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dan Couloir 슬로프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이자 기념비)
국내에서 '어느정도 탄다' 하는 스키어라면 한번쯤은 깃발을 꼽고 싶은 슬로프가 있죠, 무주의 "레이더스". 국내 최대 경사를 자랑하는 슬로프라고 해요. 예전에 무주를 갔을 때는 슬로프가 닫혀있어서 그냥 구경밖에 못 했었는데 아찔하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내려가 보고 싶은 슬로프인데, 하이원 빅토리아나 용평 레인보우 처럼 항상 여는 슬로프가 아니라 더더욱 약이 오르는 슬로프이기도 하네요.
무주 이야기를 하려던건 아니고, 무주의 레이더스 같은 상징적인 슬로프가 북미에도 있어요. 바로 휘슬러블랙콤의 "사우단 쿨라"(Saudan Couloir)가 그것이죠. 사실 이 슬로프 이름을 뭐라고 읽고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진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꿀와르', '꿀루와르' 같은 표기를 사용하시기도 하는데, 현지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걸 들으니 "쿨라"라는 발음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뭐, 표기법 이야기는 그냥 제가 편애하는 표기인 "쿨라"정도로 정리를 하고... Couloir라는 이 단어는 북미의 슬로프 지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명칭인데, 협곡 형태의 좁은 보울 지형의 슬로프 이름에 많이 붙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앞의 Saudan은 알프스의 전설적인 스키어 "실바 사우단"(Sylvain Saudan)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히말라야부터 킬리만자로까지 험준한 명산들을 등반한 다음 스키타고 내려오셨다고 하네요 ㄷㄷ
(위에서 슬로프를 내려다 본 모습, 매우 아찔합니다 ㄷㄷ)
(절벽까지는 아니지만, 아래에서 스타팅 지점을 올려다보면 저렇게 스키 플레이트가 온전히 보일정도로 급한 곳이에요)
북미에선 보통 급경사로 알려진 많은 슬로프들이 초입부의 절벽이나 코니스로 형성된 스타트 부분을 지나치면 그래도 "비교적" 만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갈 수 있는데 반해 이곳은 급경사가 비교적 길게 꾸준히 펼쳐진 곳이라 많은 분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곳이라 하더라고요. 참고로 무주 레이더스가 최대 37도 정도의 경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사우단 쿨라는 "평균" 42도에 달하는, 숫자만으로 봐도 다리가 덜덜 떨리는 아찔한 곳이죠. 이걸 퍼센트로 환산하면 90% ... 가 되네요
이 슬로프는 블랙콤의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리프트, 7th Heaven을 타고 진입을 할 수가 있어요. 정설이 되어있는 용평의 파라다이스 비슷한 슬로프를 초반에 살짝 타고 가다가 중간에 비정설 지역으로 빠지는 진입로로 들어갈 수 있는데, 정말이지 진입로 부터가 정말 아찔해요. 양 옆으로 절벽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상상해 보세요, 매우 좁은 능선을 지나가고 있는데 왼쪽은 레이더스보다 더하고, 오른쪽은 레인보우 경사의 슬로프가 펼쳐져 있다면..? ㄷㄷ
(Saudan Couloir는 블랙콤의 제일 높은 알파인 리프트에서 출발해 접근할 수 있어요)
(지도상으로는 뭔가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을것 같은데...)
(일단 슬로프에 진입하는 길목 부터가 상당히 ㅎㄷㄷ 합니다. 급사와 비정설에 익숙하지 않다면 가는 길 부터가 상당히 도전적인 곳이에요)
이곳의 시작지점은 생각보단(?) 무난해요. 물론 발 아래로 펼쳐지는 급경사가 아찔하긴 하지만, 어디 익스트림 스키 영상들에서나 보던 절벽 점프 스타트는 아닌지라 그런곳들에 비해선 조금은 더 적은 용기만 가지고 있으면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래서 올려다보면 스키 플레이트가 다 보이는 무시무시한 곳이긴 하죠. 스타트 부분은 조금 덜 인상적이었다 쳐도, 이 슬로프의 인상적인 점은 가파른 경사가 길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에요. 보통 절벽점프 스타트를 해야 하는 곳이라도 초입부만 무시무시하고 그 부분만 넘어가면 만만한 슬로프들이 펼쳐지는곳들이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사우단 쿨라는 가파른 슬로프가 상당히 길게 펼쳐져 있어요. 가만히 슬로프에 서서 옆으로 팔을 뻗으면 손이 바로 벽에 닿기도 하고, 스노우보더들은 앉아서 쉬고 있는건지 그냥 서 있는건지 햇갈리는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죠. 그래도 다들 어느정도 급사면에 익숙하신 분들만 오시는 곳이기 때문에, 천천히 내려가시는 분들은 있을지언정, 넘어지는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이곳은 날고 기는 분들이 다 모이는 스키장인 것 같아요.
(... 딱 봐도 미취학 아동일것 같은 어린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내려오다가 휴대폰까지 꺼내 주변을 촬영하는걸 보면 엄청나게 현타가 옵니다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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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사면으로는 여러가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슬로프다 보니 이곳에선 레이싱 대회도 열려요.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진지하게 참가하는 FIS공인 대회는 아니지만, 뭔가 지역축제같은 재미있는 분위기 한가운데서 모두가 즐기는 그런 분위기의 이벤트가 열리더라고요. Saudan Couloir Race Extreme 이라는 명칭의 이벤트인데, 이건 다른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기로 할게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27943
휘슬러 블랙콤의 "모두"를 위한 스키장의 시즌 말 축체 WSSF4월 중순이 되면 북미의 많은 스키장들이 영업종료를 해요. 이맘때즈음 눈을 걷어내고 골프장이나 여름 관광 곤돌라 운영을 하거나 산악자전거 시즌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되죠.그러면서 시즌 피날레 행사를 하곤 하죠. 이gall.dcinside.com
진짜 재밌어 보이네요 - dc App
어우.. 위에서 보면 후덜덜한데, 한번 내려와보면 성취감 장난 아닙니다요 +
전부터 궁금했는데 경사(도)를 %로 환산하는 건 어떻게 계산하는건가요?
삼각함수 이용해서 뭐 이것저것 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냥 간단하게 아래 링크에 있는 각도계 보시면 쉽게 변환 할 수 있어요.
1m 앞으로 갔을 때 1m 아래로 내려가면 100%로 표시합니다. (각도로는 45도)
1m 앞으로 갔을때 0.5m 아래로 내려가면 50%가 되는거고요
https://www.cycloworld.cc/article/degrees-vs-percent/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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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계산하는 것이었군요. 링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