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유연경(柔軟經) 제1제3 염송(念誦)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때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출가하여 도를 배운 뒤로는 여유 있게 노닐며 조용하고 한가하고 즐거워 매우 유연하였다.
내가 부왕 열두단(悅頭檀)2)의 집에 있을 때에는 나를 위해 여러 가지 궁전, 곧 봄 궁전ㆍ여름 궁전ㆍ겨울 궁전을 지었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
2)범어로는 Suddhodana라고 한다. 음역하여 수두단(輸頭檀)ㆍ수도타나(首圖馱那)ㆍ설두(屑頭) 등이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백정왕(白凈王)ㆍ정반왕(凈飯王)이라고도 한다. 사자협왕(師子頰王)의 아들. 구리성 임금 선각왕의 누이동생 마하마야를 왕비로 맞았으나 실달타를 낳고 죽었다. 그래서 그녀의 동생인 마하파사파제를 왕비로 정하여 기르게 하였고, 그 뒤에 난타(難陀)를 낳았다.
~~~
궁전에서 멀지 않은 곳엔 다시 푸른 연꽃못ㆍ붉은 연꽃못ㆍ빨간 연꽃못ㆍ흰 연꽃못 등 여러 가지 꽃못을 만들고 그 못 가운데에는 푸른 연꽃ㆍ붉은 연꽃ㆍ빨간 연꽃ㆍ흰 연꽃 등 온갖 물꽃을 심어서 언제나 물이 있고 언제나 꽃이 있었으며,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해 일체 통행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못 언덕에는 또 수마나(修摩那)꽃ㆍ바사(婆師)꽃ㆍ첨복(瞻蔔)꽃ㆍ수건제(修揵提)꽃ㆍ마두건제(摩頭揵提)꽃ㆍ아제모다(阿提牟多)꽃ㆍ파라두(波羅頭)꽃 등 온갖 육지 꽃을 심었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네 사람을 시켜 나를 목욕시키고는 목욕 후에 붉은 전단향을 내 몸에 바르고 몸에 향을 바른 후에 새 비단옷을 입혔으니 위아래나 안팎이나 겉과 속이 다 새 것이었다. 그리고 밤낮으로 언제나 일산을 내게 씌웠으니 나[太子]로 하여금 밤에는 이슬에 젖지 않고 낮에는 볕에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항상 다른 집에서는 밀기울ㆍ보리밥ㆍ콩국ㆍ생강채를 제일가는 음식으로 삼는 것처럼 내 아버지 열두단의 집 가장 낮은 하인은 쌀밥과 기름진 반찬을 제일가는 음식으로 삼았다.
다시 다음에는 혹은 들짐승으로 최고로 맛있는 짐승들이 있었으니 곧 제제라화타(提帝邏■吒)ㆍ겁빈사라(劫賓闍邏)ㆍ혜미하리니사시라미(奚米何犁泥奢施羅米)같은 들짐승으로, 가장 맛난 짐승은 언제나 나를 위한 요리가 되었다.
내가 옛날의 아버지 열두단의 집을 생각하면, 여름 4개월 동안은 정전(正殿)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남자는 없고 오직 기생만 있어서 스스로 즐기면서 애당초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동산을 구경하러 나가려고 할 때에는 30명의 제일 훌륭한 기병을 뽑아 의장이 앞뒤에서 시종하고 인도하게 하였으니 하물며 그 나머지였겠느냐? 나는 이런 여의족(如意足)이 있었으니, 이것이 가장 유연한 것이었다.
나는 또 옛날을 생각하면, 농부가 밭 위에서 쉬는 것을 보고 염부(閻浮)나무 아래로 가서 결가부좌 하여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여의며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닐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스스로 병을 가지고 있어 병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다른 사람의 병을 보고 스스로 자기를 관찰하지 못한다 하여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어 병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만일 내가 남의 병을 보고 미워하고 천히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게도 또한 이 병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옳지 못하다.’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병들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스스로 늙는 법이 있어 늙음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남의 늙음을 보고 스스로 자기를 관찰하지 못한다 하여,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스스로 늙는 법이 있어 늙음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만일 내가 남의 늙음을 보고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게도 역시 이 법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옳지 못하다.’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오래 산다고 하여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병들지 않았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젊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오래 산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이에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앓는 법과 늙는 법
그리고 죽는 법
그것은 으레 있는 법인데
범부는 그것 보고 미워하도다.
만일 내가 미워만 하고
이 법을 건너가지 못하면
내게도 이 법 있기에
나 또한 옳지 못하네.
그가 만일 이렇게 행하면
법을 알아 생을 떠나련만
병이 없는 젊은 사람은
오래 산다고 뽐내는구나.
모든 뽐내는 마음 끊어 버리면
욕심이 없어 편안하게 되리라.
그가 만일 이렇게 깨달으면
욕심에 대하여 두려움 없고
생각도 없게 되어
깨끗한 범행을 할 수 있으리.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ㅡ
중아함경 제29권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大品) 제1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