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 만화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된 부분 중 하나인데, 나무 위키 봐도 좀 이해가 안돼서 갤러분들의 고견을 듣고자 여러 의문점들을 남기고자 함.


첫째는 에렌이 시조의 힘을 이용해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인데, 이건 건전한 지성이라면 베르톨트를 다이나 프리츠(거인)이 죽이지 않고
에렌의 어머니를 죽이도록 설계했다는 사실에서 도출할 수 있다고 봄. 그러니까 에렌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거인에 대한 증오를 심기 위해 스스로 어머니를 죽이는 선택을 한 거임.


그렇다면 왜, 다이나를 제외한 다른 거인들이 민간인을 죽이도록 그대로 두었냐.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개인적으로 에렌이 신적인 힘을(시공간을 초월해서 거인을 조작할 수 있는 힘, 엘디아인들의 기억을 개찬할 수 있는 힘 등등) 가지고 있는 존재지만, 대충 에렌 자신은 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혹은 그에 필적하는 존재가 아니다, 즉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음. 


가령 신과 같은 완전한 존재의 이성은 자신의 정념이랑(정념이 있을리가 만무할 뿐더러) 그 이성의 의지가 필연적으로 일치할 수밖에 없는 존재자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에 있어서 갈등을 겪는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데, 에렌은 그런 존재가 애초에 아님. 그냥 제한된 인지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한 소년일 뿐. 그냥 봐도 미카사, 아르민, 쟝, 코니 등등 얘네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랑 인류의 멸망 사이에서 갈등했을 거임.


그래서 에렌이 자기 자유를 충족하기 위해 대학살을 벌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봄.  즉, 에렌은 자기 친구들을, 혹은 자기가 살고 있는 섬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인류 멸망을 계획, 혹은 의도한 희대의 상놈이라는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임.


그 자신이 죄의식을 가졌다는 사실과는 무관하게도, 사적 감정으로 인해 그러한 일을 저지른 게 맞고, 객관적인 관점에서는 나쁜 놈이 맞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거임. 반박도 있을 수 있음


O1. 이미 결정된 미래를 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래를 보았다는 건 곧 예견할 수 있음을 의미함. 어떤 일에 대해서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래 사건을 바꿀 수 없을 거임. 미래 사건이 완벽하게 예측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그렇게 일어나도록 정해져 있다는 것이기 때문인데, 미래 사건을 미리 알아서 그게 인간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 앎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미래가 정해져 있다면 그게 불가능함. 따라서 완벽한 예측 능력은 결국 도움이 안됨. 이를 에렌에게 대입하면, 에렌이 진격의 거인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미래의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다면, 혹은 완벽히 예견할 수 있다면, 미래 사건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 거고, 그래서 에렌이 한 행동들은 에렌에게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됨. 즉, 결정론적 세계관에서는 에렌에게 쌍놈이라는 책임 자체를 애초에 물을 수도 없다는 것.


O1에 대한 R1.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걸 함축하지 않는다.


에렌이 미래를 알고, 그 미래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 "에렌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에렌 스스로가 그걸 간절하게 원했다는 게 사실임. 즉 자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모든 것(초반에는 거인, 후반에는 벾 밖의 모든 세계)을 구축하겠다는 욕망이 있었다. 즉, 결정된 미래조차 에렌의 욕망에 근거한다는 것. 


R1에 대한 O2. 그 욕망은 에렌 스스로 선택한 것인가?


그렇다면, 에렌이 벽 밖의 모든 세계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혹은 의지 자체는 어디에서 기원한 걸까? 만약 진격의 거인의 세계관이 모든 게 결정된 엄격한 결정론적 세계관이라면, 에렌이 땅울림을 원하는 성격으로 태어난 것, 그 자체를 스스로 선택하지는 않았으므로, 에렌을 나쁜 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임. 가령, 윤리학에서는 대안 가능성의 원칙이라고 해서, 어떤 것에 대해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었어야' 책임을 묻는데, 에렌이 그걸 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선택을 할 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거임. 가령, ㅇ 에렌의 머리에 누가 칩을 심어놓아서 세계를 멸망시켜야 겠다는 욕망을 주입했고, 실제로 그 욕망을 실현했을 경우, 과연 우리는 에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O2에 대한 R2. 대안 가능성이 부재하지만 에렌이 그것을 원했다.

다르게 행동할 수 없었다고 해서 도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님. 에렌한테는 확실히 예견된 미래를 통해 땅울림이라는 절대적으로 결정된 사건이 있으니, 행위의 대안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지만, 에렌 스스로가 운명에 순응해서 땅울림을 발동한 게 아님. 정확히 말해서는 자신들을 악마의 후예라고 부르는 벽 밖의 모든 세계에 대해 실망했고, 그래서 땅울림을 스스로 '지지'한 거임. 인과율이 그를 강제한 게 아니라, 에렌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다는 거임. 에렌에게는 대안이 없었지만, 결국 그 행위를 승인한 건 에렌 예거 본인이라는 거임. 이 가능성이 그를 '자유의 노예'로 부르는 가장 완벽한 증거라고 보임.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면 알려주셈. 에렌은 구조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게 끔 그런 환경에 놓여 있던 것도 맞지만 결국 자기 자유 혹은 욕구를 충족하려고 그 행위를 한 게 맞고 결국은 상놈이 맞다고 본다는 거임. 

이와 다르게 생각한다면 지크 예거 역시 상놈이라고 말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