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ㅡㅡㅡㅡㅡ!!!!
내 주변의 용병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모두들, 각자만의 자세를 취하면서 그대로 얼어버렸다.
얼어붙은 그들에게서 약간의 오한과 냉기마저 느껴졌다.
"ㅡㅡㅡㅡ"
은빛 드레스를 입은 푸른 소녀는 그 옅은 보라색 눈동자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용병들이 얼어버린 시점에서 왜 나만이 얼지 않았는지, 그것도 궁금했지만
정말 아름답다.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간의 어색한 눈 맟춤이 끝나자, 소녀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하얀 등이 달빛에 빛났다.
오오... 세상에..
그 후 얼음 동굴으로 차출된 용병들이 돌아오지 않자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다.
알 수 없이 지나치게 서늘한 온도 때문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지만.
역시 얼음 괴수한테 먹혔다는지, 전설의 동굴이라서 그렇다는 둥 온갖 소문이 다 났다.
당연히 유일한 생존자인 나에게 모든 관심은 집중되었지만 물론 나는 적당히 둘러대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동굴의 탐험에 일차적으로 민간에서 용병을 고용하여 탐험을 시도했으나,
알 수 없는 괴수가 나타나 설풍으로 얼리고 자신은 겨우 살아남았다.
마을은 난리가 났고,
이 때문에 분명 소문은 왕가까지 올라가 정식으로 군인들이 이 동굴을 탐험하게 될 것이다.
"큰일 났군"
슈나이더가 의자를 뒤로 빼어 앉으며 말했다.
"조만간 왕국에서 군대를 파견할꺼고, 그럼 거기 있을 수 있는 트레져들은 죄다 국왕 차지가 되겠지.
이런 일이 나기 전에 우리 손으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진 않아. 우리가 다시 가서 선점하면 된다."
"이봐 네빌, 그래도 이 마을에서 내로라하는 용병 한 뭉치가 몰살당했다고. 어떻게 선점할껀데?"
"거기 있는 얘는 여자애야."
"앙?"
"여자애였다고."
"마물이 여자애일수도 있지, 겉모습만 그럴 수도 있고, 변신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럴 수 있긴 하지만, 그 아이는 진짜 여자애였어. 적어도 칼 든 용병들 앞에서 여자의 몸으로 나오진 않았겠지."
"뭐. 내가 생각해도 굳이 그렇게 시선을 끌 모습으로 나올 것 같진 않아."
"그래. 그리고 그 녀석은 나는 얼리지 않았어. 아마 나는 다시 가도 죽진 않을거야."
"그건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닌가?"
그라이스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네만 특별 대우를 받았을꺼라고 전제해버리는건 너무 위험한 생각 아닌가?
이번 탐험은 뭔가 좀 흉흉해서 가진 않았다만,
운이라던가 그런게 작용한 것일 수도 있잖는가."
"그라이스의 말이 맞아. 네빌 너의 생각은 너무 성급해."
"그렇지만, 확신이 들어. 다시 가도 얼진 않을 것 같아."
"허허 참."
산적 구이가 자글자글하게 구워지는 가운데, 선술집은 자정가에 가까워지며 점차 시끌벅적해졌다.
"어쨌든 나는 반대야. 네빌.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너 그 여자애한테 홀리기라도 한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냈다.
"기껏 살려줬는데, 왜 다시 돌아온거야?"
그 목소리에 어떤 감정은 없다. 또렷하지만 목적은 없는 말.
"난 여기에 너 말고도 뭐가 더 있는지 궁금해."
"너라면 너네 집에 아무 사람들이나 들어닥쳐서 집을 구경하겠다 하면 좋겠어?"
"그래도 얼려버릴 것 까진 없었잖아."
"인간은. 싫어."
"음 ...."
"너도 다신 여기에 돌아오지마. 다음엔 너도 얼려 버릴꺼야."
"..."
그 말을 듣고 나는 뒤 돌아섰다. 더 이상 있겠다간 호의라고 해야할지 그 마지막 조각마저도 깨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5일 쯤 지나, 왕의 군대가 도착했다. 용병 무리가 전멸했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마법사와 검사들을 모두 대동한 부대였다.
"결국 시작되는군. 내일 아침이 기일일세."
"..."
머릿속에 은빛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의 생각이 들었다. 그때 돌아섰을 때도 생각이 났지만,
그 소녀가 저 부대를 압도하던 혹은 압도당하던, 어느 쪽이던 소녀에겐 좋지 않은 결말이 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리지 않아줘서 고마워."
"군대가 곧 오는 걸 알려주려고 온 거야?"
"이미 알고 있었어?"
"그 정도 기척은 여기 있어도 눈치챌 수 있어. 오히려 눈치 못 채는게 바보야."
"음..."
"내 걱정은 하지마. 아마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그러고 소녀는 예전처럼 다시 등을 돌려 돌아갔다. 뭐 진전이 없군...
다음날 아침. 군대는 요란하게 군악을 울리며 동굴 속으로 행진했다.
이미 기척을 알고 있는 시점에서, 저 무리에 장렬하게 대항하기 보다는, 분명 숨거나 거처를 옮겼을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결국 그 이쁜 소녀를 잃는건가'
군대는 한나절이 지나 해가 질 무렵에 나왔다. 다들 한 자루씩 들고 있는 것을 보아선, 아무런 저항 없이 빈 집을 탈취한 모양이다.
"저봐, 결국 저렇게 또 국왕 손에 다 떨어질 줄 알았다니까."
그라이스가 흥분해 테이블에 잔을 내려치며 말했다.
"네빌, 자네는 분하지도 않나?"
슈나이더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비꼬았다.
"우리에게 말도 안하고 혼자서 그 동굴을 갔다 왔다며, 왜, 경고라도 해 주고 싶었나?"
"그런 이쁜 소녀를 잃는 건 아깝잖아."
"정말 단단히 씌였군."
"우리 동정 네빌을 위하여 건배."
그라이스의 주도로 잔이 올라갔다.
"건배"
"퍽이나 고맙군..."
자정이 넘어, 알싸하게 취한 뒤 술집을 나섰다. 늦가을의 새벽은 쌀쌀했다.
음주로 얻은 온기가 날라가기 전에, 집으로 서둘리 향했다.
문의 창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봐도, 그렇게 크게 의아하진 않았다. 올게 왔구나, 싶은 정도.
"집을 잃었어."
"다신 못 볼거라고 하더니."
"그렇게 바리바리 다 싸들고 갈 줄은 몰랐거든. 이래서 인간은..."
소녀가 혀를 찼다.
"조만간 새 거처를 마련할 때 까지만 여기서 지낼게."
"마음대로 해."
나는 소녀를 뒤로 하고 2층의 내 방으로 향했다.
이번 니미팩 필레인 레전드라 발기해서 쓰고감
필레인짱 귀엽다ㅏㅏ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