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 스킹의 추억이 있다
얼마전 념글로 올라왔던 스키장 사람별 특징 글을 보며
아무런 생각도, 턴에대한 강박도 없던 수년전의 렌탈관광 첫스키 때가 떠올라 그날을 추억해 보기로 한다
아마 18년의 겨울이었을거다
12월, 그러니까 1819시즌
친하게 어울리던 무리 중 한명이 연말파티로 강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아버지가 강릉 씨마크에 회원권이 있는데 올해안에 숙박을 써야한다나 뭐라나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길에 들러서 놀 게 없는지를 분주하게 찾아보았고,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쭉 가다보면 대관령이라는 곳에 스키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
약속의 땅, 용평이었다
여섯명중 스키를 탈줄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나
그와중에 보드를 타본적이 있다는 친구가
자기가 리프트랑 렌탈을 책임지고 알아볼테니 가자라고 강하게 푸쉬를 하여 여행 첫날 용평으로 향하게되었다
첫 출발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차량을 두대 동원해서 3명씩 타고 가자고 이야기가 되었고,
정확하게 새벽6시에 만나서 차에 나눠타고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한놈이 당일날 새벽까지 클럽에서 술처먹고 놀다가 그대로 뻗어버렸던것이다
수차례 연락에도 통화가 되지않자 어쩔수없이 그놈을 버리고 출발했고, 일어나면 알아서 ktx타고 진부로 오라고 메세지를 남겨뒀다
그래도 설렜다
각자의 자차에 친구들과 나눠타고 직접 운전해서 멀리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 20대 초중반이었던 우리들을 더 들뜨게 만들었다
신나게 조잘대며 이윽고 대관령ic를 빠져나왔고
횡계라는 조그만 마을의 한 렌탈샵에서 각자 스키장비와 옷을 빌렸다
여기서 렌탈하면 리프트권을 40%넘게 할인받을수 있다는 보드타는 친구의 깜짝공개에 다들 오!!대박 이라며 환호하던 기억도 난다
주인장 아주머니가
그런데 학생들 처음탄다며? 강습한번 안 받아도 되겠어? 라고 제안하셨으나,
막상 들은 가격이 생각이상으로 너무 비쌌기도 하고, 그당시의 우리들은 근거따윈 없는 운동신경에 대한 자신감또한 충만했기에
강습은 괜찮습니다 라며 사양하고 장비를 챙겨 출발했다
20분 정도 더 깊숙한 곳으로 운전해서 들어가자 곧이어 용평리조트의 입구가 보였고,
그린피아앞 넓은 주차공간으로 향하는길에 엄청난 경사의 슬로프를 목도하게 되었다
마치 산에다 수직으로 비단을 깔아둔것같은 그 장엄한 비주얼을 보고 차에 타있던 전원이 경악했다
와 미친 저걸 어떻게 타?
저기서 내려오는 미친 사람도 있어?
야 봐봐 저기서 내려오고 있네 목숨이 몇개야?
야 보나마나 국대나 선수출신이겠지
이따가 적응되면 저기 한번 올라가볼 사람 손?
죽으려면 너나 죽어라 ㅋㅋㅋ
왜 난 한번 가보고 싶은데 ㅋㅋㅋ
따위의,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하며 주차를 완료했고
내부 스키하우스의 구조조차 모르는 우리들은 주차장 한복판에서 장비를 꺼내어 부츠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렌탈샵에서 한번 신어보긴 했지만,
제대로된 부츠의 착용법조차 몰랐기에 각자 마구잡이로 신어보려 애를쓰고 있었고
그와중에 좀 꼼꼼한 성격의 친구가
야 양말이랑 내복이랑 바지를 이렇게 넣어야 눈도 안 들어가고 바람도 안 들어오지! 라고 조언을 해줬고
그 깔끔한 모양새의 마감을 본 우리들은 그것이 맞다라며 너 진짜 꼼꼼하다라는 칭찬을 남발하면서 스키부츠안에 하의의 모든 걸 다 우겨넣고 버클을 채웠다
꼭 군대있을때 전투화 각반잡는것 같다고 낄낄대면서 스키를 들고 베이스로 향했고,
다행히 보드타는 친구가 슬로프를 미리 알아온 덕분에 우리는 초급슬로프인 옐로우를 탑승할수 있었다
타고 내리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지금의 용평은 옐로우 리프트가 핑크리프트와 붙어있고, 탑승장역시 평지이지만
내 기억으론 그당시 옐로우 리프트는 슬로프 우측에 있었고, 탑승장까지 살짝 경사가 있었다
폴을 앞으로 찍고 스키를 끌어보려 애를 써도 하염없이 뒤로 다시 미끄러져 내려왔고
그짓을 서너번 반복하니 벌써 숨이 차서 다들 헉헉거렸는데,
보드를 타는 친구가 나머지 넷이 생 똥꼬쇼를 하고있는 모습을 촬영해서 단톡에 공유했고,
그 영상 속에는
ㅋㅋㅋ병신들하고 비웃는 친구의 음성도 담겨있었다
그와중에 한 친구가
야 완전 개꿀팁 발견했다 이렇게 옆으로 돌려서 계단올라가듯이 올라가면돼! 라고 알려준 덕분에 무사히 탑승장에 설 수 있었다
마치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게 우리를 태운 리프트였지만,
날아갈것만 같은 예상과는 다르게 하품이 날 정도로 느릿느릿 올라가던 게 대반전이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던 우리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A자를 만들고 엉거주춤 타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고,
펭귄처럼 뒤뚱이며 느리게 내려가는 사람들 사이로 스키를11자로 붙이고 쌩 사라져버리는 고수(?)들이 간간히 보일 뿐이었다
야 왜저렇게 타는거야?
아니 쟤는 일자로 타고 쟤는 다리 벌리고 타잖아
저렇게 하면 속도 줄어드는거 아니야?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거 아닐까?
와 같은 토론 분석회를 마쳐갈 즈음, 리프트 하차장에 도착했고
밍기적대며 느리게 올라온 리프트는 우리들을 거의 던져버리듯 내팽개쳐 버렸다
그 통에 전부다 넘어져서 눈바닥 위에서 비비적대고 있었고 이탈된 스키를 다시 신을 겨를도 없어서 주워들고 피신하느라 리프트가 30초넘게 멈춰있던 낮뜨거운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분명 리프트 위에서 봤을 때는 뛰는 것보다 느려 보였는데
막상 경사선을 넘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스키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되기 시작했고,
나의 생존본능은 아까 리프트에서 본 A자를 떠올리게 했다
A자 모양을 만드니 스키의 속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내 운동 경험으로 알게된 사실은,
가고자 하는쪽으로 시선과 머리를 돌리면 알아서 몸통이 따라온다는 것이었고
마치 자전거나 바이크를 탈때를 떠올리며 고개와 몸통을 홱 꺾었다
거짓말처럼 스키가 휙 돌아갔고,
역시 뭐든 원리는 다르지 않구만!! 하는 셀프 대견함 속에 옐로우 슬로프를 Z자로 누비며 내려왔다
몸턴의 시작이었다
친구들은 좀만 스키가 빨라지면 자포자기한듯 넘어져 우당탕 굴렀는데, 한 번 구를 때마다 스키 두짝과 폴 두개가 사방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 웃겼고,
추후에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본 친구들은 마치 메이플스토리에서 몬스터 잡으면 템뿌리고 죽는 것 같다며 폭소를 터뜨렸다
어쨌든,
야 너 어떻게 방향전환 했어? 라는 친구들의 벌떼같은 질문에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내가 아는것들을 설파(?) 해주었고 그렇게 다들 어떻게든 옐로우를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미군에게 초코렛을 받아 쪼개먹는 전후 아이들의 모양새마냥 서로의 요상한 꿀팁(?)을 나눠먹는 웃픈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한없이 진지했고 동시에 굉장히 즐거웠다
이윽고 한 명도 넘어지지 않고 옐로우를 내려오게 되었을 즈음, 우리는 초급슬로프를 '마스터' 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단계에 도전하기로 했다
원래 초보자에게는 안 넘어지는 것이야말로 지상최대의 과제이기 때문에, 안넘어지고 슬로프를 내려왔다면 그 다음 슬로프로 넘어가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옐로우 옆에는 무려 초중급이라는 무서운 간판을 달고있는 슬로프가 있었고 우리는 자신감있게 리프트에 탑승했다
그 무시무시한 슬로프의 이름은 '핑크' 였다
쓰다보니 길어지네;;
2부에 이어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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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핑크직벽 앞에서 딱 끊으시네
2부 예고 핑크에서 대재앙을 겪게되는데.. - dc App
ㅋㅋㅋㅋㅋ 재미있네
필력보소 ㅋㅋㅋㅋ - dc App
독서모임 나온것같노 ㅋㅋㅋㅋ 재밌네
사스가 핑꾸데스.... - dc App
장문추 ㅋㅋ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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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리2편
ㅋㅋㅋㅋㅋ 존나 긴데 술술읽히네 레드 압도당하는거 부츠에 바지까지 꾸겨넣는거 옐로리프트 내릴때 넘어지는거 몸턴시작하는거 다 존나 완벽하네 ㅋㅋㅋㅋ 그리고 핑크 엌ㅋㅋㅋ 갓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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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이싿
인간극장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대명가서 저지랄햇는데 추억이네
그나저나 이분은 1819시즌에 첨 타기시작했는데 이정도 타는거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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