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군 콜업 날이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땀에 젖은 유니폼을 벗고 있는데, 어색하게 웃는 내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루키, 오늘 첫 승 축하.”


낯익은 목소리였다. 팀의 간판 유격수, 어준서선배.




“아, 감사합니다 선배님.”


말은 했지만 얼굴을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다. TV로 보던, 팬들이 ‘팀의 왕자님’이라 부르는 그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




준서는 샤워 후인지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린 채였다. 물방울이 목선을 따라 흘러내리다, 가슴까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시선을 피하려는데, 오히려 더 시선이 붙잡혔다.




“오늘 공, 좋더라. 근데…”


그는 내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내 턱을 톡 하고 들어 올렸다.


“너, 던질 때마다 표정 다 드러나는 거 알아? 긴장하면 다 티 나.”




심장이 갑자기 던져진 공처럼 쿵 내려앉았다.


가까워진 숨결이 귀를 간질였다.




“내가 알려줄까? 어떻게 하면 긴장 안 하는지.”


준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가 한 발 더 다가와서 내 땀 묻은 머리칼을 스치듯 넘겼다. 손끝이 이마에서 귀 뒤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봐. 이미 편해지잖아.”


말과 동시에 내 귓불을 스쳤다.


몸이 저절로 움찔했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발이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미소 지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준현아, 네가 오늘 스트라이크 던진 건 내가 있었기 때문이야.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해.”




눈앞의 거리는 야구장 마운드와 포수 미트보다 훨씬 짧고, 훨씬 더 뜨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는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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