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를 시작한지 어느덧 3개월이 넘어간다.
어제 통장을 보니 186만원이 들어와 있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근처 마트에 들러 냉동피자를 사서 집에서 먹었다. 그게 기분내는 정도의 끝이다.
오늘은 옥상에 올라와서 우레탄 방수가 깨지지 않았는지 점검을 했다.
평소 관심이 없을땐 보이지도 않더니 자세히 보니까 우레탄이 아주 벗겨지고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일을 마치고 아저씨들이랑 대충 식사를 떼운 다음 사무실에 들어와서 휴대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는데 반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서른살 중후반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의 집이었다. 어린애도 같이 있었다.
엊그제부터 아무리 해봐도 배수로에서 물이 빠지지 않는단다. 변기에 휴지를 집어 넣고 난 뒤에 그렇다고 했다.
예쁜 여자도 아니었는데 자꾸 콧소리로 목소리를 높여서 얘기를 하니 나도 모르게 속에서 짜증이 솟구쳤다.
"아줌마... 우린 공용부만 수리해요. 이런 개인들이 쓰는 곳까지 고치는 사람 아니에요..."
그랬더니 미안하단다. 차라리 맞받아치지, 미안하다니 괜히 내가 나쁜사람이된 기분이다.
압축기로 공기를 열심히 펌핑해서 막힌 배수구를 향해 너댓번을 쏘아대니 막힌 배수로에서 뻥하고 연기가 나며 뚫렸다.
집을 나오며 여자의 뒷모습을 보는데 잘 빠진 허리 밑으로 엉덩이가 꽤 커보였다.
땀을 잔뜩 흘리며 돌아오니 기계기사 한명이 웃으며 일이 할만하냐고 묻는다.
"월급 얼마 들어왔냐?" 그와는 별로 얘기를 하고 싶진 않아서 대충 둘러댔다.
그런데 이 양반이 오늘따라 정말 한가한지 아니면 내일이 휴무라 기분이 좋은건지...
경희대학교 수학과를 나와서 아직 취직도 결혼도 못한 노처녀라며, 내게 딸사진을 보여주었다.
얼핏보니 꽤 예쁘게 생긴 얼굴에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남자친구 없어요?" 물어보니
작년에 헤어지고 나서 3개월동안 하루종일 울고불고 개지랄을 했단다.
지 아빠를 빼닮아서, 그 여자는 뺨에 화장을 했는데도 곰보처럼 여드름같은 흉이 꽤 여러개 보였다.
오늘은 용기가 좀 생기는 날인가보다. "예쁘게 생긴 감자떡같네요..."
라는 말이 목구멍 밑까지 튀어나오려던걸 간신히 참았다.
아까 옥상에 뜯어진 우레탄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 관리비에서 새어나가는건데 우선 냅두잔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혼자 옥상에 나와 캔콜라를 마시며 아까 봤던 사진속의 감자떡같은 여자와 어린애가 딸린 여자를 생각했다.
야경이 멀리 바라다보이는 한강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어딜 저렇게 돌아다니는건지... 나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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