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옵나이야? 가비카사히어로(Gabi+Mikasa+Hero, Feat. 횡로상청년)라고 함니다. 진격의 거인을 감동 깊이 사랑하는 팬들 여러분. 114화가 2월 9일쯤에 연재되기에 앞서 내 나름의 짧은 추측글을 쓰려고 한다.


진격의 거인 《113화: 포악함(暴悪, Savagery(서베이저리))》는 정말 역동적이고 호쾌한 입체기동전투를 다시금 관람할 수 있었음에는 의의가 깊은 에피소드였다. 입체기동장치(立体機動装置)라는 작품 내 주력 전투 병기의 상징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거대 참나무 속에 병사장 리바이와 전사장 지크 간의 치열한 2차 난투와 날렵한 동선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 기분이 신났다. 리바이가 가진 초월적인 초고속 입체 기동 능력을 일정한 페이지 컷 안에 담아 내려고 지극한 노고와 정성을 담아 낸 것 같은 장면이 있다. 리바이가 27여 구의 조사병들을 구축한 뒤 곧바로 지크를 추격해 거인 한 마리를 죽일 때 지크가 당황해서 오른쪽을 보고 있었는데 그 시점에 이미 리바이가 왼쪽을 장악한 것을 두 컷의 대조로 표현한 게 참신했다.

구 엘디아 제국의 정통 프리츠 왕가가 거인 과학의 힘으로 개발한 후천적인 완성품이자   '좌표(座標)'에서 기원하는 '거인의 힘'과 연결된 비인간적인 혈계한계를 품은 아커만 일족은 TYPE-MOON의 작품《공의 경계(空の境界)》의 주인공 료우기 시키(両義 織/式) 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이끌어 낸다. 시키가 선천적으로 료우기 가문이 오랜 시간 끝에 완성한 육체이자 '근원의 소용돌이'와 연결되어 있는 특수한 인간인 것처럼. 시키와 리바이, 미카사는 모두 숨겨진 힘을 각성한 무가(武家) 태생의 강화인간에 무기를 '나이프' '커터칼' 같은 도검류로 쓰며 '칼부림', '난도질'(미카사 왈 "제 특기는 살을 도려 내는 것입니다." 시키 왈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신이라도 죽여 버리겠어.")과 연관이 깊은 냉정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삶과 인과(因果)와 아이러니 자체에 깊이 고뇌하며 사랑하는 자에게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머릿결을 Short cut로 잘라 낸 흑발에 선이 굵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미인들이라는 것도 똑같고.)

이제껏 파라디 섬의 인류의 자유를 위해 싸움을 짊어져 오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전우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투쟁의 연속을 살아야 했던 리바이가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동료들이 와인을 마시고 거인으로 변해 버린 것에 깊은 후회와 분노, 자책감과 슬픔 속에 갈등하다가 끝내 부하들의 안식을 지켜 준 처절한 감정선, 지크가 마냥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배후의 흑막으로만 연출되지 않고 "크서버(Xaver, クサヴァー)" 라는 인생의 멘토(케니 아커만에게는 우리 레이스, 리바이 아커만에게는 에르빈 스미스, 그리고 에르빈 스미스에게는 그의 돌아가신 친아버지 스미스 씨라는 동기를 부여한 소스(source)이자 꿈의 기원이 있었던 것처럼.)에게서 이어 받은 가르침과 영향에 어린 아이처럼 쫓아왔을 뿐인 나름의 당위성과 인간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다음 화부터 지크 개인의 과거와 성장 과정, 더 구체성 있는 심리 묘사가 이루어질 거라는 암시까지 투척해서 한 달씩이나2 압도적인 기대감에 부풀게 만들었다. 진격의 거인 사상 최강의 원수 콤비는 역시 무언가가 다를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인정사정없는 악연과 극한 감정이 어려져 있는 대립, 충돌을 빚어 내 책 속으로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키는 흥미 요소들이다.

그리고 예거파의 행보를 통해 에렌은 자신의 고향이자 세계 연합군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최종 방어선이기도 한 시간시나 구 병단 지부를 장악해 예거파의 본거지로 삼아 기존의 병단에 대항하고 체제를 대대적으로 갈아엎기 위한 기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자신의 극단적인 주체사상("나는 자유야. 내가 무슨 행동을 저지르든 간에 그건 모두 나의 자율적인 판단력에서 기인한 것들이지.")을 미래의 세대에게까지 강요해 자신의 사상에 따르는 자들과 그렇지 않는 자들을 철저히 차별하고 자신에게 반항하려는 자들을 모조리 억압의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간주한 채 감옥에 가두어 버리고 심지어 미카사와 아르민을 포함한 옛 친구들, 죽은 친구의 유족들까지 체포하고 감금하고 있다. 예전의 겸손해진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키스 샤디스 교관에게서 배운 "자신이 특별하다는 망상에 빠져 있으면 위험하다."는 교훈을 배우며 감사를 느꼈던 에렌은 샤디스를 "구시대적인 망령"으로 몰아가고 최측근이 된 플록과 훈련병들로 하여금 구타하라고 해 놓고는 그걸 태연히 지켜 본다. 자기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나쁘고 명령에 찬동하는 자는 좋으면 된다며 횡포와 폭정을 독단적으로 휘두르는 모습은 딱 봐도 몰락의 징후가 보이는 포악한 독재자가 생각나지 않나?

여기에서 《길티 크라운 》의 오우마 슈가 떠올린다. 주인공의 성우(카지 유우키)이 같고 감독도 같은(아라키 테츠로) 음악 감독(사와노 히로유키)도 같은 애니메이션 길티 크라운도 진격의 거인처럼 성경(길티 크라운은 기독교 성경이 주요 모티브.)이나 신화(진격의 거인은 특히 서구권의 전근대 역사나 프랑스 혁명, 북유럽 신화의 그림자가 짙다.)를 모티브로 삼은 세계관과 '왕의 힘'(시조의 거인도 엘디아 제국 왕가 대대로 전해지는 힘이다.)을 소재로 한 아포칼립스물이다. 우연치 않게도 에렌과 슈는

1. '절대적인 왕의 힘'(에렌은 시조의 거인, 슈의 경우는 보이드)을 지녔다는 특수한 신분을 지녔다. 그것은 곧 작품의 본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자 키워드로 구세주가 될 수 있지만 마왕이 될 수도 있는 양면적인 성질을 보여 준다.

2. (마레에서 원정을 떠나 온 마레파 전사대, 로드 라이스와 케니 아커만의 왕정처럼) 안팎 세력에게 노려지고 이용당하며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기만 했던 소극적인 성격의 보유자.(슈는 기억을 잃은 첫 화부터 소심하고 무료한 일상에만 틀어박히고 결단을 주저하는 우유부단한 타입이고 에렌은 내성적인 슈와 극명하게 대비되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보라는 듯이 실천해 버리는 각오와 결단, 1 vs 다수라는 궁지에 몰려도 무모한 돌격부터 서슴지 않고 시작하는 등 굴복을 모르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지만 실상은 그 자신도 원하지 않게 다가오는 세상의 큰 흐름에 종속되어 있는 한계가 있다는 암시가 있는 만큼 본질적으로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순진하고 소극적이라고나 할까.)

3. 주인공이 자신을 굳게 믿는 동료들과의 화합으로 긍정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는 듯하다가 중반부터 극적인 전환점을 계기로 탈선하면서 자기가 강요하는 대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살인이나 민간인 학살(동족상잔), 협박, 납치, 집단 구타, 감금 등의 악행까지 정당화하며 옛 동료들조차 학을 떼고 등을 돌릴 정도로 포악하고 무자비한 독재자가 된 것까지 똑같다.

때마침 113화의 제목도 의미심장하게도 포악함(暴悪)이다. 점점 포악해져 가는 에렌의 미래, 나아가 이전의 흉악한 만행으로 전 세계를 독재해 온 구 엘디아 제국, 주적국 중 직접적인 원수 국가나 다름 없는 마레 제국과 다를 게 없는 제국주의, 에렌을 중심으로 하는 1인 체제 군국주의를 반복하고 있으며 이는 아돌프 히틀러와 베니토 무솔리니, 이오시프 스탈린 등을 포함한 세계의 독재자들이 그랬듯이 곧 에렌의 필연적인 몰락을 예고하는 암시성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마레에서 온 마레 측 레벨리오 - 엘디아의 주인공들이자 전사 후보생 콤비 가비 브라운팔코 그라이스가 미카사 일행이 갇혀 있는 감옥에 등장하지 않는다. 같은 감옥에 갇혀 있었더라면 적어도 가비와 수건에 감싸여진 팔코가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는 묘사 정도는 넣었어야 할 터인데 단 한 컷도 낭비하지 않는 치밀한 떡밥 투척가인 이사야마 하지메의 작법을 생각하면 숨겨진 뜻을 놓칠 수 없다. 물론, 가비가 보이지 않던 곳에 수감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경우의 반전도 고려해야 한다.

내 생각으론 가비는 에렌의 후계자로 발탁되었다고 생각한다. 에렌에 의해 특별히 따로 불려졌으며 에렌이 있는 시간시나 구 병단 지부의 방에서 에렌과 동행하고 있다고 본다. 에렌이 112화에서 미카사와 아르민을 정신적, 물리적으로 구속해 버리고는 '사샤를 죽인 어린 애(サシャを殺したガキ)'도 데려 가라고 자기보다 연륜과 나이가 많은 예거파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표면적인 뉘앙스만 보면 친구를 죽인 살인자를 갚겠다는 한이 묻어나 있지만 사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도 미카사와 아르민처럼 절규하기는커녕 태연히 실소만 머금던 에렌이 이제 와서 앙갚음을 한다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가비가 주적인 라이너의 가장 소중한 혈육이자 종형제임을 이용해 그를 제어하기 위한 인질로 써 먹으려고.

둘째. 가비를 자신의 후계자로 선정하고 특별히 후계자 교육시키려고.

잘 알다시피 가비 브라운은 초창기의 어린 에렌을 방불케 하는 천진난만하면서도 각오도 강하고 정말 원한다면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대담무쌍한 전형적인 열혈소년이다. 기본적인 성격만 봐도 초창기의 어린 에렌을 방불케 하는데 이사야마 하지메가 블로그 《현재 진행 중인 흑역사》에서 가비는 전에 그려 둔 여성판 에렌 예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힐 정도로 "마레에 태어나 자란 에렌"이라는 노골적으로 의도적인 캐릭터 설정, "계속 "죽인다.""죽인다."와 같이 같은 언어만 반복하는 너는 그 녀석(에렌)을 닮았구나."라고 아르민이 인정한 것만으로 설명이 다 되었다.

통찰력이 뛰어나진 에렌 역시 가비와 자신의 이러한 공통점을 모를 리 없다. 어려서부터 레벨리오의 동포들을 불행에 빠뜨렸다고 교육 받은 파라디의 엘디아 인들을 한 명도 남김 없이 구축할 수 있다고 단언할 정도로 투철한 각오와 살인이나 전장에서의 무장 해제한 상태로 편의병 퍼포먼스 벌이기 같은 극단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 대규모 행동력. 둘도 없는 친구들인 조피아와 우도, 사샤에게 총살당한 레벨리오의 보안 경비병 아저씨들, 우애 깊은 사촌 형제인 라이너와 피크, 포르코가 차례 대로 당하는 모습에도 굴하기는커녕 비행선 안까지 무모하게 침투했고 그 침투의 결과가 바로 사샤에 대한 복수. 심지어 감옥에 갇힌 지 하루 만에 간수병을 중병에 걸린 환자인 것마냥 유인해 죽인 다음 그 틈을 타 저 멀리 탈옥하기까지 했다.(에렌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가비와 팔코의 탈옥 소식을 들었겠지.) 에렌 크루거가 페이가 죽은 이후 그리샤의 눈빛에서 세상을 모조리 증오하는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걸 꿰뚫어 후계자로 지정했듯이 에렌도 그러한 행보만으로 가비야말로 내가 찾아 다니던 후계자임을 알아 보고 후계자 교육(세뇌)도 시킬 겸 따로 불러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에렌은 에렌 크루거의 자아에 뇌를 반쯤 혹은 거의, 완전히 장악당했다는 예상이 강한데 그 증거가 바로 아래의 두 가지.

1.  에렌이 마레 vs 중동 연합 전쟁에 부상병으로서 참전하고 레벨리오 수용구로 잠입했을 때의 가명을 다른 사람의 이름도 아닌 '크루거'의 이름을 빌려 쓴 것.

2. 850년만 해도 에렌은 시조의 거인의 전대 소유주인 프리다 라이스의 생전 기억으로부터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아 손등을 피나게 물어뜯어 자해를 내는 것으로 거인화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후에는 크루거처럼 나이프로 손바닥에 자상을 내는 것으로 거인화 방식을 쓰는 모습을 많이 보여 준다.(물론, 전퇴의 거인과의 전투에서 2 ~ 3차 거인화를 할 때 4년 전처럼 손등을 거칠게 물어뜯었고 지하감옥에서 탈옥할 무렵 27권의 표지 일러스트에도 나와 있듯이 손등을 깨물어 전퇴의 거인 + 진격의 거인의 힘으로 탈출할 구멍을 뚫고, 경질화로. 길을 봉쇄했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에렌은 죽어서도 후계자가 될 가비를 뒤에서 조종해 사실상 빙의를 해서 명맥을 이어 나가는 게 목적이 아닐까.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있어 가장 위험천만한 원수인 에렌을 증오하고 있을 가비에게는 당연히 저항해야 할 소리이고 그는 스스로를 사촌 형제인 라이너 브라운의 후계자로 인식하고 있다. 가비는 전반적인 성격은 에렌과 예거파, 파라디 섬의 시민들이 좋아할 법한 "비정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잔혹한 악마"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에렌과는 다른 변화의 노선으로 갈아타는 게 눈에 훤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준 사샤 블라우스의 가족들, 본인이 타국 출신의 엘디아 인임에도 무난하게 대해 준 카야와의 교류, 자신이 사샤를 죽인 살인자임이 발각당해도 예거파나 마레 + 세계 연합군과 똑같이 증오에 멀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응보주의가 아니라 "증오의 연쇄를 끊는 용서와 화해"를 실천한 부부의 행동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실천한 인내와 화해는 가비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어 돌이킬 수 없이 과거의 조상들이 지은 죄를 반복하고 더 큰 증오의 불씨를 흩뿌리고 있는 에렌과 대립 및 반목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가비가 에렌의 후계자로 선택 받았다는 가설이 현실화될 경우 가비는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복수하지 않고 포용하려고 노력한 블라우스 가족들, 진실을 알기 전까지 사랑을 베풀려고 한 카야의 상냥함을 떠올리고 계승을 거부하고 이게 에렌과의 대립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아니면 팔코가 가비를 대신해서 계승할 가능성도 열려질 수 있다. 팔코는 언제 에렌이 보는 듣는 앞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 그 애만큼은 절대로 거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가비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지키고픈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팔코가 점점 선한 면이 사라지는 에렌에게 최소한 잔존하는 인간성으로서 그의 마음을 지탱해 주려고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팔코는 가비가 아홉 거인의 계승자가 되는 저주로 13년의 짧은 인생 속에서 불행하게 살다가 요절하는 걸 싫어하고 있고, 라이너도 어떻게든 사랑하는 사촌 동생 만큼은 자신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걸 절대 바라지 않기에. 하지만 반대로 가비 역시도 자신을 지키려고 세네 번씩이나 달려 들어 도와 주려고 수없이 노력해 온 팔코가 거인 계승의 저주에 시달려 죽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0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끊임 없이 이어지는 계승의 저주, 이미르의 저주(Ymir's Curse/ユミルの呪い)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고 저주를 끊어 낼 수 있는 최종적인 결말을 위한 과정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가비와 에렌은 '공격성' 빼고는 그다지 똑같다고 할 수 있는 점이 많지 않다. 세계의 본질적인 진실에 거의 가까워진 에렌은 미카사와 아르민의 면전에서도 노예, 물러터진 이상주의자라고 모욕했을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른 채 무지에 얽매일 뿐인 노예를 혐오하는 에렌이 가비를 보고 "대체 이 따위 꼬맹이가 어딜 봐서 날 닮았다는 거지?"라고 부를 게 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