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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이 팬픽은 섀도우버스 공식설정은 아닙니다. 나의 상상설정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축제가 끝난 깊은 밤. 나는 아리아님과 헤어져 거처로 돌아갔다. 내 임시거처는 돌로 된 이글루 같은 모양의 단칸방이었는데 나름 푹신한 배개가 있어서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특이한 점이라면 담쟁이 덩굴이 돌집을 타고 올라와 초록색 무늬가 새겨져 있는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오늘은 즐거웠다. 이세계에 와서 가장 충실한 하루였다. 아리아님과 춤을 춘 것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찌르르 찌르르하는 벌레울음 소리를 음악소리 삼아 잠을 잔다.


그렇게 몇시간을 잤을까.. 찌르르하는 벌레 소리에 이상한 잡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꺄아악하는 여자의 목소리. 이것은 비명소리?


그리고 예전에 한여름에 귓가에서 붕붕거리면 모기의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아니, 점점 소리가 커진다. 부우우웅하는 곤충의 날개가 마찰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나: 이게 무슨 소리지?


어리둥절해서 밖에 나온 나는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저렇게 커다란 벌레는 처음 보았다. 저건, 게임에서 봤던 리노세우스인가? 그러나 저렇게 클 줄은 몰랐다. 이건 마치 커다란 동물의 크기와 흡사하지 않은가? 언젠가 생각했었던것이 곤충이 동물만큼 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었다. 뾰족뾰족한 다리. 딱딱한 껍질.. 그 모든 것이 흉기처럼 되지 않을까? 


커다란 벌레는 끼기긱거리며 나무를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비명소리는 나무가 갈라지며 안에서 나오던 요정들의 비명소리였던 것이다.



요정: 여왕님께 어서 이 일을 알려! 



요정들은 흩어져서 숲에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한편, 그 작은 몸으로 칼을 찾아 무장을 시작했다.


나는 어떡해야하지? 내가 저 괴물을 상대할 수나 있는건가? 나는 당연히 두려움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넋이 나가 가만히 서 있자 주위의 요정들이 말을 걸어온다.



요정: 아리아님으로부터 전갈이에요. 여기는 우리가 맡을 테니, 어서 피하세요.



아리아님은 이 상황에서 전투능력이 없는 날 피신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리아님의 전갈을 듣자마자 두려움에 습격해오는 벌레들과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비겁한 놈.... 하지만 나는 싸울 수가 없다. 칼을 쥔적도 없다. 도망치는 건 어쩔 수 없는것 아닌가? 나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달렸다.


리노세우스는 무시무시했다. 마치 총알같은 속도로 목표를 뚫어버리는데 그것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총탄이 뚫고 간 듯이 구멍이 뚫렸다. 요정들은 그것의 속도에 대응하지 못하고 날개가 찢어진 벌레처럼 바닥에 떨어져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 방금 전까지 같이 춤을 추던 귀여운 요정들이 힘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 안의 양심과 마주할 용기가 없어 눈을 뜰 수 없었다.



이렇게 비겁하게 도망쳐봤자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는가? 이곳의 지리도 거의 모른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철같은 껍질을 가진 리노세우스와 마주했다.



리노세우스의 눈이 불길하게 빛난다. 나라는 목표물을 응시한다. 그것의 팔다리는 마치 창과같이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나는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리노세우스가 눈을 번뜩이며 나에게 돌진하려는 순간, 갑자기 덩굴이 올라와 리노세우스의 팔다리를 묶는다.




드라이어드다. 드라이어드의 몸에서 뻗어난 나무덩굴이 리노세우스의 날카로운 팔다리와 몸통을 붙잡았다.


드라이어드: 어서 도망쳐...


나는 드라이어드의 구원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상황을 본다. 드라이어드의 덩굴은 충분히 튼튼했지만 리노세우스의 날카로운 팔다리와 몸통을 붙들고 있으니 팽팽하게 늘어난 고무줄처럼 위태로웠다. 살짝 칼집을 내면 그대로 찢어져버릴 것 같았다. 그렇다. 드라이어드가 리노세우스를 붙잡은건 마치 날카로운 칼을 손으로 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드라이어드: 윽... 흐윽...


드라이어드는 아픔에 신음을 흘린다.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저 괴물을 상대로 뭘할 수 있을까? 바닥에는 죽은 요정이 쓰던 검이 보였지만 그것을 쥘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드라이어드가 걱정되어 이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다. 


인간은 이렇게나... 추악했던가.. 나와 그다지 친하지 않던 요정들의 죽음은 무시하고 도망쳤던 놈이 나에게 계속 친절했던 드라이어드가 걱정된다니! 그리고 그러고도 내 목숨이 아까워 나를 위해 목숨을 건 드라이어드를 위해 칼조차 잡을 수 없다니!


나는 고대의 엘프의 시험을 통과해서는 안되었을 몸이었다. 이기적... 비겁한 놈.... 나는 도망치지도, 검을 들고 맞서지도 못한채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죽음의 카운트 다운이 매정하게 흐른다. 팽팽한 고무줄에는 살짝 칼집만 넣어도 찢어져버리는 것... 얼마지나지 않아 고무줄은 찢어진다.



드라이어드: 꺄아아아아아! 


드라이어드의 덩굴이 사정없이 찢어져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리노세우스는 화가났는지 몸이 새빨갛게 변하게 부풀어올랐다.




그 때 나는 후회할 돌이킬 수없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이라도 아직 늦지 않았는데.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요정이 쓰던 검을 쥐지 않았다. 그리고는 멍청하게 뒷걸음질이나 치고 있었다. 그리고....


리노세우스는 그 날카로운 새의 부리처럼 생긴 입으로 드라이어드를 꿰뚫었다. 드라이어드는 그대로 힘없이 뒤로 넘어지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 난 왜 그때야 검을 쥔 것일까... 나는 최대의 비극을 맞이하고 나서야 바닥의 검을 쥐어들고 리노세우스에게 달려들었다.


카앙 카앙 카앙


미친듯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리노세우스의 껍질은 강철과도 같아 전혀 뚫을 수가 없었다. 나의 발악에 리노세우스는 눈을 번뜩이며 내쪽을 바라본다. 리노세우스의 창과 같은 입이 내쪽을 향한다. 위험하다! 관통된다!


순간 나는 앞쪽으로 굴러 리노세우스의 품안에 뛰어들었다. 정신없이 한 선택이었지만  리노세우스의 품으로 뛰어드니 허리를 굽힐 수 없는 리노세우스는 입으로 날 찍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른 선택이었다고 하기도 뭣하다. 품속에 뛰어든 나는 리노세우스의 칼날과 같은 팔과 상대해야했다. 리노세우스는 칼날과 같은 팔을 내 목을 떨어뜨리려 휘두른다. 이제는 도망칠 수 없다. 여기서 인파이트를 버리고 뒤로 물러서면 바로 리노세우스의 창과같은 입에 꿰뚫리고 말 것이다. 


챙챙


마치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 리노세우스가 날개를 이용해 날아올라 날 공격한다면 난 속수무책으로 당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못 느낀 모양이었다. 결국 1:1의 칼 싸움처럼 되어버렸다. 상대는 칼이 여러개에 나는 1개란 점, 상대는 갑옷을 입었다는 점이 내가 불리하지만.


그런데 이상하게 어느정도 싸움이 된다. 나는 칼을 쥔적이 없는데 어째서? 하지만 리노세우스의 팔을 막아내는데만 벅차다. 내가 리노세우스의 몸통을 아무리 베어봤자. 내 칼날이 상할뿐이었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좌절할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 마디를 노리십시오!


마디? 자세히 보니 리노세우스의 팔이 꺾이는 부분에 장갑이 허술했다. 그래, 이 부분을 자르면...! 나는 왼쪽에서 나의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리노세우스의 칼날같은 팔을 엎드려서 피함과 동시에 그대로 칼을 위로 베어올려 리노세우스의 팔을 잘라버렸다. 


키이이이잉


리노세우스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더러운 체액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리노세우스는 격노해서 오른쪽 팔로 내 목을 다시 노린다. 나는 이번엔 정면에서 리노세우스의 오른쪽 팔을 베어넘기려한다. 


끼긱하는 뭔가가 걸리는 소리와 함께 내 검은 리노세우스의 팔의 마디를 자르지 못하고 막혔다. 잘리지 않아? 설마 단단한 껍질을 여러번 때리는 동안 날이 상한건가? 검이 상해서 아까전이 마지막 가능한 일격이었던 건가?


눈앞에 죽음이 보인다. 그 순간 뒤에서 아까 소리쳐서 조언해온 여자가 달려왔다. 회색빛 갑옷이 보인다. 여기사인가? 아, 게임에서 본적이 있다. 엘프기사 신시아다.



엘프기사 신시아: 하아아압!


신시아는 나를 밀어붙이던 리노세우스의 팔을 기합과 함께 베어버렸다. 양팔을 잃은 리노세우스는 괴로워하며 그제서야 하늘로 날아오른다. 


엘프기사 신시아: 물러나십시오.


신시아는 날 밀쳐내며 리노세우스를 맞이한다. 리노세우스가 날아오른 이상 타이밍은 한순간밖에 없다. 리노세우스가 우리를 꿰뚫으려 지상으로 돌진하는 순간에 일격을 먹여야한다. 


하지만 리노세우스는 너무 빨랐다. 신시아는 좀처럼 타이밍을 못잡고 리노세우스의 돌진 공격을 피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런 교착상태가 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리노세우스의 번뜩이는 눈은 신시아에게서 나한테 향했다. 큰일났다. 지금 내 검은 상해서 설마 타이밍을 잡더라도 리노세우스를 공격할 수 없다. 게다가 갑옷을 입은 신시아와 달리 스치기만 해도 나는 치명상을 입는다.


엘프기사 신시아: 피하세요!


이미 늦었다. 리노세우스는 이미 쏘아진 탄환처럼 나에게 날아온다. 하지만 빠르다는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느리게보인다. 이거라면 공격을 할 수 있을지도... 그러나 문제는 나에게 지금 무기가 없다. 상한 검으로 리노세우스를 상대할 수는 없다. 


아, 1초후에는 죽겠군....


 0.9초후에는 죽겠군. 


0.8초 후에는.. 그 순간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리노세우스의 팔을 발견했다. 저거라면 충분히 날카롭다. 문제는 기회는 단 1번이다. 리노세우스의 껍질부분을 공격하면 나의 패배. 리노세우스의 껍질이 없는 부분을 공격하면 나의 승리다. 문제는 리노세우스의 대부분이 껍질로 둘러싸여있다는 것.


생각할 시간은 없다. 찾아내라! 나는 리노세우스의 온몸을 스캔했다. 남은 몇개의 다리의 마디를 잘라내는 것은 의미없다. 피해를 줄수야 있겠지만 나는 꿰뚫려 절명할 것이다. 리노세우스를 한번에 절명시킬 위치를 찾아야한다.


나는 날아오는 리노세우스의 창끝과 같은 주둥이를 주시한다. 답은 하나다. 리노세우스의 주둥이에 녀석의 칼날같은 팔을 쑤셔넣는다!


나는 망설일 틈없이 리노세우스의 팔을 집어들어 날아오는 녀석의 주둥이에 꽂아넣었다.


키이이이익!


리노세우스는 그대로 절명했다. 그리고 나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 않았다. 


엘프기사 신시아가 놀란 눈으로 뒤돌아 나를 바라본다.



엘프기사 신시아: 당신은 고대의 엘프님의 심판을 통과했다던 외부인이로군요. 설마 전투가 가능할지는...


엘프기사 신시아는 나와 쓰러진 드라이어드를 둘러보며 말을 잇는다.


엘프기사 신시아: 인간족과 관계도 없는 드라이어드를 위해 싸우신 겁니까? 그동안 저희가 인간족에 대해 큰 오해를 한 모양이군요.


신시아가 드라이어드를 언급하자 난 대답도 않고 미친듯이 쓰러진 드라이어드에게로 기어갔다. 드라이어드를 위해 싸웠다고? 인간족에 대해 오해를 했다고? 아니야 난 일이 다 벌어지고 난 후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운것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이어드가 당할때 용기내서 나서지못하고 나에게 창끝이 향하자 그때서야 칼을 든 겁쟁이에다 쓰레기다. 제발... 제발 살아있어줘.


지친몸을 바닥에 질질 끌며 쓰러진 드라이어드에게 향했다. 드라이어드의 체액은 붉지 않은 초록색에 이질적이고 사람에 따라 혐오할 수도 있을만한 그로테스크한 것이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드라이어드: 이겼...구나... 역시... 대단해...


드라이어드는 겨우 말을 꺼냈다. 나는 절규하며 사과했다.



나: 미안해! 미안해! 내가 좀 더 일찍 나섰다면...



나의 비겁함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후회한다. 고대의 엘프님은 잘못 판단한 것이다. 내가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줘? 인간의 비겁함을 보여준거라면 오늘 확실히 보여줬다.


드라이어드: 오늘... 같이.. 춤추고.. 싶었어.....


드라이어드가 스르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말을 겨우 이어 나간다. 아, 그때 축제에서 나와 눈을 마주친건. 나와 춤을 추려고 했던 건가... 그때, 그때 그녀를 외면하지 말았어야했는데..! 애초에 축제에 먼저 초대한 사람은 드라이어드였는데... 왜, 왜 나는 아리아님에게 정신이 팔려 그녀를 무시한걸까..? 


시간을 돌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것은 불가능하다.


드라이어드: 아, 네 얼굴이.. 흐려져... 죽고 싶..지않....


드라이어드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손은 나의 손을 잡으려다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