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박경남」과 환상 「구영일」— 서인국이 『월간남친』에서 설계한 사랑의 이중 구조

최신작 『월간남친』에서 서인국은 「박경남」과 「구영일」이라는, 서로 다른 두 캐릭터를 제시했다. 한쪽은 웹툰 PD로 살아가는 무뚝뚝하고 서툰 남자. 다른 한쪽은 붉은 머리의 비주얼로 히로인의 이상을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속 왕자님이다. 겉으로 보면 놓인 세계도, 행동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그들이 내뿜는 ‘사랑의 형태’는 복잡하게 공명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보여주는 다른 표정, 그리고 그 밑바닥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배우 서인국의 ‘절실한 온도’. 두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 방식의 차이점, 그리고 묘하게 겹쳐지는 공통점을 다시 풀어보고자 한다.

구영일이 메우는 ‘마음의 빈틈’과 그 버그

본작 『월간남친』은 현실 세계에서의 사랑과 일에 지쳐버린 여자 주인공 미래(지수)가, 가상현실(VR) 속 ‘이상적인 연인’을 구독하는 서비스 이용을 계기로 시작된다.
그 가상 세계에서 미래의 욕망을 100%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아바타가 「구영일」이다. 한편, 미래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무뚝뚝하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웹툰 PD가 「박경남」. 이야기는 이 디지털 왕자와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 현실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미래의 마음을 그려낸다.
먼저, 게임 속 캐릭터인 구영일. 그는 미래의 잠재의식이 원하던 ‘이상적인 인정감’을 100% 구현한 존재다.
지금까지의 서인국 작품을 돌아보면, 『쇼핑왕 루이』에서 보여준 천진난만한 강아지 같은 매력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에서 풍기던 위태로움이 절묘하게 섞인 듯한 존재다. 단순히 다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어딘가 ‘위험한 향기’를 두르면서도 강하게 리드하며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겨준다.
그의 사랑은 매우 능동적이다. 그는 미래를 지루한 현실에서 끌어내어 화려한 가상 세계에서 마음을 치유해준다. 우리가 ‘지쳤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마치 꿰뚫어 보는 것처럼 건넨다. 말 그대로 ‘이상의 구현’이며,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현실의 가시를 녹이는 황홀한 순간이 된다.
하지만 그를 단순한 ‘편리한 환상’으로 남겨두지 않게 만든 것은, 여자 주인공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현실의 누군가를 향하고 있음을 감지했을 때 보이는 그 ‘예감 어린 애절함’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영일의 눈은 때때로 디지털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촉촉하다.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네가 보고 있는 건 내가 아니야.”
그런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이 서인국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서 흘러넘친다. 설정된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이 현실의 ‘질투’와 ‘고독’이라는 버그에 잠식되는 순간. 그 리얼한 고통이야말로 가상의 남자친구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본래 아바타는 사용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영일이 미래의 시선 너머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아마도 현실의 박경남—를 느끼는 순간, 미리 설정된 ‘사랑’은 ‘한 남자로서의 절실한 초조함’으로 바뀐다. 이 역전 현상야말로 이 작품에서 서인국이 설계한 가장 큰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완벽해야 할 가상 남자친구가 ‘질투’와 ‘독점욕’이라는 불완전한 버그에 잠식되면서, 오히려 누구보다 인간적으로 보이게 된다. 미래를 기쁘게 하기 위한 ‘허상’이, 그녀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변모한다. 그 애절한 버그 너머에서 우리는 서인국이 그리는 사랑의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박경남이 지키는 ‘한결같은 정적’

한편 현실 세계의 박경남이 보여주는 사랑은 영일 같은 직관적인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서툴고, 말이 부족하며, 때로는 퉁명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사랑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그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데워져 온 것임이 순간순간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미래가 술에 취해 영일과 통화하던 밤의 장면이다. 스마트폰 너머의 ‘이상적인 남자친구 영일’에게 기대는 미래. 그곳에 나타난 것은 가상의 왕자가 아니라 현실의 까다로운 박경남이었다.
만취한 미래는 눈앞의 경남을 영일로 착각한다. 하지만 그때 경남이 두르고 있던 분위기는 직장에서의 무뚝뚝한 PD와는 확연히 달랐다.
늘 굳게 다물려 있던 입가가 살짝 풀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눈빛은 놀랄 만큼 부드럽다. 평소의 차가운 모습이라는 갑옷을 벗어던지고, 취한 그녀의 모습마저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그의 분위기는, 마치 영일의 다정함과 경남 자신의 진심이 섞인 듯한 묘한 색기를 풍긴다.
가상의 영일로 착각될 정도로, 그 순간의 그는 온화하고 숨길 수 없는 애정을 머금고 있다. 평소와 다른 그 모습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다. 미래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발걸음, 그녀의 횡설수설한 말을 받아들이는 조용한 고개 끄덕임. 거기에는 디지털로는 구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인간만의 ‘체온’이 있다.
평소의 엄격함은 그녀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녀 앞에서만 ‘그저 한 남자’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 밤 경남이 보여준 부드러움은 어떤 완벽한 가상현실로도 재현할 수 없는, 박경남이라는 인간의 깊이를 보여준다.
무뚝뚝한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따뜻한 본모습. 그 갭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영일이라는 이상향에서, 경남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단숨에 끌려오게 된다.
결국 영일이 느끼는 ‘나를 봐달라’는 갈망도, 경남이 조용히 지키려는 ‘그녀를 향한 진심’도, 근본에는 같은 것이 있다. ‘상대를 깊이 바라볼 때만 생겨나는 열정’이다.
가상의 왕자가 현실의 고통에 떨고, 현실의 남자가 이상과 같은 다정함을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서로 뒤바뀌는 듯 보여주는 ‘공통의 온도’야말로, 이 작품이 그려내는 사랑의 해상도일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사람이 같은 ‘절실함’으로 한 여자를 사랑한다. 그 겹쳐지는 지점에 닿는 순간 우리는 ‘가상인가 현실인가’라는 경계를 넘어, 배우 서인국이 구현한 아주 현실적인 사랑의 인력에 사로잡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