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94화 보고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다.
분쟁을 치르고 가정으로 돌아와서 휴식을 갖는 장면을 진격의 거인에서 처음 본 거 같다.
이 장면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에렌이었다.
니들이 예가놈이나 씹렌 혐렌 할때 묘사하는 에렌은 늘 평정을 잃고 지랄하다 사고치는 새끼로 묘사하는데, 난 다르게 생각한다.
에렌이라는 인물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건 언뜻보면 '자유' 같아 보이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에렌이 가지고 싶어하는건 관계다. 사람과의 상호신뢰하는 관계. 가족같이 믿고 지낼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존재가 자길 비슷하게 믿어주는 그런 존재.
철 들기도 전에 죽어버린 양친의 빈자리에 대한 갈망과 자기가 사회공동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여기엔 인류승리의 기여를 위함같은 거창한 이유같은건 없다. 그냥 에렌 예거라는 인물은 사랑받고싶었던 소년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에렌이 극중 선택한 행동들을 들여다보자.
1. 어린 여자아이(미카사)가 납치된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걸고 싸움
2. 따돌림 당하는 아르민을 위해 지든 이기든 맞서 싸움
3. 자신이 거인의 능력을 안 후에도 병단에 복종하고 몸을 희생해서 공헌
4. 여성형 거인과 교전중에도 아군을 믿고 상명하복을 지킴
등등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에렌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에렌이 어떤 인물상인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에렌의 키워드를 두가지로 압축해보자면 사랑과 복수다.
내가 받은 상처를 그만큼 돌려줘야하고, 내가 받을 사랑을 위해 내 몸도 바칠 수 있는 사람.
또 '받을 사랑' 이라고 표현한 만큼 에렌은 자신이 사랑받기 위해 희생하는 것이지 순수히 이타적인 정신으로 희생정신을 보이는것이라곤 보기 어렵다. 에렌은 그래서 타산적이기도 하다.
이런 키워드를 갖고 다시 한번 진격의 거인을 보면 에렌이 씹렌소리 들을 만하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에렌은 모든 부분에서 자기 기준에 맞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성적인 결정은 아닐지라도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은 정말로 만화에나 있지 현실에 드물다.
에렌을 욕하는 사람의 주된 근거가 '지좆대로 굴다 결과를 씹창낸 적이 많다' 인데, 그리 따지면 여성형거인을 포박했을때 리바이의 불필요한 도발로 인해 불안을 느낀 여성형 거인의 샤우팅은 결과적으로 병단의 패배를 불렀고, 미카사 또한 에렌이 처음 죽을 뻔 한 날 감정조절을 못하고 가스를 너무 많이 분출해서 결과적으로 죽을 뻔 했다.
이런 결과론식 패착분석은 에렌말고도 다른캐릭터들에게도 너무 많으며, 그저 원하는 무언가를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에렌이 조롱하기에 딱 좋은 포지션이니 더 집요히 욕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글이 난잡히 길었는데.
종합해보면 에렌은 '자신이 특별하지 않고 무력함을 앎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기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상이다.
난 하튼 이런 캐릭터성에 매우 공감됐고 매력을 느꼈다.
그니까 씹렌 혐렌이란 표현은 자제하고 예가놈이나 '그 새끼' 정도로 순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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