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스키장에서 상시 가동하는 분수를 운영하려면 얼마나 비용이 들까요 ㄷㄷ)


비버크릭의 특징이라면 점이라면 "경험"이 색다른 스키장이라는거에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슬로프 위의 재미있는 쉼터(캐빈)들도 있지만, 빌리지에도 재미있는것들이 있더라고요.


빌리지 한켠에선 각종 공연과 유아/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고, 보기만 해도 맛깔나는 젤라또를 파는 식당도 있고, 비주얼이 신기한 일식을 파는곳도 있었어요. 사실 미식이라는 측면에선 특출나게 맛난 음식들을 찾아보진 못했지만,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은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눈으로 보거나 가게를 경험하는 재미를 안겨주는 곳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이곳에서는 쉐프님들이 슬로프로 나오셔서 방문객들에게 쿠키를 나누어 줍니다. 하얀 요리사 모자를 쓰신분들이 갑자기 큰 접시를 들고 슬로프에 출현하면 다들 우르르 몰려가서 쿠키를 하나씩 집어가기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시더라고요. 뭔가 이 스키장만의 특별한 전통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빌리지의 일식집)


(초밥도 이렇게 배 모양을 플레이트에 이쁘게 담아서 내어 주시네요)



(진열대가 인상적이었던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



(오후 3시마다 나누어주는 쿠키타임, 배경음악으로 뉴진스의 쿠키가 흘러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ㅋㅋ )



뭔가 먹는 이야기만 주구장창 한거 같네요. 빌리지에 위치한 숙소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스키 컨시어지"가 있는 숙소들이 있더라고요. 보통 스키를 싣고 여행을 가면 숙소에서도 슬로프까지 이동하는 그 동선이 그렇게 귀찮을수가 없어요. 무거운 부츠에 길쭉한 스키를 짋어지고 리프트 앞까지 걸어가야 하는 수고로운 여행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곳은 객실에서 운동화를 신은채로 나와 스키 컨시어지로 가볍게 걸어가면, 컨시어지 직원분께서 (처음 숙소 도착시에 미리 맡겨두었던) 스키부츠를 꺼내오시는데, 신발을 갈아신고 운동화를 바로 컨시어지에 맡긴 후 자유로운 양손과 함께 슬로프로 걸어 나가면 눈 바로 옆에 위치한 스키보관소에서 직원분이 스키를 건내 주시더라고요. 무거운 부츠와 스키를 들고 다니는 동선을 최소화 시키려는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였어요. (한편으론, 스키 장비들을 들고 로비를 오가는것엔 시설물 파손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숙소운영측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진 않겠죠)



(슬로프/곤돌라 바로 옆에 위치한 스키보관소. 너무나 좋은 위치에 있네요)


하지만 비버크릭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겸험들중 그 정점은 바로 근사한 저녁식사였어요. 석양이 질때즈음 정설차(스노우캣)가 이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슬로프의 설경을 즐기며 도착한 캐빈에서 안내를 받아 창가에 앉은 후 석양이 야경으로 바뀌는동안 식사를 즐겼었죠.


"앨리스 캐빈"(Allie's Cabin)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미리 예약을 해야 접근할 수 있는 곳 이었는데, 예약시간이 식당에 도착하는 시간이 아니라 썰매가 출발하는 시간이라는거에요. 시간에 맞춰 썰매 출발장소인 빌리지의 한 주점으로 오라고 안내되어 있더라고요. 시간에 맞춰 가니 잠시 후에 저 멀리서 정설차 한대가 왔는데, 뒤에 한 30명 정도는 탈 수 있을 것 같은 대형 썰매를 같이 끌고 오더군요. 아무래도 추운 겨울에 타고 가야하다보니 담요도 같이 준비되어있었어요. 덕분에 생각보단 춥지 않게 식당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약 10분 정도 썰매를 타고 이동했는데, 지나가면서 열심히 슬로프를 다지고 있는 다른 정설차들도 볼 수 있었어요.



(앨리스캐빈 안내판이 붙어있는 정설차와 썰매)


(하루의 영업을 마친 한적한 슬로프를 이렇게 올라가 보는것도 색다르네요)


(숲 속 슬로프 한가운데 숨겨져 있었던 앨리스 케빈)


(안에 들어가면 이렇게 코트 보관소가 나오더군요. 스키부츠를 신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 털슬리퍼까지 준비되어 있었어요)



캐빈에 도착해서 썰매에서 내린 후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정말 멋진 스키장 목조건물 식당 홀이 펼쳐지더라고요. 메인홀로 들어가기 전에 옆으로 살짝 빠지면 셀프 코트 보관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어요. 이곳에는 코트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 외에도 스키 부츠를 신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 갈아신을 수 있도록 털슬리퍼까지 준비가 되어있더라고요.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예약을 확인 한 후, 나무숲 너머 슬로프가 살짝 내려다 보이는 창가자리로 안내를 받았는데, 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슬로프는 영업종료를 한 시간인지라 하얀 슬로프 위에 정설차들만 다니는 시간이었는데, 또 삼삼오오 대열을 이루어 지나다니는 정설차들의 불빛을 보는게 운치가 있더라고요.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족여행을 온다거나, 커플 데이트를 하기 너무 좋은곳이었어요.


캐빈에 막 도착을 해서 저녁을 시작할 때는 해가 떠 있어서 설경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식사를 마칠때가 되니 창밖이 어둑어둑해 지며 달이 떠 있을 때가 되어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죠.



(진짜 숲 속 별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나무를 테마로 한 인테리어가 정말 마음에 드네요)


(창 밖으로 보이는 멋진 설경)


(밥은 맛있게 먹었는데.. 음식을 맛깔나게 찍는 재주가 없어서 좀 아쉽네요)


(메인으로 먹었던 폭찹 스테이크)



(마무리 티라미수까지 잘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칠때가 되니 어둑한 야경으로 바뀌네요. 창 너머 숲속 사이로 보이던 정설차들 불빛들도 멋졌어요)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빌리지로 가기 전 정설차를 기다리면서 화롯가에서 멍 때렸습니다)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보니 세금/팁 포함해서 1인당 10만원정도로 절대적인 가격이 상당히 나가는 곳이었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호텔이나 청담동 등지에 있는 파인다이닝 가격들을 생각해 보니 경험에 상응하는 괜찮은 가격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썰매를 타고 가서 스키장을 내려다보고 와인한잔하면서 풀코스로 디저트까지 마무리 했는데 신사임당 두분이면 한번쯤은 경험해 볼만한것 같더라고요. 특히 가족행사나 연인끼리 방문했다면 괜찮은 식사코스인거 같았어요.


참고로 이곳에는 제가 들렀던 엘리스 캐빈 외에도 두개의 다른 캐빈이 있다고 해요. 각자 다른 메뉴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그중엔 1인당 20만원정도 하는 파인다이닝 식당도 있었는데, 여긴 저희가 머무르는 요일엔 운영을 안한다고 해서 아쉽게도 못 가봤네요. (...다행인가요? ㅋㅋㅋ)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썰매 도착시간에 맞춰 출발을 하게 되었는데, 어둑어둑해서 아무것도 안 보일지 알았더니 이것도 생각보다 운치와 낭만이 있더라고요.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생각보다 밝았고, 그 달빛을 받아 조금은 더 환하게 반사된 슬로프도 어딘가 몽환적이었어요.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빌리지의 멋진 불빛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스키장 슬로프에서 보이는 야경이 이렇게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가 너무 불러서 그런지 소화가 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야경이 이쁜 빌리지를 잠시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감상을 하다가 어느덧 자야 할 시간이 되어서 숙소에 복귀하고 꿈나라로 갔어요.



(조명으로 환하게 밝힌 캐빈의 모습도 운치있군요)


(정설차가 이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가면서 내려다본 빌리지의 아름다운 야경)


(밤이라 한적했지만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이쁘게 치장했던 비버크릭 빌리지)


(아이스링크 주변도 참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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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색다른 스키장이었어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스키원정을 계획할 때 찾는 "빅 마운틴"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스키장이긴 했지만, 차별화된 "경험"을 하게 해 준 곳이었죠. 굳이 찾아오기에는 애매한곳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단점을 서비스의 차별화로 극복한 정말 좋은 사례인것 같아요. 물론 그 경험에 상응하는 비싼 관광지 물가와 불편한 접근성이 있었긴 했지만, 방문해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더라고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스키장이 될 것 같았어요.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비버크릭이었어요. 정말 잘 놀다 갑니다아)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27758

콜로라도의 사모님과 도련님 맞춤형 스키장 비버크릭 Beaver Creek세계에서 제일 큰 스키장 프랜차이즈 회사, "베일리조트"(Vail Resort)의 시총은 (2023년 3월 기준)카카오뱅크/SKT에 버금가는 10조원에 달하고 이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스키장들은 40gall.dcinside.com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27792

광폭정설부터 범프, 트리런까지 - 비버크릭의 다양한 슬로프와 탐험거리(인상적이었던 광폭 정설슬로프, 길이는 약 레인보우 정도 되고, 폭은 메가그린의 2-3배 정도 느낌이었어요)이전 글에서 쓸데없는 빌리지 이야기가 길었었네요. 비버크릭은 다른 플래그십 리조트인 파크시티, 베일마운틴이나gall.dcinside.com





그렇게 올해의 콜로라도 원정이 막을 내리게 되었네요. 약한 고산병으로 조금 고생하기도 하고, 중간에 렌트카가 퍼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여차저차 크고작은 문제들이 잘 해결되고 스키도 재미있게 타고 맛난것도 맛있게 먹고, 설산 구경도 참 잘 했던 원정이었어요. 지난시즌엔 코로나가 이제 막 끝나서 그런지 스갤엔 원정 이야기가 뜸했지만 올해는 이곳저곳 다양한 원정 이야기가 종종 들려서 재미있게 보고 있었어요. 특히 다음시즌엔 알프스나 홋카이도중 한곳을 가 보고 싶네요.


봄이 되니 글 리젠이 부쩍 줄어든게 보이는군요. 비시즌 모두들 잘 보내시고, 건강하게 계시다가 다음시즌이 찾아오면 다같이 신나게 이곳에서 다시 떠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