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SPK박사(학위수여까지 완료)중 하나 인증했던 사람임.
업계 특성상 세부전공 같은거 추가인증을 하지는 않겠음 (해봤자 저격당하고 조리돌림당할게 뻔해서)
여기보니까 논문 리비젼/억셉트 프로세스 관련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 거 같아서 썰같은거 풀고감.
저격좀 방지하게 다른 대학원생 친구들에게 들었던 썰까지 버무려서 대충 서술하겠음.
1) 대학원을 왜 하는가 - 시작의 서막
대학원을 시작하는 부류는 정말 다양하다.
분야별로 (이과/문과) 차이는 거의 땅과 하늘차이 인거 같고, 같은 분야라도 조금 세부적인 특성만 달라도 경험하는 대학원생활이 천차만별이다.
거기에 얹어서 전문직(대표적으로 의사등 '사'짜 직업들)이라던가 '자격증'의 측면이 강한 박사학위들 (주로 문과쪽에 이런거 많은 듯)까지 버무리면
그냥 사실상 전 분야 직업을 어우른 수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통일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이 있는
이과계열 박사의 경우엔
(1) 올림피아드 같은거 하고 과고 같은거 나오면서 막연하게 해당과목과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 20퍼센트,
(2) 과목은 몰라도 학부때 해당 교수님 수업 몇번 들어보고 랩인턴생활 해보니 뽕차오른 사람 20퍼센트
(3) 사회생활 하고나서 학위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 20퍼센트
(4) 뭔가 커다란 꿈이 있는 사람(사업아이템 등) 20퍼센트
(5) 학부때 획득한 지식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이걸 증명하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은사람 20퍼센트 정도쯤 되는거 같다.
실제로도 이런 5가지 항목에대한 능력치(?)를 증진 시킬수 있는 곳이 대학원이고,
그 절정을 찍게 되는게 '논문작성'이라는 프로세스이다.
2) 논문 작성을 왜 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내가 생각하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탐구하고, 나의 논조를 제 3자에게 과학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라고보면된다.
이공계 박사 학위 자체는 이걸 과학적인 사고구조와 과학사회의 일원으로서 과학사회에 통용되는 언어로 진행할 수 있는 가를 평가하는 과정이라 보면된다.
3) 논문은 크게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가
크게 이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보면되는데 단계 '0'을 우선 넣도록하겠다.
실험과정에대한 숙련도 증진으로.
(0) 실험과정에 대한 숙련도 증진
빠른애들은 주로 랩 인턴을 학부때 부터 뒤면서 실험방법부터 익힌다. 바이오 쪽/생화학계열이라면 기본적으로 젤 내리고 컬쳐하고 이런걸 알아야하고
공학 계열은 소위말해서 쇠깎는다 시뮬레이션 돌린다, 메트랩돌린다, ISO 규격에 맞춘 실험기구들이나 기기들 사용법을 배우고,
물리하는애들은 레이져랑 기판같은거 설치해서 신호 읽는 과정, 항공 연료 뭐이런거 하는애들은 발사체 시험해보는 과정,
로보틱스나 컴공하는 애들이라면 코딩짜는 거라던가, 조립하는 것들 등등
그리고 통계돌리고/ 통계 해석하고/ 데이터 관리하고/ 실험 데이터의 수집/정리하는 모든 과정이 다 여기에 들어간다.
물론 교육자료도 있고, 생각보다 단순무식한게 많지만, 이 기초를 어떻게 배우는지에 따라서 퍼포먼스가 크게 달라지고
의외로 (생각보다) 뭔가 체계성이 떨어져서 랩선배/사수/교수에게 어떻게 지도를 받는지가 중요해지고
이때문에 박사를 어디서 수료했는지, 포닥을 어디를 나왔는지, 지도교수나 랩이 누구였는지를 엄청 따지는게 이거 때문이다.
살짝 도제식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종종 혜성처럼 그렇게 좋지 못한 랩에서도 스타 연구자가 나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
사회생활이랑 크게 다를 게 없다.
석사나 박사 1년끝날때즘 되면 '인간구실'정도는 할 정도로 능력치가 오르게 되고 이때부터 슬슬 연구주제를 고르게된다.
(1) 우선 주제를 정하고 문헌조사를 시행한다.
이또한 랩의 분위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는 본인이 관심있는 주제를 연구하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각 랩이 발을 들이고 있는 연구비/예산 이런것 때문에 아무래도 관련 랩이 중점으로 잡고있는 연구주제는 벗어나지 말아야하고
랩 내에 포닥/사수나 교수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교수도 딱히 건드리기 싫어하는 경우도 높다
(물론 '님 좋을거 하세요 토닥토닥'하는 천사계열 교수도 있긴한데, 모든것에 명암이 있듯이 이런 교수들은 연구지도도 자율방임으로 하는경우가 높음.)
결국 본인이 들어간 랩에서/ 교수님이 어느정도 전문성과 자신이 있는 주제로 연구를 추려나가기 시작해야하며,
상당히 많은 경우엔 랩 사수나 선배가 진행하다가 버림받거나/보충이 필요한 주제를 건드리게 되는 경우가 높으며,
그마저도 이공계부분은 이론이나 개념적인 측면에서 매년 업뎃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헌조사를 빡세게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때 인생에서 가장 많이 논문을 찾아보게되고, 논문도 많이 읽다보면 이게 좋은 논문인지/나쁜논문인지 (물론 저널 IF따라 가는경우가 많지만)
어떤 연구자가 어떤연구자랑 인맥이 좀 있겠거니 이런걸 보는 눈도 이때 많이 생김.
그렇게 랩미팅과 문헌조사, 리뷰페이퍼, 뭐 메타분석 같은연구들로 추리고 추려서 연구주제를 정해서 아이디어를 교수님께 내게 되고
맘에 들면 연구계획서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이 경우 랩마다 좀 차이가 있는데, 주제가 아무리좋아도 개념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주제도 많기 때문에
N수를 극히 줄여서 예비연구를 먼저 시키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이래야지 주제가 산으로 가지 않고/ 최종 실험 구성단계에서
계획적으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서 재료값/연구시행횟수 등을 좀 절약 할 수 있다.)
(2) 추가적인 문헌조사 시행
주제를 골라도 추가로 문헌조사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주제를 고를때는 꼬리에 꼬리를 문 논문들을 정리해서 다음단계 연구과정을 구상하는 것이라면,
(즉 현재 내가 조사하려는 주제 내에서 연관성은 높지만 선행연구가 가급적이면 부재한 주재를 찾아내는게 중요하다면)
연구주제가 정해졌으면, 이제 연구를 어떻게 해야할지에대한 문헌조사가 필요하다. 사용된 연구기기, 사용된 재료, 사용된 컨셉과 개념과 이론
이런것들을 가장 최신것들부터 hall-mark paper 이라 불리는 (즉 업계에서 킹왕짱 페이퍼 취급받는 논문들 ->이건 꼭 NSC가 아닌경우도 많다. 예를 들자면 materials처럼 특정 분야에서 권위자들이 많이 읽는 잡지가 따로있음.) 논문들을 찾아서 읽고, 어떻게 연구를 진행할지 좀 구성을 생각해보고
사실 저널마다 좋아하는 서술방식/연구방법론/재료 등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좀 치밀한 연구자들은 이때부터 타겟저널도 좀 마음에 두고 연구를 구상하는 경우가 많다.
(3) 주제 문헌조사를 바탕으로 대명제를 확립하고 이에 맞추어 연구를 구상한다.
주로 이공계에서 좋아하는건 Null-hypothesis이고 (즉 B가 밥이다 라는것을 증명하기 위해 B가 밥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부정하는것)
이에 맞추어 실험을 구성해서 데이터 뽑는 노가다를 거친다.
아주 치밀한 랩들은 이후 연구과정에 대해서 좀 빡세게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재료쪽이라면 A라는 재료를 10만큼 준비했을때 비파괴실험/파괴실험 종류를 나눠서 연구 순서를 체계적으로 짜놓지 않으면
나중에 데이터를 다시내거나 추가로 내야할때 시료를 다시 제작하는 뻘짓으로 연구가 길면 1년 2년씩 늘어지는 일들이 흔하다.)
하지만, 이런게 잘 안되는 랩들도 분명히 있고.. 그러면 주어진 시편에서 나오는 (허접한)데이터로 논문을 뽑던지.. 질질 끌어서 박사학위 수여가
몇년씩 더 늦어지던지 하는일 을 겪게 된다.
(4) 데이터가 다 나오면 절반정도 온것.
데이터를 뽑고나서 타겟 저널에 맞춰서 데이터를 어느정도 뽑게되는데, 특히 major figure이라고 가장 '짜잔'하면서 보일수 있는 그래프/도표/이미지를 얻어내고
추가적으로 supplementary data를 몇개 뽑아게 되면 '절반'정도 온거다.
이때쯤 부터 결론을 내리면서 타겟저널을 물색하게 되며, 각 저널마다 제출해야하는 양식/ 논거 서술 방식/ 이미지-도표 제시 방식/ 심사 과정 (기간)
등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교수님과 자-알 쇼부를 봐야한다..
(많은 교수들은 좋은 데이터다 싶으면 좋은 저널에 내고 싶어하지만 대부분 좋은저널들은 K-연구자들 상대로 특히 리비젼 개 빡세게 때려버리고
심사기간도 조오온나 길어서 대학원생들 탈모오기 딱 좋다.)
중견랩의 장점이라면 교수가 특정 학회지를 선호하는경향성이 딱 드러나게되고 ( 주로 본인이 인맥이나 협업을 많이한 학회지인 경우가 많다.)
선배가 남겨놓은 양식에 맞춰서 논문을 작성하면 이 부분부터 상당히 빨리 논문이 직행된다.
하지만 본인이나 교수님의 욕심으로 이때 타겟 저널지가 다르게되면 의외로 도표그리는 그 세부적인 과정들이 다 달라지기때문에
논문 작성 자체도 상당히 힘들어진다....
하여튼 그렇게 교수님과 잘 쇼부를 봐서 타겟저널에 정하게 되면, 그 저널이 원하는 양식에 맞춰서 작성을 하게된다.
주로 Introduction부분에 현재까지 해당연구주에대해서 선학들이 어떻게 연구를 해왔는지 (표절에 걸리지 않게하면서도) 깔끔하게 스토리를
잘 추려서 이야기를 작성하고 / 내논문주제가 왜 독특한지 요약을 한다음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데이터들을 보이고
마지막으로 결론에서 연구의 부족한점/ 해석방법/ 추가필요한 연구 등에대한 장황한 논설을 열거한다.
에디터들도 다 다른학교에서 교수하거나 연구하면서 바쁜사람들이라 사실 논문을 첨부터 끝까지 다 꼼꼼히 읽기보다는
인트로 읽어서 얘가 제대로 아는 애가 맞는지 보고, 그다음에 major figure부터 봐서 이게 봐줄만한 가치가 있는 논문인지 살피고
마지막으로 학교/지도교수를 봐서 '이게 봐줄 가치가 있는 논문'인지 좀 확인한 다음에 세부적인 사안들을 뜯어먹으면서 즐기는 경향성이 높다.
(5) 리비젼 리비젼 리비젼
이후에는 지옥의 고통스러운 리비젼과정을 맞게 된다.
우선 수석 에디터가 보고 'ㅎ 이건좀' 하면 데스크 리젝션을 먹여버리고 ( 차라리 이러면 빨리 다음 논문지로 양식수정할수 있어서 좋음)
그게 아니라 정식 심사과정을 거치게 되면 여러명의 에디터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약간 학교랑 나라 빨을 타게 되는데 아무래도 학계가 서양중심으로 뭉쳐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SPK라고해도 메이져리비젼부터 쳐먹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이경우 실험을 첨부터 다시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초전도치의 경우에서도 봤지만 A가 B이다 혹은 B가 아니다를 입증하는 과정은 상당히 어렵고/ 눈으로 보는 것조차 믿지 않기 때문에
그 데이터의 값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무조건 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동양권 국가 논문들 중에 주작이 많아서 어쩔수 없긴 한데, 미국애들 논문보면 '이게 실려?'싶은 논문들도 많아서 차별을 느끼는 학자들도 많다고봄.)
하여간 주로 A가 B라는 데이터를 4개정도 냈으면 이 4개에 대한 '추가적인 입증'을 해주는 실험을 3개정도 제시해주는데 ( 에디터들이)
이중에 우리 랩에 없는 연구기기라도, 다른랩에 사정사정해서 실험을하던지, 뭐 어떻게든 에디터들이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는것들을 좀 만족시켜주는
데이터를 내줘야지 메이져 리비젼 딱지 사라지고 마이너 리비젼 계열로 넘어간다.
바이오나 그쪽 계열들은 이거 재실험하는 그 과정자체가 수개월에서 길면 연단위로 실험이 늘어지는 경우도 많다는게 함정.
메이져 리비젼이 대충 다 끝나고 도표나 이미지나 그래프 수치들이 어느정도 리뷰어들 마음에 들면 이제 마이너 리비젼 중심으로 거치게된다.
주로 영문교정/paragraph 교정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하게 되고, 추가로 에디터들이 A라는 저널의 C로직을 추가로 넣어서 설명해라던가 해서
저널들을 추가로 놓고/ 논지를 수정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참고로 이때 에디터들이 감내놔라 배내놔라하다가 논문을 첨부터 다시 다 쓰게 되는경우도 있다.. 옆에서 본적 있음....
이런과정을 거쳐서 나오는게 SCI급 저널들이라고 보면됨.
이런과정들을 통해서 익히게 되는 점들이라면
1) 저널들을 읽고 선별하는 방법을 배우게되고
2) 내가 알고 싶어하던 지식에 대해서 현재 과학계가 가지고 있는 consensus가 로직을 알게되고
3) 이 consensus를 일으키기 위해 어떤 실험들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되며
4) 추가로 이실험들을 '직접'어떻게 하는지, 각 실험들이 가지고 있는 맹점들과 장점들을 몸으로 익히게되고
5) 이 실험들로 나온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게되며
(사실 이과정에서 통계도정말 중요한데, 통계는 어려워서 외주 맡기는 곳도 많다. 물론 예리한 에디터들은 이걸 금방 잡아냄)
6) 마지막으로 이렇게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사용해서 저널이라는 짧은 몇페이지 글로 요약하는 방법을 배우고
7) 이 저널이라는 시스템으로 나랑 반대로 생각하는 학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게됨
( major revision/ minor revision같은거보면 A4로 10페이지 20페이지씩 반박/수정/감사 편지같은걸 엄청 길고 구구절절하게 써야한다.. 그걸로 또 설득시켜야함)
아이고 글쓰다가 2시간이 금방 넘어가버렸는데..
간단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이거임
NSC급이 아니라 적당히 해당분야에 맞는 학회지에 논문을 올리기위해서는 (IF는 좀 다른이야기인게 분야별로 IF같은게 다 달라서 해당 분야 권위지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고 이건 업계 사람들이 더 잘앎) 저런 좆고통 받는 과정을 거쳐야하고
(이론쪽은 좀 다르더라 철학 논문처럼 고매하게 시뮬조금 돌리고 공식 적어가면서 논문 적는 곳도 있음)
그 과정중에 과학계가 바라는 사고방식이나 스킬을 터득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음.
이런글도 좋아하려나.
똥글 싸고 간다. 수고링
긴글은 개추
학부연구생 해보는거 추천함?
랩분위기 시찰+ 연구주제+ 혹은 향후 해당랩에서의 퍼포먼스 증진+ 랩선배들과 인맥쌓기 가능 등등의 측면에서 이점이 많음. 학부 인턴만하고도 포스터정도 낼정도만 돼도 교수들도 좋아하고 취업에도 도움됨. 다만 랩 성향에따라 학부연구생하면서 학점관리가 어려울순있을지도?
좋은 글이구만
ㄹㅇ 갈려나가는 과정이구만
역시 일하는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