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는 오히려 1화가 제일 재밌었다고 느껴질만큼 갈수록 고구마 전개가 심해져서 보는 내가 답답해 죽는 줄 알았음.

근데 솔직히 끝까지 기대를 놓칠 않았는데 보고나니 역시나 재미없다, 망작이다 등의 반응들이 이어지고, 나도 그에 동감함.


이 드라마는 스토리 설계부터 다 잘못됐음.


- 할아버지 패러독스

- 부트스트랩 패러독스

- 근원없는 반복 패러독스


타임 패러독스라고 나무위키 검색하면 아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인데, 이 놈의 드라마는 이걸 다 짬뽕시켜서 일관되지도 못하고, 시청자들이 이해하기에 난해하기도 하고, 이해를 해도 이게 뭐야? 싶은 느낌이 듦.


근데 당최 드라마 자체가 시작부터 미래와 현재 씬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연도 표시도 안 해주는 불친절함을 보여줬던 것처럼 시종일관 불친절함을 유지하는데, 저러한 것들을 스토리적으로 풀어서 설명해 줄만도한데 그딴 것도 없고, 그저 니들이 알아서 이해해라 싶은 그런 느낌으로 끝까지 끌고 가서 사람들이 당최 까고 싶어도 그냥 찝찝함에 대해서만 토로할 뿐 이건 뭐 어디서부터 까야될지도 감이 안 잡힘.


할아버지 패러독스란, 내가 과거로 돌아가 내 할아버지가 내 아버지를 낳기 전에 할아버지를 살해하면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기 떄문에 나도 존재할 수 없고, 또한 내가 존재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럼 나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거다.

즉, 과거에 개입해서 과거를 바꾸었을 때 현재의 내 삶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인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신 분들이라면 과거로 돌아가서 애기 타노스를 죽이면 간단한 것 아니냐는 것도 비슷한 발상인데 엔드게임에서는 우리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면 그 과거는 우리에게는 미래가 되기 때문에 그 미래의 일들이 이미 타노스가 벌여놓은 과거의 일들에 대해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는 설명을 한다.


이것은 어벤져스와는 다르게 시지프스에서 마지막에 현재의 서해 아빠가 서길복에게 외투를 덮어줌으로서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서길복의 과거가 사라지고 따뜻함과 관심을 받은 것으로 교화되면서 시그마와 그 부하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으로 그려냈는데,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채로 자살의 순간까지 갔던 서길복을 자살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외면받지 않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면서 그것이 시그마를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즉, 한태술과 같은 현재의 인물들에게는 과거의 사건들을 변화시킴으로서 미래가 변하게 만든 것인데 이게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서해나 박사장과 같은 인물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시간대로 넘어옴으로서 2035년이 자신들의 과거가 되고, 2020년이 현재이자 미래가 된 지금에 와서 미래의 일이 과거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이걸 증명하는게 그들 스스로의 존재도 사라지는 것이다. 만약 그들 스스로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어벤져스 마냥 우리가 본 장면들이 그들이 과거로만 왔을 뿐 그들의 평행세계라고 볼 수 있을테니까 그랬다면 미래가 과거를 변화시킨게 아닌게 됐을거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도 사라졌으니, 이것은 미래의 일이 과거에 영향을 끼친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게 되는거다.


부트스트랩 패러독스란 무엇이냐, 나무위키에는 공짜 패러독스라고도 명시돼 있다.


간단하게 말해 만약에 지금 나한테 타임머신이 있어서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시지프스 제작하기 전에 시지프스 작가에게 1화부터 16화까지의 대본을 넘겨주고 그걸 작가가 그대로 카피해서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처음 그 대본은 어디서부터 발생된 걸까? 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인거다.

좀 더 덧붙이자면, 만약 내가 시지프스를 봤더라도 해당 대본을 작가에게 가져다주지 않았거나 과거의 작가가 대본을 전달 받더라도 그걸 베끼지 않고 결국 드라마로 제작되지 않았다면 그 근원 없는 근원도 사라진다.


아무튼 이게 시지프스에서는 어떤 것에 해당되느냐,


시그마의 자금으로 만들어진 업로더가 된다. 왜냐하면, 한태술은 미래에서 넘어온 시그마가 미래에서 가져온 정보들로 주식 투자, 경마 등에 성공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퀀텀앤타임에 투자를 하면서 회사를 키워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업로더를 제공받은 시그마가 다시 자신을 선발대로 과거로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서 온 시그마와 현재의 한태술은 서로 투자금과 업로더를 주고받는 관계이고, 한태술이 업로더를 만들지 않으면 시그마는 과거로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스토리 설계부터 잘못됐다는게, 방금 서술한 부분이 바로 우리가 마지막회에 목격한 그 내용인데 미처 제작진이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내용이 그럼 시그마가 과거로 애초에 넘어오지도 못 했는데 퀀텀앤타임의 상장은 어떻게 이뤄졌으며, 그 막대한 자본들은 누구에 의해서 유입이 되었는지 그냥 얼버무리는 것도 아니고 언급조차 못하고 끝내버렸다.


물론, 여기서 승복이가 새로운 시그마가 되는 듯한 전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럼 이번에는 승복이 스스로가 시그마가 돼서 다시 업로더를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파국 버전 시그마랑 똑같이 행했다고 설명이 될 뻔도 했지만, 이 마저도 부트스트랩 패러독스인 것은 마찬가지이며 또한 한태술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업로더 자체가 완성이 안됐기 때문에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렇게 되면 실상 또 다시 최초 퀀텀앤타임이 상장하고 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원천 자금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승복이도 현 퀀텀앤타임의 회장일 수가 없는거다.


업로더는 실상 원천기술의 설계도가 퀀텀앤타임의 컨테이너 시절부터 금고 안에 들어 있었다곤 하지만, 파국 버전 시그마는 중간에 자신이 아니었으면 한태술이 이렇게 회사를 키워내지 못했을 거란 말도 했었고, 저 부분들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한 것이 작품이 까일만한 이유인건 저걸 설명 못할거면 시그마와 시그마의 부하들, 서해, 박사장 일당, 아그네스와 성당에 있던 아이들까지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그렇게 사라지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전개를 저렇게 그려낼 것이라면 제작진이 더 편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 패러독스 부분에서 어벤져스와 같이 미래의 사건이 과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우리가 드라마 전개상으로 목격한 장면들은 미래에서 넘어 온 인물들이 살아 온 세계의 과거가 아닌 평행세계의 과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부트스트랩 패러독스 요소는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서해의 수첩과 기억들로 인해 가능했던 벡스코에서의 일이나, 비살상용탄으로 한태술을 오밤중에 구해준 일이나, 벙커가 지어진 일 등을 꼽을 수 있겠으나, 이건 딱히 까고 말고 할 건덕지도 없어서 패스.


다만, 마지막으로 설명할 근원없는 반복 패러독스와 약간 얽힌 부분도 있는데,

근원없는 반복 패러독스는 한 마디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사건이 발생하는게 아니라,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미래에서 본 결과값들이 그것이기 때문에 그저 그대로 행하는 것 뿐인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시지프스에서 우리가 자주 봐오고 언급되었던 것들인데,


'나 오늘 죽는 날 아니야.' 같은 대사나, 실패할 임무에 정현기를 투입시켜 그대로 실패하게 내버려두는 것, 학교 기록실 앞에서 한태술과 강서해를 포위하고도 그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그마와 단속국, 미래에서 과거로 보고된 파일에 따라 정현기에 의해 총을 맞고 살해 당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그렇게 행하려던 황현승 단속국장과 같이 미래에서 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특별한 이유가 있고, 인과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자신들의 과거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거나, 실행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자신들의 계획도 불확실해지기 떄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속국은 끝까지 사라진 강서해를 찾았고, 정현기가 황현승을 살해하지 않을 때 황현승은 자살을 시도했으며, 단속국이 존재해 온 이유 또한 저 근원없는 반복을 유지하기 위해 기록들을 안전하게 미래까지 보관되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런 이유로 시그마는 정교하게 한태술과 강서해까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이 조차도 이 드라마에서는 정말 조금만 어긋나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되어버리는게 부트스트랩 패러독스 상 강서해의 수첩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수첩을 입수한 강서해가 한태술을 찾겠다고 업로더를 타지 않았거나, 혹은 과거로 왔는데 수첩을 분실했고 기억도 가물가물 했다거나 하는 등의 불의의 사고들이 있었으면 시그마가 저 근원없는 반복을 행할 수가 없게 돼버렸을 거고 그건 또 결국 시그마가 한태술을 지원할 수 없고 그래서 업로더를 또 못 만들고.. 반복에 반복에 반복..


이와 같이 이 드라마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저 많은 요소들을 약간은 뭉뚱그려서 대충 설명 없이 이 정돈 이해해주겠지 싶은 마음으로 넘어가는 불친절함이 있음에도 꽤나 정교하게 조립하고 퍼즐을 끼워 맞췄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나처럼 이렇게 조금만 어긋나도 다 망해버리는 스토리가 된다고 볼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가 첫 설계부터 잘못된 쪽으로 내가 무게를 싣는 이유를 말하자면, 이건 이 드라마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끝까지 안 해주고 끝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이거'가 뭐냐?


이거=다운로더


그래 다운로더의 존재 이유다. 골똘히 생각해보면 이거 조차도 불친절함이 묻어나는게 다운로더에 대한 설명이 정말 허술하다.

이건 선발대의 얘기가 나오고부터 든 생각인데, 선발대는 다운로더도 없는데 과연 업로더만 타고 어떻게 과거로 넘어갔는가가 가장 의문스러운 점이다.

각자의 임무를 띄고 넘어온 선발대들 중 박사장이 다운로더를 맡은 것으로 보이는데, 당최 선발대들이 다운로더도 없이 과거로 넘어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업로더를 이용해 과거로 넘어갈 때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보정용이라고 가정을 하고 보기에는 이 드라마가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고 약간의 실수가 있었던 것이 중간에 한태술이 다운로더의 서버를 다운시켰을 때 박사장과 한태술의 대치는 마치 다운로더의 서버를 열지 않으면 업로더를 타고 과거로 아예 넘어올 수 없는 것마냥 박사장은 서버를 열라고 총구를 들이댔었다.


즉, 이런 덕분에 나는 스토리 설계부터 모조리 잘못됐다는 데에 무게를 싣는 편이다.

차라리 더킹 영원의 군주랑 비슷하게 사건의 중심에 있던 주인공들의 기억은 그대로 남겨두고 전쟁 시나리오만 사라진 것으로 세상이 평화로워졌다고 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8주 동안 소중한 20시간을 날려버렸다.


근데 이거 다 읽는 사람 있긴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