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진격거 시리즈를 전부 정주행했고 방에 만화책까지 있는 팬이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날 코드기어스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에렌의 최후는 를르슈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일단 난 분탕이 목적이 아니다. 실제로도 진격거의 이시야마 하지메의 그 떡밥과 연출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신랄하게 까볼 생각이기도 하다.


1. 주체성의 차이

진격거의 에렌은 초중반까지는 꽤나 능동적이다. 본인의 의지로 자유를 확립하기 위해 나서고 또 나섰다. 그러나.. 4기가 문제다. 4기가 허무주의적인 철학이 목표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너무나 수동적인 서사다. 허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이 만화의 목표란걸 알기에 까지 않겠다. 그 과정이 너무나 수동적이라는게 문제다.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기려면 4기의 흑화 에렌은 성공한 연출이다. 그러나.. 붙잡기 위해서는 실패한 연출이다. 만약 에렌의 그 흑화 버전을 시청자들에게만 4기 초반 3화 안에 제시해주고, 미카사와 아르민 등 다른 등장인물들만 모르는 식으로 연출했으면 어떨까. 그렇다면 난 수동적인 서사에서 허무와 비애를 느끼고 그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4기 최후반부에 그 서사가 나온것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를르슈는 기어스라는 능력을 발휘하며 능동적으로 나나리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나아간다. 그리고 유페미아 사건같은 중요 사건들의 진실 또한 를르슈와 시청자만이 알 수 있다. 제로 레퀴엠은 5화 안에 모든 서사를 납득시켜냈다. 그러므로 비로소 우리는 그들의 서사를 이해하고 알아나갈 수 있다. 를르슈의 대사, "총을 쏠 수 있는건 총에 맞을 각오가 된 자 뿐이다."라는 명대사도 이에서 비롯되었다.




2. 논란에 대하여

나는 작품을 중립적으로 본다. 실제 내 정치적인 성향은 작품을 평론할때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격거는 정치뿐 아닌 가해자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땅울림. 이는 충분히 파격적이고 신선한 소재이다. 하지만 동시에 잘 쓰지 못하면 처참하게 망가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진격거는 과거, 테오 마가트의 대사 등에서 전쟁을 끝없이 부정해왔다. 그러나.. 땅울림 중 아르민이 한 대사는 에렌을 살인자를 흉내낸 친구로서 미화했으며 그의 죄를 묻지 않았다. 애니판에서 수정되었다곤 해도.. 작가의 실수는 명백히 잘못 된 것이다. 가비와 카야의 대화 또한 문제가 매우 많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게 당연한 것이다. 가비 브라운의 그 증오라는것은 잘못이 맞다. 다만 카야의 "우리 엄마는 상관없잖아."와 같은 대사는 가비의 증오를 완화하는게 아닌 가해자의 책임을 약화시켰다. 또한 에르디아의 과거 과오는 유미르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보여주며 그 끝에 "에르디아도 잘못을 했다."라는 마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에렌은 시청자와 동료들에게 사연 깊은 친구로만 남았다. 하지만 자신의 과오를 토로하며 친구들을 납득시키는 노력, 를르슈는 하지 않았다. 유페미아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자신이 고의로 한 짓이라고, 책임을 지겠다고, 그렇게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분히 변명을 할 수 있는 입장이었으나 그는 이를 자신의 책임으로 모두 떠안고 죽기를 선택했다. 황제가 되서 민간인들을 막무가내로 사형시킨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는 죽음으로서, 진실을 묻는 것으로서 평화를 지켜냈다. 스자쿠와 카렌은 불가피하게 말하게 된 것이며, 나나리한테는 자신의 진실을 알아주길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손으로만 감정을 읽는 나나리가 초능력자급일 뿐. 또한 코드기어스는 브리타니아 제국 외에는 모두를 실제 나라들로 묘사한다. 독일을 모티브로 삼은 에르디아와는 달리 전세계에 선전포고를 하듯 일부러 논란을 제조하며 말이다. 실제로도 좌익, 우익 모두에게 까인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그 끝은 가해자의 책임과 전쟁에 대한 비판이라는건 모두가 알 수 있다. 엘빈의 전략 또한 나는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병사를 죽음에 내모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병사를 죽이면서 자신의 사적 가치(지하실)를 추구하는 엘빈이 좋은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를르슈가 제로로서 모두를 이끌던 것과는 정반대다.


결론.


나는 진격거와 코드기어스 모두 각자의 장단점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로 레퀴엠에 대한 오마주는 조금 과도했다고 생각하며 전쟁을 미화하는 듯한 대사들 또한 비판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물론 코드기어스 또한 대대로 까인 작품이라는 것에는 변명하지 못한다. 다만 그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이해받고 싶던 학살자"와 "증오만을 모아낸 독재자"라는 한 끝 차이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