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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갤에 올라왔던 짤막한 북미 패트롤 썰을 보다보니 급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더군요. 북미 스키업계를 뒤흔들었던 사건 - 파크시티 스키패트롤 파업이 몇주 전에 있었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열악한 패트롤 근로자 처우에 반발해 제일 성수기 기긴안 크리스마스~새해 전후로 거의 2주정도 파업을 진행했었는데, 그 여파로 슬로프를 제대로 열지 못해 긴 리프트 대기줄이 펼쳐지고 방문객들은 불편한 연말을 보내게 된 사건 이었어요.


간단하게 파크시티 마운틴 리조트(PCMR이라고 줄여서 표기하기도 함), 또는 줄여서 파크시티라고 부르는 이 곳에 대해 소개를 드리자면, 행정구역상으로 유타주에 위치해 있는 "파크시티"라는 도시에 위치한 스키장 중 하나에요. 지리적으로는 록키산맥대간의 일부인 와사치 산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벤트의 일부를 이곳에서 진행하기도 했고요, 2034 동계올림픽이 예정되어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키가능한 슬로프 면적만 거의 30km2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고요, (참고: 하이원의 비슬로프 지역을 포함한 외곽면적이 약 4km2, 서울시 송파구 33km2) 스키장의 끝과 끝을 지도에서 자로 측정해보면 약 10km정도 합니다.


참고로 이곳에는 약 200명 규모로 구성된 패트롤 노조가 있는데요, 산악근로자노조(UMW)소속이라고 하더라고요. 방송통신노조(CWA) 산하 노조라고 합니다. 왜 스키 패트롤이 방송통신노조 산하인진 모르겠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TMI: 우리나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IT노조가 섬유화학노조 산하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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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시티 패트롤 노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유연한 고용"을 지향하는 법 체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운영하는게 쉬운일이 아닐텐데, 스키패트롤들은 어떻게 노조를 결정하고 파업을 진행하며 근로처우개선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요? 핵심은 "직업수행 난이도"에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패트롤 하면 대게 슬로프 팬스를 치고, 토바겐을 이끄는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반면 북미지역, 특히 록키나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일하는 패트롤들은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지리 지식을 알아야 하는, 전문직 비슷한 직업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더라고요.*

팬스설치와 응급처치 외에도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슬로프에 진입을 (심지어 일부 상황에서는 레펠까지 이용한다고 하네요) 할 줄 알아야 하고, 눈사태 가능지역에 다이너마이트(!!!)를 던져 터뜨리는 일까지 해야 하죠. 정말 극한직업이에요. 특히 파크시티 같은 경우는 눈사태 발생 가능지역이 100군데가 넘어서 해당지역 지리에 빠싹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매일 100명정도의 숙련된 인력이 투입되어 슬로프를 관리하는 한다고 해요. 


* 같은 패트롤이라도 여러 세부적인 업무 분담을 하기 때문에, 초보지역 팬스설치같은 비교적 간단한 작업만을 하는 패트롤부터 시작해 폭약관리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패트롤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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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패트롤들이 이렇게 폭약을 들고 핼기를 타서 슬로프 위로 투척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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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렇게 인공 눈사태가 일어나게 되죠. 폐장 시간에 이렇게 인위적으로 눈사태를 일으켜서 고객의 안전을 미리 확보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걸 전문용어로는 아발란치 컨트롤(Avalanche Control)이라고 한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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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눈사태의 흔적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쓸고 지나간 흔적이 좀 무섭더라고요. 드물지만 이런 작업으로 인해 나무가 쓸려간 자리엔 새로운 슬로프(?)가 종종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사회문화적 이유로 인해 대게 미국의 여론은 노조에 우호적이기도 하고 (국민의 70% 정도가 우호적이라고 하는 최근 여론조사도 있다고 해요), 파업소식이 들리면 지지하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할 수 있어요. 파크시티 파업건 같은 경우도 여론이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레스토랑에서 파업중인 패트롤들에게 음식이나 맥주를 제공해 주는 등 지역사회의 지지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특히 파업시기에 모금을 진행했었는데, 모금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3-4억원에 가까운 개인 기부금이 모이더라고요 ㄷㄷ 


뿔난 고객들의 항의, 지역사회의 지지와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이 진행되었고 결국 노사는 1월초에 스키 패트롤 처우개선에 관한 합의를 보았다고 해요. 파업기간동안 파크시티를 운영하는 모회사 베일리조트에서는 파업에 대한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려고 같은 프랜차이즈 내 타 스키장에서 패트롤들을 차출해 파크시티에서 근무하게 했지만, 해당 스키장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이었을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파업기간 내내 스키장의 반도 못 열었고 스키장을 방문객들은 좁은 공간에서 긴 대기줄을 감내해야 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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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시티 패트롤의 파업관련 모금안내 페이지)




지금은 파업이 마무리되고 패트롤들도 다 업무복귀를 해서 평화가 찾아왔다고 하네요. 그동안 열지 못했던 슬로프도 하나 둘 다 열기 시작했고 말이죠. 한편 모회사인 베일리조트는 이번에 패트롤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었던 경쟁사들, 알테라 마운틴이나 보옌리조트같은 회사들도 나름 메모같은것들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네요. 


파크시티는 정말 재미있는 원정지에요. 공항과의 접근성도 1시간 이내로 정말 편리하고, 나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시내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는 곳이에요. 광활한 스키장이에요 여기저기에 위치한 부대시설도 잘 되어있어서, 산 속을 탐험하는 재미가 풍부한 스키장이더라고요. 여기저기 길게 뻗어있는 정설 슬로프들을 신나게 가르는 재미가 있는, "빅마운틴" 원정을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참 좋은 곳이에요. 더군다나 다음시즌부터는 ICN-SLC 직항이 주7회 다닐 예정이라고 하네요! 다만 북미의 스키장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극악의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건 정말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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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과 베이스를 이어주는 노출형 곤돌라, 은근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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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 옆으로 별장과 도로가 보였던 재미있는 풍경의 파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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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시티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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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 한가운데 있는 캐빈에서 즐겼던 핫쵸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찾아본 자료들이에요. 궁금하신 분들은 차근차근 둘러보시는것도 재미있을거에요.