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쌤이 찾으신다고 했는데... 어디가 쌤 자리인지 모르겠네."



"아, 선생님! 저 부르셨어요?"



"응~ 그래, 아라 왔구나. 일단 옆에 좀 앉아볼래?"



"왜요,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아라 특활반 정해야하는데 미리 생각해 놓은 데 있니?"



"저... 전에 학교에서는 제빵반 했어요. 계속 하고 싶은데..."



"흠... 글쎄다... 제빵반은 인기가 많아서... 잠깐만~. (뒤를 돌아보며) 부장선생님! 혹시 제빵반 빈 자리 있어요?"



"제빵반? 거긴 자리가 없지~! 미리 했었어야지, 이제 바꾼다고 하면 어떡해?! 쯧. 아, 아! 하, 요년 운 좋네~. 그 3반에 희태 놈이 나가가지고 자리가 비었어. 그 놈 알지? 그 맨날 사고만 치다가 이번에 퇴학된 놈... 쯧쯧... 그런 놈 키우는 부모는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하여간 강북 애들은 애초부터 글러먹었어. 내가 예전에 강남에서 선생할 때는~~ .......... "



"됐다, 아라야. 마무리는 선생님이 할 테니까 들어가서 종례하자."



드르륵 의자에 앉는 소리



"오늘도 수고했다, 얘들아. 새 친구도 왔는데 다 같이 급훈 한 번 외치고 끝내자~ 우리 반 급훈이 뭐라고?"



"중간만 가자~."



부스럭 부스럭 짐 챙기는 소리


"야, 이아라! 오늘 뭐하냐?"



"아, 세연아... 아까는 미안했어... 괜히 같이 밥 먹자고 해가지고... 나 근데 내일부터는 너랑만 먹으려고! 걔네랑 먹어서 딱히 좋을 것 없더라..."



"에이~. 난 또 뭐라고. 뭘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 됐고, 오늘 할 거 없으면 우리 집 가서 놀자. 오늘 부모님 안 오시거든."



~ 세연이네 아파트 단지 앞... ~


"세연아, 여기가 너네 집이야?"


"응, 왜? 너도 여기 살아?"


"아, 아니... 그냥."



"들어와~. 이사온 지 얼마 안 돼서 좀 휑하지?"



"여기가 내 방이야. 들어가서 쉬고 있어. 맛있는 거 해줄게!"



'아... 여기가 세연이 방... 예쁘다..."



'피아노도 있네... 어릴 때부터 갖고 싶었던 건데... 할아버지한테는 사달라고 말씀 못 드리겠지...?'



"거기 피아노 있는거 전자피아노라 소리 별로야~! 그래도 치고 싶으면 맘대로 치고, 컴퓨터도 써도 돼~!"



냠냠


"이거 먹고 뭐하지? 동생이 다운받은 영화 있는데 그거나 볼래?"


"그래! 난 다 좋아."



"집에 먹을게 없어서 냉동만두나 튀겼는데 맛있다 ㅋㅋㅋ 넌 어때, 맛있어?"



"응! 이거 옆에 새콤달콤한 소스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 어떻게 만든거야?"


"아, 그건 식초랑 고추장이랑 1대 1로 섞고~~~ .......... "



~ 19금 영화 보는 중 ~


"세, 세연아... 이거 동생이 빌려온 거 맞아...? 동생 몇 살인데...?"



"초딩..."


"..."



"야! 너도 저거 느껴볼래?"


"응? 뭐를??"



"뭐긴 뭐야, 이거지~~! ㅋㅋㅋㅋㅋㅋ 어떠냐, 느낌 좋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꺅!"



"세...세연아! 잠깐만, 잠깐만!!"



"저기, 나는 다 이해하고 너가 그런 쪽 취향이라도 너랑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내 생각에 나는 아닌 것 같아... 미안해, 세연아. 미안.."



"응? 뭐라구...?"



"야, 이아라! 너 걔네한테 무슨 말 들은거지? 그치? 정말 실망이다. 내가 너한테 그런 말한 적도 없는데 소문으로 듣고 혼자 동정했니? 너도 다른 애들이랑 다를 거 없네."



"우리 집에서 나가. 나가줬으면 좋겠어."



~ 쫓겨난 아라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


"엉엉... 새로 만든 친구였는데... 엉엉. 내가 오늘 쟤 때문에 다른 애들이랑도 싸웠는데 내 맘도 몰라주고... 씨발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는거야, 엉엉."



띠링띠링


"네, 흐흑. 여보세요, 흑."



"지금요...? 아, 알겠어요, 흡."



~ ㄷㅂㄷㅂ ~



"아라야,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오빠한테 말해봐. 뭐 갖고 싶은거 있어? 오빠가 사줄까?"



"아, 죄송해요. 갖고 싶은 건 없고... 오늘은 밖에서 데이트하면 안 돼요?"



"밖에서...? 음, 왜? 알았어, 근데 정말 갖고싶은 거 없니? 먹고싶은 거라도?"


"아, 학교 앞에서 다코야끼 3개 천 원에 파는데 그거 되게 싼 거래요. 다른 데 나가면 애들이 다 비싸다고... 그래서 기회있을 때 막 먹어서 아예 질리게 하고싶은데 그럼 한 300개? 정도는 먹어야 질리겠죠? 그럼 3개 천 원이니까 계산하면..."



"그래, 그래, 아라야. 그거 오빠가 사줄게. 십만 원? 그거면 될까~?"



"아, 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건 좀..."



"왜 그래, 아라야. 아직도 준비 안 됐어? 오빤 진짜 너가 너무 좋아. 다코야끼? 그것도 사줄게. 아니면 그 돈으로 다른 걸 해도 되고."



"아니에요, 그거 사달라고 말한 거 아니에요... 죄송해요..."


"그래, 아라야. 오늘은 너도 기분 별로고 하니까 지금 집에 들어가는게 좋겠다."



~ 혼자 집에 들어가는 길, 상점가 ~


띠링띠링 문 입구에 달린 종 흔들리는 소리



"어... 저, 여기 혹시 알바 구하시나요?"



"알바~? 어쩌지, 구하고 싶은데, 구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호호. 너도 알지? 요즘 최저시급 오른거~ 영세 상인만 고통이야, 아주. 너 그리고 딱 보니까 어리게 생겼는데,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이런 데서 알바하지 말고 공부해~! 공부하는게 최고야, 응? 우리 아들도~ 큰 아들은 지금 의대 다니고 있고 작은 아들은 로스쿨 갔는데~~ .........."


"아,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어...? 전단지 붙었다...'


'알바 구함 / 시급 8,500원 (협의) / 가_족! 같이 일하실 분 구합니다 / 성별 무관 / 연령 만 18세 이상'


'아... 나이가 안되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앞 ~



'어...? 세연이다...'



'아무래도 사과해야겠지...'



"세연아... 잠깐 앉아도 돼?"


"어... 그래."



"......."



"세연아, 내가 정말 미안해. 생각해보니까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다른 애들 얘기만 듣고..."



쓰윽



"세연아, 어디가...!"



"세연아, 잠깐만. 잠깐만 얘기하자. 내가 잘못했어, 응?"



와락


"야, 이아라. 뭘 자꾸 잘못했대, 오늘 하루종일. 너 진짜 웃긴다 ㅋㅋ 그렇게 쉽게 잘못했다고 말하지 마. 너가 뭘 잘못했냐? 그리고 나도 미안해... 솔직히 우리 학교 애들 다 나보고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까지 그러니까 갑자기 빡치는거야. 근데 그런 소문 듣고 너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건데... 다른 애들이랑 너랑 같다고 얘기해서 미안해..."



"아냐, 세연아...! 진짜 다행이다... 너가 정말 화난 줄 알았어."



"화났지, 조금! 근데 나도 할 말 없으니깐! ㅋㅋ 아마 요즘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더 화냈던 것 같아. 나 사실 우리 부모님 여기 안 살아. 엄마 바람피고 아빠 집 나갔어. 생활비는 주겠지? ㅋㅋㅋㅋ"



"세연아... 너 괜찮아?"


"그래그래~ 뭐... 잘 모르겠는데 괜찮아지겠지, 뭐!"



"세연아, 나도 사실 숨긴 거 있어."


"뭔데?"


"나 여기 살아. 이 아파트 지하실. 경비아저씨 알지? 그 분이 나 키워주시는 분이셔... 나도 우리 엄마아빠 안 계시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계신지 안 계신지도 몰라. 나 아저씨가 옛날에 일하던 아파트 놀이터에서 울고 있던거 데려와서 키우신거래. 그리구 나 오늘 바보같은 짓도 했다? 너 피아노 갖고 있는거 부러워서 나도 사려고 알바 자리 구해봤어. 근데 어딜가도 뺀찌만 먹고 ㅋㅋㅋ 나이 때문에 안 된대."



"야~! 너 피아노 좋아해? 그럼 그냥 우리 집 맨날 와...! 나 피아노 때려친 지 오래됐어 ㅋㅋㅋㅋㅋ 아니다, 아예 너 가져가! 전자피아노라서 가져가기 쉬워."



"진짜~? 그래도 가져가진 않을게!!! 너네 집에서 치고 싶을 때마다 칠 수 있으면 돼...!"



"아~ 진짜 잘 됐다 ㅋㅋㅋㅋㅋ 너랑 화해해서 좋은데 피아노도 칠 수 있어서 더 좋아 ㅋㅋㅋㅋㅋㅋ"



찰칵


"우리 이거 둘 다 프로필로 해놓자 ㅋㅋㅋㅋㅋ"






~ 에필로그 ~



"야, 내가 재밌는거 얘기해줄까? 걔네 화장실에서 수군대는거 들었는데 걔네 원조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