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충만한 제목에, 허겁지겁 클릭했다면, 미안하다.

단언컨데 선형론자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저렇게 도발적인 제목을 썼는가?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세간에서 이야기되는 특이점이란 건 얼마나 허상인가, 그것을 다루고 싶기 때문이다.





1. 특이점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도래하는가?


특이점이라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총 지적능력을 뛰어넘는 시점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AI가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을 만들고,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뤄낼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세간에서 이야기되는 특이점 이후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특이점이 우리가 예상한 대로 도래하는가? 란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는다.


제일 흔하게 언급되는 '인공지능의 반란', '인공지능의 오작동' 등...

그러한 사건들이 발생하여 특이점이 도래한다 해도, 인류가 곧바로 멸망한다던가 하는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특이점이 도래한다 해도 그게 세간에서 떠도는 형태가 아니란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이러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2. 모든 발전사는 물리적 한계에 종속되어 있다.


예건데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갑자기 인류의 '요구'를 모조리 충족시킬 수 있는 AI 공장이 나타났다고 하자.

자, 그렇다면 이 공장은 정말로 인류의 요구를 모조리 충족시킬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이 공장은 물리적 한계에 종속되어 있다.



1. 원자재 : 어디서 원자재를 충당해올 것인가?

2. 에너지 : 어디서 에너지를 공급받을 것인가?

3. 수송망 : 생산된 물건을 어떻게 전 세계로 배분할 것인가?

4. 사회 체제 : 이러한 공장의 등장으로 변혁을 맞이할 사회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이것이 물리적 한계의 종속성이며,

인류는 이 물리적 한계의 종속성을 점진적으로 확대시켜왔다.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점차 개선해온 것이다.


불부터 시작해,

바퀴, 수레, 문자, 강철, 증기기관, 반도체 등으로.


그리고 이것은 특이점이 도래한다 하더라 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인류는 언제나 물리적 한계의 종속성과 투쟁해왔으며,

특이점이 도래한다 해도 결국 이 물리적 한계를 넓힐 수 있는 범위를 늘려줄 뿐이다.


인류는 여전히 이 물리적 한계에 종속되어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방대해진 물리적 한계를 사용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인류는 또 다시 물리적 한계에 종속될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각종 기술을 동원하여 피라미드를 지었다.

그러나 그 피라미드는 왕조의 대사업이었으며,


마찬가지로 현대 인류들도, 도시의 인프라 유지 및 기술 발전을 위하여

물리적 한계를 끝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결국 인류는 언제나 물리적 한계와 투쟁해왔으며, 그건 특이점 이후에도 영영 변치 않을 사실이다.


그리고 현대의 인류는 이 물리적 한계의 종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란 이름으로.

수송망을 엄청난 규모로 발전시켰다.





3. 방대해진 물리적 한계는 필연적으로 고도화된 수송망을 요구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원자재가 수없이 쓰이고 있을 것이란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원자재를 수송하기 위한 수송망은?

가공재를 수송하기 위한 수송망은?

제품을 수송하기 위한 수송망은?

인간을 수송하기 위한 수송망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수송망은?


현대 사회는, 수송망이란 틀 위에 쌓아 올려진 모래성과도 다름없다.

아니, 카드로 만들어진 집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수송망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봤다.

더 디비전 트레일러의 내용대로, 코로나가 전 세계의 수송망을 낱낱히 해제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자.


그렇다면 특이점 도래 이후, 특이점을 위한 수송망이 만들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특이점을 유지할 수 있는 수송망은 얼마나 방대해야 할 것이며,

수송망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가?


수송망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류는 얼마나 많은 물리적 한계에 도전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역설적으로, 특이점은 그 수송망에 얼마나 종속될 것인가?


그리고 그 수송망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4. 그래서 이걸 논의하기 위한 담론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세간에 떠도는 특이점이란, 이러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냥 무작정 기술의 발전이 마냥 꿈과 희망을 보장해줄 것이라 믿는다.


정말로 낙관적이라 해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 없이는 기술의 발전을 유도한다 해도-

그 끝에 특이점이 도래한다 해도.


결국 저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가와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


요컨데, 언젠가 올 특이점을 위하여 수많은 인문학적 담론을 배경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불이 발견된 고대에도.

강철이 만들어진 시대에도.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류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 기술의 발전이 무엇을 부르고,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것은 때로 또 다른 기술이었으며,

유럽을 떠도는 하나의 유령이었으며,

혹은 이데올로기였으며,

혹은 머나먼 우주를 향한 꿈이기도 하였다.



결국 특이점이란 것도, 이러한 인문학적 담론 위에서 성립해야만 한다.

결국 이러한 인문학적 담론이 선행되는 일 없이, 기술의 발전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 믿지는 말자.


5. 특이점 이후에도 인류는 언제나 투쟁할 것이다.


특이점 이후에도 물리적 한계에 도전해야 하고,

그 수송망을 유지해야 하고,

그 수송망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부터,

그리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까지.


고대 그리스에서도, 노예를 부리던 철학자들도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노예를 부렸으나, 필수재와 사치재를 갖추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철학자들도 투쟁하고, 노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간에서 떠도는 특이점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류가 먹고 살기는 더욱 좋겠으나, 그만큼 더욱 가열차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될 것이다.


막말로 특이점 이후, 우주 개척은 필연적일텐데-

로봇이 작동하지 못하는 특이한 우주 환경이 있다면?

통신이 전혀 닿지 않는 우주 공간이 존재한다면?


사실, 이러한 가정만 해봐도 세간에서 떠도는 특이점은 얼마나 허상인지를 알 수 있다.


결국 특이점이 와도, 인간은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는 미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