 핑계였다.
도윤이 공을 던질 때마다, 무언가 기묘하게 섹시했다.
온몸으로 던지는 자세, 그 끝에서 눈을 마주칠 때 느껴지는 짧은 교감.

그리고 그날. 훈련이 끝난 늦은 저녁.


홍원기는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왔다.

“감독님… 아직 안 가셨어요?”
“넌 왜 남아서 이러고 있어?”
“감독님이… 저 오늘 왜 그렇게 몰아붙였는지, 알아요.”

현우의 목소리는 숨겨진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홍원기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벤치 앞에 서서 말했다.

“넌, 그걸 일부러 유도하니?”
“뭘요?”
“그 눈빛, 그 제스처, 마치… 나한테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 순간, 현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감독을 똑바로 바라봤다.
수건 아래로 드러난 젖은 피부, 땀이 말라붙은 쇄골, 숨죽인 고백.

“감독님만 자꾸 절 봤잖아요.
그럼 저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잠시 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사라졌다.
무너지듯 다가온 입맞춤. 억눌려 있던 감정은 물처럼 터졌다.
감독의 손이 현우의 허리를 감싸고, 현우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거, 감정이겠죠. 야구가 아니라.”

여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