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사실 천도 되지 못한 귀신이다.

이건 제대로 하는 무속인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왜냐, 가리굿에서 조상 합의 및 서열 정리를 마치면 거기서 밀려난 서열들은 결국 천도를 시킨다> 천도가 된다는 얘기.


잡귀와의 차이라면, 오랜 시간을 체 없이 이승에서 버텨내기 위해 다른 것을 흡수하든,

그들 주장대로 산이나 바다에서 도륵 닦아오든 해서 일종의 '면허(명패)'를 받고 힘이 강해진 귀신들이다.

물론 힘이 세졌기 때문에 쉽사리 종교활동이나 퇴마로 물리쳐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데,

같은 직급의 공무원들이라도 업무능력에 차이가 있듯이, 똑같이 면허증을 받아도 에너지의 세기는 천차만별이다.

종종 무당집에서 "어이쿠, 큰신이 오셨네, 저는 점 못 봐드려요 더 큰 선생님한테 가십시오." 하는 이유가,

낮은 체급의 귀신이 자기보다 높은 체급의 귀신을 달고 들어온 사람과의 그 에너지갭 때문에 밀려났기 때문에 무당이 접신을 통해 정보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 말인 즉, '신은 눌려지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며, 상위체급으로 충분히 정리 된다는 얘기(물론 본인네 조상귀 에너지가 크면 그만큼 잡아줄 선생 찾기는 힘들어진다).


요즘 무당워너비들이 워낙에 많긴 하지만, 보통은 그 귀신들의 협잡질(특히 가족이나 주변 지인에게 인다리를 거는)에 못 이겨서 굴복하게 되는데,

귀신들은 아무리 힘이 세져도 인간의 체가 없으면 이승에서 힘을 발휘할 수가 없으니 자손 중의 영매체질을 점 찍거나, 혹은 자손 중에 정 없으면 다른 핏줄에라도 튀어서

인간계에 자기 능력을 과시하고 대접을 받고 싶어서 인간을 괴롭혀대는 것이 바로 신병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왜 그렇게 이승에 집착하는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천도되지 못한 영들은 저승에 가서 죗값 치루는 것을 두려워 하고, 이승에 미련으로 묶여 있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저렇게 나름 귀신들 사이에서 명찰 달고 방구 좀 뀐다는 애들이 가만 있고 싶겠나.

게다가 한 번 본인들이 이승에서 신행세를 하고 나면, 그 이후에 저승으로 끌려가서는 억겁의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뭐, 그들을 '신'이라 인정하고 대우하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명실공히 신이라 부를 만한 천신이나 자연신 이상 존재들은 인간계에 굳이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상 인간계에 관심이 없다(신의 힘을 빌어 신령이라 자칭하는 귀신들을 물리치고 싶어하는 입장에선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결국 인간 세상에 좋게든 나쁘게든 개입하려는 존재들은 죄다 그냥 귀신이라는 거다. 어떠한 이유로든 천도 기회를 놓쳐 2계에 진입조차 못하고 이승에서 힘만 불린.

(아, 자기가 천신제자니 원신제자니 하면서 산신할아버지, 옥황상제 등을 내뱉었다고 해서 실제로 산신이나 상제가 본인한테 왔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어디까지나

그 줄력을 잡고 면허를 받은 조상이 매개체로 온 것일 뿐, 천신 원신은 사람이나 신당에 좌정하지 않는다.)

인간이면 자연스레 내세보다는 현세에서 어떤 복을 바라고 영적존재에게 기대게 되기 마련인데, 이러한 요청에 응답하는 것은 저차원의 영적 존재들이며,

그래서 이런 신앙을 원시적 신앙, 기복신앙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윗대에서 빌었다' 라는 건 그 영적 존재 덕에 본인네 집안이 어떤 형태로든 현생의 복을 받아 왔다는 건데, 여기서 발생한 계약관계는

이른바 '줄력'이 되어 후대에 타고 내려가게 되고, 그래서 종교가 바뀌거나 대접이 멈췄거나 하는 경우에는 트러블이 생긴다. 이 줄력이 길면 길 수록 끊어내기도 어렵다.


다만 개중에는 정말 사주상 죽었어야 하는 사람이 그 영적 존재들 덕에 목숨 부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사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 이런 경우는 이승에서 연명하려면 결국 그들한테 굴복하는 수밖에 없다.


근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사주대로 살 수 있는데 오히려 저 조상귀들의 신욕심 때문에 인생이 틀어진 케이스들이다. 이런 경우 '내 자손 살리려고~'라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자발적이든 강제 반강제이든, 그들을 '신'으로 모시는 것은 결국 본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 본질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무속에서의 신령은, 면허증을 소지한 힘이 센, 그러나 천도 되지 못해서 2계 조차 진입 못한 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