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빌딩 사이로 석양이 스며들며 도시의 유리창에 붉은 빛이 반사된다.
목운은 회의실 창가에 서서, 거리 위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주시했다.
기업과 정부, 금융과 정책—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은 예측 불가능한 폭풍처럼 돌아왔다.
“조금만 기다려.”
아이의 장난 섞인 말, 길을 건너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스쳤다.
목운에게는 멈추고 관찰하라는 시공간의 신호였다.
공원 벤치, 바둑판 위 흑돌 하나가 놓였다.
“인내가 힘을 만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속 노인의 무심한 말이,
현실 개입의 한계를 가르쳤다.
정장 남성이 전화기를 들며 말했다.
“조금만 덜해.”
그 단순한 단어가, 스쳐가는 빌딩 사이 빛처럼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힌트로 번졌다.
시장의 한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남녀가 웃으며 속삭였다.
“보이는 것만 믿지 마.”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천 조각과 웃음 사이,
목운은 표면적 흐름에 의존하지 말라는 경고를 읽었다.
퇴근길 차량 안, 라디오 DJ의 목소리.
“작은 흔적이 큰 변화를 만든다.”
단순한 멘트가, 시공간을 건너 오는 변화의 법칙처럼 울렸다.
그 순간, 의식은 먼 과거로 스며들었다.
마고할미가 손으로 흙을 헤치고, 물길을 내며,
99마지기 논을 만들어가는 장면.
주민들은 처음엔 안쓰러움으로 지켜보았지만,
곧 그의 손길 위에 씨앗을 심고, 물을 나누며 농경이 시작되었다.
목운은 숨을 죽였다.
마고할미는 이미 기관의 통제를 벗어난 존재,
시공간 복귀는 불가능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논밭 주변에 도구를 놓거나,
배고픈 날에는 먹을 것을 챙겨주는 정도.
그저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작은 흔적조차, 마고할미의 손길과 주민들의 협력 속에서
조화로운 농경 구조를 만들어갔다.
마고할미가 떠난 후에도, 인간들은 그녀의 지혜와 문화적 흔적을 통해 문명을 이어갔다.
현대로 돌아온 목운.
과거의 흔적과 일상의 작은 힌트,
도시의 빛과 그림자, 거리의 소리까지 모두 고려하며
그는 균형을 잡았다.
손끝에서 시간의 파동이 일렁였다.
마고할미는 떠났지만, 흔적은 남았다.
인류는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 뒤에는 기관의 유동성과 랜덤 장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개입과 자율성의 균형이 있었다.
하지만 기관장이 누구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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