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에 앉아 하얗게 빛나는 슬로프를 내려다본다

수많은 스키어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턴을 하며 활주하는 와중에도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스키어들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의 눈에도 잘 타는 사람의 스킹은 명확히 눈에 띄게 마련이다

고수의 스킹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고개가 리프트 뒤까지 돌아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에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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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고수들은 거의 누워서, 혹은 다리가 마치 시계추처럼 양옆으로 뻗어지며 타지 않던가

초보자의 뇌리에는 그 파워풀한 모습이 떠나지 않는다

여기서 좀더 관찰력이 좋거나 다른 스포츠를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전거나 오토바이, 혹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에도 몸이 회전의 안쪽으로 기울었던 경험을 능히 떠올릴 수 있을것이다

'아 역시 몸을 기울여야 잘 돌아갔었지?'

그는 스스로 관찰해서 알아낸 사실을 즉각 본인의 스킹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의 반대 발(바깥발)에 힘을 줘야 스키가 돌아간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이제 나도 저 고수들처럼 멋지게 누워서 탈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턴이 잘 이루어지는 느낌에 스스로 감격한 그는
자신의 스킹 영상을 찍어 자랑 반, 조언 구함 반의 마음으로 스키 커뮤니티에 업로드 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ㅋㅋㅋㅋ 완전 산쪽으로 기대 타네'
'안발에 힘 다 실린 거 보소'
'몸턴이네요ㅋㅋㅋ'

라는 조소섞인 피드백(?)이 돌아올 뿐,

'아니 나는 분명 바깥발에만 힘 다 주고 탔는데 왜지???'

초보스키어 김씨는 당혹감과 의문에 휩싸인다
과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이 이야기는 정확히 본인의 과거이야기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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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는 모든 물체는 기운다]

이는 초등학생도 아는 당연한 상식이다
만일 빠른 속도로 회전운동을 하는데 회전의 안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면, 원심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져나갈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아래의 사진 4장은 모두 같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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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한껏 안쪽으로 기울기를 주고 외력인 원심력에 대항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물리현상을 이미 알고있는 초보스키어 김씨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분명히 잘타는 사람들도 다 기울여 타던데 왜 내가 탔을때는 그게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외경의 동작이 없기 때문이다

익히 외경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어보았겠지만 사실 외경이란 단순하다

상체와 어깨를 바깥발 쪽으로 기울여 내보내는 동작에 불과할뿐이다

그러니 여기서부터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상체를 바깥으로 기울이라고??
내가 본 스키 고수들은 모두 다리를 바깥으로 뻗어서 타던데???'

지금부터 이 현상에 대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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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는 말들로 스키는 한발로 타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양발에 한짝씩 스키가 매달려 있는데 한발로 타는 거라니?

만약 회전을 하지 않고 직활강으로만 탈 것이라면 오른발 왼발의 구분은 의미가 없겠다

그러나 감속을 적절하게 하며 스키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턴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스키는 양 발을 한 발씩 번갈아가며 힘을 주는 동작으로 좌 우 회전(턴)이 이루어진다

이때, 힘을 준다는 것은 스키에 압력을 준다는 의미로 가압(프레스)이라고 하고,

가압을 가장 효율적으로 강하게 할수있는 방법은 하중을 좁은 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서 이야기하는 하중이란, 우리의 체중을 의미한다

체중을 집중시킬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한 발로 서는 행위일 것이다

우리가 체중계 위에 올라서있다고 가정해보자
양발로 서 있을때와 한 발로 서 있을때의 체중계 눈금은 변화가 없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체중이 한 발에 몰빵되었다는 의미이니 이를 이용해서 스키에 힘을 실어준다면 그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가압이 아닐수 없을것이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직접 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한 발로 제대로 서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이 선 발쪽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두 발로 서있을 때처럼 상체와 무게중심을 양 다리의 중앙에 그대로 두고 한발로 서서 균형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처럼 한 발로 제대로 딛기 위해 딛음발(바깥발) 쪽으로 상체와 어깨를 기울이는 것이 바로 외경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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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노우 플라우(A) 자세는 외향경이 완벽하게 잡혀있는 자세라는 말을 한다

스키 좀 타봤다는 주변 어르신들이 스키 잘 타려면 스노우 플라우를 많이 타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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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과 같이 활주 도중 스노우 플라우 자세에서 한쪽 발로 서고 나머지 한쪽 발을 떼어붙이면 바깥발로 체중이 이동해있는 외경상태가 그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정 등에서도 상체가 고정된 완성형의 스노우 플라우 턴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스키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따른다

초보자에게는 확실하게 상체를 기울여줌으로써 바깥발에 힘이 실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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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체 무게중심이 작용하는 모습을 선으로 표현해보았다

이처럼 한 발에만 상체 무게중심이 실린다면, 한 발을 떼어 붙이거나 들어올리는것이 어렵지 않다

위와같은 비행기놀이와 어깨위의 폴 자세는 외경을 극단적으로 만들어서 바깥발에 체중이 실리는 경험을 할수있게 해주는 좋은 연습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 동작들이 익숙해지면 사활강을 하면서 안쪽스키의 테일을 들어올리는 연습을 해보자

신체 포지션이 뒤로 빠져 있거나(후경), 상체 무게중심이 바깥발 쪽으로 기울지(외경) 않았다면
테일을 들어올린채 사활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이렇게 과하게 어깨와 상체를 많이 기울이지 않고도 한쪽발로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실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동작이다
바로 짝다리를 짚는 것이다

짝다리를 짚는다는 것은 딛는 다리 위에 골반을 기울여 올려서 뼈대로 지탱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스키가 좀 익숙해졌다는 사람들도 꽤 오랜시간을 투자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고관절을 접어서 골반 프레스를 하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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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 자세는 이처럼 골반 바로 위 옆구리를 접어주고 팔을 뻗어 어깨선을 내림으로써 상체가 골반위에 정렬되게끔 해주는 아주 좋은 연습동작이다

따라서, 비행기 동작과 사활강을 통해 상체 무게중심이 기우는 쪽의 발에 힘이 실리는것을 체득했다면

이제는 장풍 동작으로 골반 위에 상체를 얹는 느낌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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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세는 패러렐(11)스탠스에서 외경이 잡혀있는 상태이다

이제 상체를 바깥쪽으로 기울여라 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와닿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스키를 저렇게 우스꽝스럽게 탄단 말인가?

이제 드디어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볼 때가 되었다

이 외경 동작을 '정지상태' 에서 수행했을 때의 형태는 이렇게 우스꽝스럽지만,

실제로 속도가 붙는 활주 상태에서 이러한 동작을 취해준다면 스키는 회전할 것이고
그 회전의 과정에서 반드시 신체는 안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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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진을 안쪽으로 기울이기만 해도 우리가 여태 익숙하게 보아왔던 패러렐 스킹의 모습이 나오게 된다

즉, 상체가 곧게 서있고 하체가 바깥으로 뻗어지는 듯한 스킹의 외관은 속도와 경사에 맞는 적절한 외경을 통해 턴이 이루어질 때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하는 것' 이라기보단,
'되어지는 것' 에 가깝다

설면이 어느정도 적응되어 속도감이 익숙해진, 이제 갓 스키 입문을 벗어난 스키어들은 거의 대부분 몸을 안쪽으로 기대어 바깥발로 '밀어내며' 탄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스킹에서 겉으로 보이는것이 바로 다리가 바깥으로 뻗어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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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에 처음 재미를 들리고 주구장창 타기 시작했던 본인의 첫 시즌, 역시나 안쪽으로 기대어 바깥발로 밀어내고 있다

(참고로 그당시 본인 역시도 100%바깥발로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법으로는 중급자 슬로프조차 안정적으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둥근 접지면을 가지고 있는 타이어와는 달리,
우리의 몸에는 양쪽에 각각 하나씩 다리가 둘 달려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외경의 동작을 취하지 않고 원심력에 대응하여 안쪽으로 기울게 된다면(산으로 기대게 된다면)

필히 무게중심의 가장 안쪽 접점에 힘이 실리게 된다 바로 안쪽발의 아웃 엣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은 바깥발에 힘을 다 주었다고 해도 반드시 안발이 걸리게 된다
무게중심이 그렇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자동이다

이처럼 타인의 모습을 관찰한 그대로 본인의 스킹에 적용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결과(상체가 수직으로 서고 다리가 뻗어짐)를 원인으로 돌려쓰는 사태를 초래한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스키가 독학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렇게 보여지는 것과 실제로 해야하는것이 배치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바깥 스키에 한발로 온전히 올라서는 것 뿐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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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과연 급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기한대로, 상체 기울임을 주는 쪽의 발에 체중이 실린다는것을 인지했다면

급사와 같이 외력이 크게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정답은 심플하다
그만큼 더 강한 외경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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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키스탑을 통해서 간단히 체험해볼 수 있다
적당히 감당되는 중사면에서 속도를 붙이며 짧게 활강하다가 하키스탑을 해보는 것이다

이때,
평상시처럼 산쪽으로 잔뜩 기대어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상체를 경사 밑쪽으로 기울이며(외경) 브레이크를 하는 것의 제동력을 몸소 느끼면 된다

물론 상당히 공포스러울 것은 당연하다 이 역시 스키가 인간의 본능에 배치되는 한 부분이다

바깥발로 힘차게 제동을 걸며 상체를 경사쪽으로 확실히 기울여보자

흔히 말하는 '상체를 계곡쪽으로 더 던지세요' 가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바깥발에 체중이 더 강하게 실리며 엣지가 서기 때문에 감속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경사는 적절한 외경을 취하고만 있다면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는 셈이 된다 경사에 비례해 외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사에 맞게 적절한 외경을 만들게 되면 필연적으로 설면과 어깨, 골반, 무릎 라인이 평행해지는 모양이 나오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이르러 '알파인 베이직 포지션' 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도 '하는' 것이라기보단,
'되어지는' 개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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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외경을 적극적으로 주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 무서운 일이다

평상시 같으면 미친 행위인, 떨어지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확히 인간의 생존본능을 거스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외경 동작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스키가 제어된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하는 순간,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두려움은 확신으로 바뀌며
'미친 행위' 인 외경은 우리를 어디로든 갈수있게 해주는 든든한 동아줄이 되어준다

잔잔한 수면에 오리가 평화롭게 둥둥 떠있는것 처럼 보여도, 수면 아래로는 쉴 새없이 발을 휘젓고있다는 격언처럼,

우리가 목격하는 고수들의 스킹이 마냥 편히 서서 발을 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필사적으로 골반을 접고 옆구리를 구기는 고된 동작으로 만들어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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