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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속 발레리나 -2 <신의 한수>


"에드워드 씨의 저택에서 춤을 추게 됐다는 소식 들었어요. 축하해요, 발레리아."

"축하 고마워요."

"한스에게 에드워드 씨가 직접 연락했다던데요?"

"에드워드 같은 거물이 저를 알아주니 영광일 따름이죠."


난 모르는 일이었다. 내 공연에 관련된 모든 권한은 한스가 주무르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나는 애써 거짓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미소에 켄드릭이 속아주길 기대하면서.


대기실에 들어오자 마자 동양인 댄서인 수아가 나에게 의상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여 헛웃음이 나왔다.

아마 에드워드 같은 큰 손에게 나를 바치려는 속셈이겠지. 더불어 기왕 바치는 거 그럴싸하게 꾸며놓고 바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거다.



"수아, 잠시 나 좀 봅시다."

"네네, 이 의상만 손 보고요."

수아는 한스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내 의상을 맞추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일은 서커스단 전체에게 매우 중요한 일 임은 확실했다.



"에드워드 씨가 로즈 시아가의 춤을 보고 싶다는 편지를 직접 보냈어.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나?"

"알죠 알죠. 한 번 꼬셔보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최선을 다하라는 말일세. 목욕부터 화장까지 전부 완벽하게 준비해놔야 해. 에드워드 씨가 우리 공연장에도 후원을 해준다면 떨어지는 돈이 얼만데."

"최선은 다하고 있어요, 자기. 나 믿어보라니까?"



나는 잘 모르겠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어릴 때 아무리 유망주였다지만 내가 발레를 놓고 생계전선에 뛰어든지도 어느 새 10년이 넘었다.

그런 나를 에드워드 씨는 어떻게 알았을까. 



수아는 흥얼거리며 신나게 나를 꾸몄다.

나는 이 공연의 뒤가 구리다는 것을 대충 짐작하면서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와 수아, 한스는 가파르고 음습한 산을 운전해서 에드워드 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런 거대한 규모의 저택은 전세계를 누빈 한스조차도 처음보는 듯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였다. 에드워드 씨가 값 비싼 미술품을 모은다는 것은 알았지만 거대한 성에서 산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에드워드 씨와의 인사는 한스와 수아가 대신하고 나는 중앙 홀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역시나 소문대로 희귀하고 값비싼 예술품들은 이곳에 모두 전시 되어있었다.

'에드워드 씨의 신조는 어떻게든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는 거래요.'

언젠가 누군가가 말해준 에드워드 씨의 신조가 떠올랐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신조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나는, 아주 야비하고 굴욕적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


나는 수아에게 내가 춤 출 무대로 안내 받아 후프를 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허공에서 춤을 췄지만 나는 춤을 추는 데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내 무대는 완벽했다.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한스 씨에게 지불하는 공연비와 별개로 작은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주실 수 있나요? 안 그래도 부탁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지요."



나는 내 애인과 내 인생을 배신하는 일생일대의 실수이자 신의 한수를 두기로 마음 먹었다.


"제 부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